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가장 궁금했던 점이다. 그는 정말 ‘스타일리시’함을 추구했을까. 지금까지 총 네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그 가운데 단 한 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뒤늦게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그에게 이런 타이틀을 안겼다. 스타일리시. 처음 개봉 당시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불한당’이다. 하지만 이후 흥행 역주행을 거듭했다. 마니아들을 낳았다. 지금도 변성현 감독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이름이 바로 ‘불한당원’들이다. 그래서 물론 ‘개인적 취향일 수 있지만’을 전제로 거론하자면. ‘불한당’이 재미가 있는 브로맨스인 것에는 동의하겠지만 스타일리시함이란 게 도대체 어떤 지점을 두고 거론된 것인지 궁금했다. 정말 모르겠기에 궁금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변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후 무려 햇수로 5년이 흘러 하고 싶던 질문을 던졌다. 그의 신작 ‘킹메이커’ 역시 스타일리시한 정치드라마로 소개되고 있다. 물론 언론이 만들어 준 타이틀이다. 변 감독 본인이 접하는 자신에 대한 ‘스타일리시’란 타이틀. 어떤 느낌일까. 동의는 할까. 그리고 그의 영화적 철학은 스타일리시함과 맞닿아 있을까. 질문을 던졌다.
변성현 감독.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킹메이커’ 시나리오는 변성현 감독에게 ‘불한당’이 준 기회였다. 그는 데뷔작 이후 차기작이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로맨스 영화였다. 그리고 그 다음 영화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한당’이다. 하지만 전작이 ‘로맨스’영화였던 연출자가 차기작으로 브로맨스가 가미된 조폭 소재 영화를 찍겠다고 하니 선뜻 투자를 하겠단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그에게 왔다.
“정확하게는 ‘나의 PS파트너’를 완성하고 ‘불한당’을 찍고 싶었는데 쉽게 투자가 결정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졌죠. 그때 뭘 하나 써볼까 싶어서 쓴 게 ‘킹메이커’였어요. 전 개인적으로 ‘불한당’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시나리오였거든요. 그래서 ‘불한당’ 촬영 당시 설경구 선배에게도 말씀을 많이 드려서 알고 계셨죠. 시작은 집에 있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책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이제 40대 초반 변 감독이 1960년대 후반 국내 정치사에 벌어졌던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정치 관련 드라마를 만들었단 게 사실 쉽게 납득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전작이 ‘불한당’이란 느와르 장르 영화다. 그리고 변 감독은 국내 연출자 가운데 상당히 튀는 패션 센스로 한 때 굉장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점을 두루 아우르면 ‘킹메이커’와 변성현 감독의 접점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다.
변성현 감독.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웃음)그렇게 말씀하시는 부분에 어느 정도는 동의를 해요. 우선 정치 관련 사건에 관심을 둔 게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책이 그냥 집 책장에 있었어요. 부모님이 구매하신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고요. 정말 그냥 읽었어요(웃음). 근데 엄창록씨 얘기가 되게 흥미를 끌었어요. 설명이 거의 없더라고요. 제가 약간 이상한 성격일 수는 있는 데 그런 인물에 묘하게 끌리더라고요.”
‘불한당’이 워낙 변 감독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영화이고, 그 다음 차기작이기에 부담감은 당연히 엄청났다. ‘킹메이커’는 ‘불한당’에 참여했던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주연 배우였던 설경구도 당연히 합류했다. 변성현 감독은 부담감이라기 보단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라고 ‘부담감’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됐다.
“사실 ‘불한당’이 유명한 영화이지만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아니거든요. 근데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너무 호흡이 잘 맞았죠. 너무 즐거웠어요. 그래서 ‘킹메이커’ 시나리오도 스태프들에게 믿고 보여줬죠. 미술 감독님 같은 경우는 엄청 큰 작품 제의도 마다하시고 1년 정도를 백수로 노시면서 ‘킹메이커’를 기다려 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저희끼린 ‘전작보다 더 좋은 영화 만들자’고 했는데 숙제를 잘 끝마친 기분이에요.”
변성현 감독.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변성현 감독이 ‘킹메이커’를 만들면서 가장 주의했던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이 영화 속 설경구가 연기한 ‘김운범’은 이미 알려진 대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실제 초기 시나리오에는 ‘김대중’으로 캐릭터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이다. 하지만 변 감독이 주목한 사람은 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고 엄창록씨였다.
“전 ‘킹’의 얘기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당연히 존경하는 큰 분 이시지만 그와는 별개로 우상화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전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더 관심이 가요. 그래서 ‘킹’을 만든 ‘메이커’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목적과 수간의 정당성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죠. 이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단 질문을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저도 아직 찾고 있는 중이고요.”
표현에서 주의할 점은 영화 속 후반부에 등장한 김운범 자택 폭파 사건이다. 이 역시 실제 역사적 사건이고 등장 인물과 의심을 받을 만한 인물들 모두가 기록에서 끌어 왔다. 하지만 변 감독은 팩트와 창작 사이에서 미묘하게 갈등을 했단다. ‘왜?’란 질문이 그 장면에서 가장 자신을 괴롭했다고. 그 고민은 고스란히 창작의 영역으로 확대시켜서 빈칸을 채워버리는 결정을 하게 했다.
변성현 감독.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 장면은 영화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강한 폭발이 필요했어요. 그 장면으로 인해 전체 흐름이 완벽하게 전환됐거든요. 근데 실제 기록에선 그냥 ‘큰 굉음만 들리고 파손된 부분도 없었다’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되게 고민을 했죠. 창작을 집어 넣으면 팩트에 개입하는 느낌이 들고. 지금도 사실 되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에요. 그렇다고 또 거짓말을 할 수는 없고. 고민만 많이 남은 장면이었죠.”
‘킹메이커’는 그의 페르소나로 불려도 무방한 설경구 그리고 ‘기생충’의 이선균 여기에 유재명 조우진 등 충무로에서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모두 몰렸던 작품이다. 배우 라인업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갔다’는 말을 들어도 무방할 정도였다. 변 감독 역시 이런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킹메이커’가 잘되면 무조건 배우들의 몫이라고 다시 박수를 보내는 변성현 감독이다.
“경구 선배님은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에는 거절하셨었어요. 오히려 ‘서창대’ 역을 원하셨어요. 시나리오 쓸 때도 ‘김운범’ 잘못하면 굉장히 평면적인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큰 데, 이 배역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배우가 경구 선배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죠. 제가 고집했어요. 한국 배우 중 뭘 요구해도 안심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선균 선배는 제가 생각한 ‘서창대’보다 다른 결의 ‘서창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흥미로웠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변성현 감독.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킹메이커’는 이제 대중들에게 공개가 됐다. 국내에서 마니아층이 두터운 연출자 중 한 명인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니 꽤 유의미한 흥행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 감독 말처럼 꽤 잘 만들고 어느 정도는 자신 있는 결과물이라고 본인도 자부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언론은 ‘스타일리시한 정치 드라마’라고 호평 중이다. 그는 ‘스타일리시’란 단어에 의외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거부감까진 아닌데요(웃음). 전 스타일리시 하려고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어요. 당연히 ‘불한당’도 그랬고.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사실 너무 부담이 되요. 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이거든요. 그 부분을 스타일리시하다고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미술쪽을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제 영화를 설명하는 데 ‘스타일리시’는 맞지 않는 표현 같아요. 배우들의 감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영화. 전 그게 제일 듣기 좋은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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