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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토종 OTT와 글로벌 시장
2022-01-28 06:00:18 2022-02-03 14:20:09
지난해 미디어 시장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단연 핫한 키워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속 문화콘텐츠에 목말라했던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덕분이다. 2008년 출범한 IPTV(인터넷TV)가 주문형비디오(VOD) 시대로 가는 길을 일차적으로 닦아놓았다면, 코로나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이 역설적이게도 비대면 문화를 꽃피웠고, 이같은 시류에 OTT가 시의적절하게 올라타 콘텐츠 문화 주도권을 움켜쥔 셈이다.
 
이제 우리는 TV 홈 화면에서 국내외 OTT의 아이콘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 가운데 콘텐츠 소비도 자연스레 TV가 아닌 OTT 중심으로 바뀌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KBS, MBC 같은 지상파 채널명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자기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그저 프로그램 이름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채널명보다 '어떤 OTT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다'가 중요하다. 요즘 소비자들은 방송채널 사업자의 오랜 권위와 명성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을 기억한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오징어게임>을 보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넷플릭스에 대거 몰렸다. 대작 콘텐츠가 한번 터지면 해당 콘텐츠를 보유한 OTT의 가입자가 대폭 늘어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광이 오래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OTT는 유료다. 기존의 방송 시청료와 비교하면 OTT 유료서비스는 절대적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OTT는 기존 방송채널 사업자보다 더욱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상당한 수준의 가격을 지불한 만큼 소비자는 볼 만한 콘텐츠가 더 이상 없으면 OTT를 가차없이 갈아탄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해외 OTT 사업자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1년도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OTT 중 해외 플랫폼을 사용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았다. 2021년 유튜브는 65.5%, 넷플릭스는 24.0%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대단해 보이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도 본국에서는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실은 해외 성장세가 둔화된 것을 벌충하기 위해 제3국 시장에 바삐 진출 중인 것이다.
 
해외 OTT가 몰려오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대단해 보이는 해외 OTT도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설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도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이 OTT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어쩌면 토종 OTT의 골든타임은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위기는 종종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위에 언급한 방통위 조사 결과에서 보듯 지난해 토종 OTT 중 티빙과 웨이브가 점유율 4.4%씩 차지하며 나름의 선방을 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직은 고군분투 중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를 추격하는 모양새가 조금씩 갖춰지고 있다. 현재 OTT 시장의 상황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위 '쩐의 전쟁'이라 불린다. HBO 맥스까지 진출한다는 올해, 국내 시장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시점에서는 규제보다는 지원에 힘이 실렸으면 한다. 법 규정이 필요하다면 이는 사업자의 행위를 제약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에 대한 정의를 속히 명쾌하게 내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미디어 신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거둬져, 토종 OTT가 글로벌 시장에 발을 내딛어 마침내 쾌거를 일궈냈다는 소식이 속히 들려오길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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