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은 직업계고 현장실습, 폐지가 답"
고 이민호군 부친 이상영 '노현넷' 공동대표 인터뷰
"표준협약서 쓸모 없어, 민호 때도 주말·야근 금지"
"기업이 원하는 것은 학생 아니라 노동자"
"정부, 실습 사고 실태 조사도 제대로 안 해"
입력 : 2022-01-20 06:00:00 수정 : 2022-01-21 14:51:2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저희 민호는 여름방학 시작하기 이틀 전에 실습 나갔거든요. 기계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데."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노현넷)'의 이상영 공동대표는 19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도중 아들의 사망 사고를 떠올렸다.
 
직업계고 학생이었던 고 이민호군은 지난 2017년 11월 제주 소재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눌려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현장실습 폐지를 외쳐오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부·고용노동부, 표준협약서 책임 떠넘겨"
 
이 공동대표는 "실습 때 작성하는 표준협약서는 아무 쓸모도 없다"며 "민호가 작성한 협약서에는 주말·야간 근무시키면 안된다고 돼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 교육부는 '표준협약서는 고용노동부가 만들었다'고 했고, 고용노동부는 '교육부의 지원 요청이 와서 도움줬을 뿐'이라고 서로 떠넘겼다"면서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업체나 단체도 없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동안 정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대책을 거듭 내놓았지만 매년 학생들이 사망해왔다. 지난 2014년 1명, 2015년 1명, 2017년 2명, 지난해 1명 등이다.
 
지난해 10월6일 고 홍정운군이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하자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기업의 현장실습 비용 부담을 축소하고, 연계교육형 현장실습 등 다양한 유형의 현장실습을 활성화하며 현장실습 전담노무사 규모를 지난해 549명에서 올해 700명, 오는 2023년 800명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14일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마리나 정박 중인 한 요트에 잠수 작업 중 숨진 특성화고 실습생 고 홍정운군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늘린다는 노무사, 안전 몰라"
 
이 대표는 "기업에는 학생을 학습시킬 능력도 사람도 없다"며 "학생이 아니라 노동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사는 못받은 임금을 받게끔하는 임금 분쟁을 다루는 사람이지, 생산 현장에 가서 기계에 안전 센서가 제대로 달렸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학생이 죽어도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징계 같은 피해가 하나도 안 가니 세금 받으면서 이런 걸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 대표는 또 "일하다가 다쳐도 사업체가 치료비와 공백기 급여를 지급할 경우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학생이 꽤 있더라. (제도를 잘 모르니) 그저 놀면서 돈 받는 게 좋은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실태조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노무사는 공인노무사법에 따라 직무 범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포함돼있는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이고, 실제 많은 노무사들이 오래전부터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예방, 산업 안전과 관련해 활발하게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전문가이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이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 전반이 직업계고 학생 문제에 무신경하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취업률 발언을 한 후 현장실습이 확대되고 사고로 이어졌다"면서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특성화고 학생의 기업 파견을 확대하는 '도제학교법'을 내놨다가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는데, 2019년8월에는 민주당이 통과시켰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동안 목청껏 소리지르며 다녀도 눈하나 깜딱 안하다가, 대선 다가오니 저희가 개선안 성명서 발표하자마자 정당들에서 연락이 오고 난리를 치고 있다"며 "그나마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과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은 아예 연락없다"고 전했다.
 
폐지 대안으로 '전국 동시 고졸취업기간' 제안
 
앞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은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대안으로 '전국 동시 고졸취업기간'을 제안한 바 있다.
 
첫 단계로 최소 3학년 2학기 11월까지 취업 활동 없이 수업권을 보장하고, 12월부터 전국 동시에 적용되는 '고졸 취업 준비 기간'을 정해 모든 공채 및 취업 활동 진행하게 하는 것이 두번째 단계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12월까지 취업을 준비한 뒤 1~2월 채용 및 입사 전 사전교육을 받은 후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노현넷)'의 이상영 공동대표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폐지안의 현실성에 대해서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11월15일 이후 실습을 내보내라고 해서 실질적으로 폐지한 적이 이미 있다"면서 "선생과 학생이 처음에는 반발하다가 그 다음에는 교육 환경이 확실히 좋아졌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 다시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졸업생만 받는 업체도 있다"며 "정부가 기업을 발굴하면 양질의 기업이 나오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게 '정작 학생 중에서 폐지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현실과 맞지 않는 지적"이라는 반박이 돌아왔다.
 
그는 "한 직업계고 난상 토론회에 학생 180명 정도가 모였는데 상위 10%는 갈 기업이 정해져 있고, 15%는 대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 중이었다. 25%는 대학 진학 의사가 있는가 하면 나머지는 어중간하더라"면서 "이들은 실습 나가기 싫은데도 교사 잔소리 듣기 싫어서, 학교 선생 꼴보기 싫어서 실습 나간다고 했다"고 학생들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다수 의견을 따르고 소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라며 "교육부는 실습을 원하는 소수 의견을 위해서 원하지 않는 다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개선안대로 해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대안책을 내놓을 경우 유족들은 다시 서울에 모일수도 있다.
 
이 대표는 정책 관철뿐 아니라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육지와 제주를 당일에 오갈 때는 혼자만 움직이지만, 하루를 넘길 때는 부인을 데리고 다닌다. 이 대표는 "고 홍수연양의 엄마가 (극단적 선택으로) 갔고, 애 엄마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어 또 그럴까봐 데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가 우리의 개선안대로 해줬으면 하는 것 말고 바라는 것이 없다"며 "그 후에는 전국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피해자 가족 모임 안에서 만나면서 서로 위로하는 생활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