(무비게이션)‘나일 강의 죽음’, 클래식 추리소설의 시각적 쾌감
애거사 크리스티 ‘포와로 시리즈’+‘죽음 시리즈’…밀실 살인사건
추리극 특유의 전형적 트릭 배제한 인물간 관계성 통한 ‘추리’
2022-02-09 01:02:02 2022-02-09 01:02: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클래식이다. 그리고 마니아적 색채가 강하다. 그래서 낯설다. 앞서 언급한 클래식은 지금은 사라진 방식에 가깝단 표현이다. ‘고전적이란 직설적 해석도 된다. 하지만 스크린 시대에서 OTT시대로 넘어온 지금은 소비되지 않는 방식에 대한 반추라 표현하는 게 오히려 적합할 듯하기도 하다. 물론 이런 표현이 대중적이지 않단 점은 아니다. ‘마니아적 색채가 강하단 표현도 이 얘기의 대중성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정통성이 강한 느낌이란 점이 주목돼야 한단 사실을 강조한 것뿐이다. 케네스 브래너 연출과 주연의 나일 강의 죽음이다. 영국 출신의 케네스 브래너는 세익스피어극 전문 배우로 유명한 배우 겸 연출자다. ‘클래식이란 타이틀은 그의 연출과 작품 해석 지향점에 대한 아우라 정도로 보면 될 듯싶기도 하다.
 
 
 
나일 강의 죽음은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주인공이다. 2017년 국내에 개봉한 케네스 브래너 연출 주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에 이은 이른바 포와로 시리즈이자 죽음 시리즈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나일 강의 죽음은 고전 추리 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밀실 살인 사건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다. 외부 침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리고 그 공간에 함께 있던 유력한 용의자들. 용의자들 모두가 죽은 인물과 밀접한 관계로 엮여 있다. 포와로는 이번에도 퍼즐게임처럼 얽히고설킨 관계의 흐트러짐을 정확한 인과관계 그리고 치밀한 추리력으로 맞춰 나간다.
 
'나일 강의 죽음'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적 배경은 전쟁에 참전한 포와로의 슬픈 사랑으로 시작한다. 이뤄졌지만 이뤄져 존재하지 않은 사랑이기에 슬프다. 포와로는 그 사랑의 기억을 안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긴다. 그리고 몇 주 뒤,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앞. 그 곳에서 포와로는 기막힌 사랑의 주인공들과 만나게 된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 받은 상속녀 리넷 리지웨이 그리고 그의 약혼자 사이먼 도일. 두 사람은 행복한 약혼식과 함께 길고 긴 약혼 여행을 계획 중이다. 두 사람의 주변 지인들이 이 여행에 초대된다. 리지웨이의 지인 중 한 사람이 포와로와 인연이 있다. 그 인연으로 포와로도 이 약혼 여행에 초대를 받게 된다. 이집트 나일강에 떠 있는 최고급 유람선이 통째로 빌린 리지웨이와 도일. 이 배에는 두 사람과 인연이 있는 여러 사람이 동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초대에는 공교롭게도 도일의 전 약혼자인 재클린도 함께 하게 된다. 또한 리지웨이에게 연정을 품었던 의사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의 약혼 여행에 함께 한 이들은 모두 두 사람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다.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어떤 사건으로 얽혀 있었다.
 
'나일 강의 죽음'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불편한 동행이다. 모두가 위태로웠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여행을 즐겼다. 두 사람의 약혼을 축하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다. 리지웨이가 죽었다. 살해됐다. 그들을 태운 거대한 유람선은 나일강 한 복판에 떠 있었다. 유람선 직원들은 일몰 뒤 작은 배로 모두 육지로 퇴근한 뒤였다. 사실상 이 배에 남은 모두가 용의자다. 배에 승선한 모두는 세계 최고의 명탐정 포와로에게 범인 검거를 부탁한다. 포와로는 자신을 이번 여행에 초대한 친구부터 그 친구의 엄마, 리지웨이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전 연인인 의사, 리지웨이의 막대한 재력을 경멸했던 그의 대모, 반대로 리지웨이의 재력을 부러워했던 담당 간호사, 리지웨이의 하녀, 교활한 듯한 리지웨이의 사촌, 도일의 전 약혼자 재클린 그리고 죽은 리지웨이의 현재 약혼자 겸 재클린의 전 약혼자인 도일까지. 모두가 용의자가 됐다. 포와로는 유람선 내에 남겨진 단서들을 하나 둘씩 체크한다. 그리고 배에 남겨 진 용의자들과 죽은 리지웨이와의 관계를 조사해 나간다. 완벽하게 흐트러트린 퍼즐 조각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와로는 기가 막힐 정도로 범인이 치밀하게 설계한 사건 설계도를 역으로 치고 올라온다.
 
'나일 강의 죽음'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라면 보는 재미와 경험하는 재미는 상당할 듯하다. 1937년 발표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그 시대에 걸맞게 클래시컬한 느낌이 강하다. 이런 점은 21세기 추리극과는 전혀 다른 지점으로 스토리라인을 풀어 나간다. 사건과 사건 속에 벌어지는 인과관계 그리고 복선과 반전이 지금 시대의 트렌드라면, ‘나일 강의 죽음은 인물과 인물의 관계성에 집중한다. 이 관계성은 의외로 스토리 라인을 꽉 채우는감각적 효과를 더해준다. 사건 이전과 사건 이후의 밀도 차이가 상당하다. 추리소설의 전형성이기에 당연하지만 시각적 경험이 더해지니 그 체험적 가늠치는 더 커진다.
 
'나일 강의 죽음'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반대로 추리소설 전매특허인 트릭 장치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장르 영화 속 복선에 해당하는 트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추리소설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싶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상천외한 범인의 설계가 공개되는 카타르시스는 생각보다 덜하다. 하지만 이 장치를 관계와 관계의 얽힘으로 풀어내니 이 또한 추리소설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일 듯하다.
 
'나일 강의 죽음'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추리소설의 바이블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란 점이 나일 강의 죽음에겐 유일한 단점일 수도 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이미 범인을 알고 접할 수 있을 듯싶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가장 큰 스포일러다. 하지만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한 클래시컬한 고전 추리소설의 시각적 쾌감을 즐길 수 있단 점만으로도 나일 강의 죽음은 선택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9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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