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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경관의 피’ 조진웅 “날 바짝 선 면도칼 느낌 끌렸다”
“‘끝까지 간다’ 당시 받은 느낌 오랜만에 느껴, 빨리 현장 가고 싶었다”
단편 ‘력사:예고편’ 장편 전환 작업중…“오래지 않아 공개할 수 있을것”
2022-01-17 02:05:00 2022-01-17 02:05: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조진웅을 캐스팅하는 감독은 몇 가지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큰 목적은 스크린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무엇이다. 그런 이미지를 활용한 대표적 작품이 바로 끝까지 간다이다. 반문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 독전속 조진웅은 또 어떤 가. 압도적 비주얼도 마찬가지였지만 또 다른 장점 중 하나인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힘이 느껴지게 했다. ‘독전의 조진웅은 딱 그랬다. ‘대장 김창수공작의 조진웅은 또 어땠나. 거대한 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때론 달고 달아 독을 품고 있는 능구렁이 독사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그에게 강함만 있다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완벽한 타인퍼펙트맨’ ‘광대들: 풍문조작단속 조진웅의 생활 연기와 코미디 감각은 정말 탁월하다란 단어로 칭찬하기가 아까울 정도다. ‘보안관’ ‘아가씨속 악역은 또 어떻든가. 조진웅의 활용성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덧입히는 가에 따라 총천연색으로 달라진다. ‘경관의 피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런 조진웅의 장점이 모두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결과물이다.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조진웅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재미는 차고 넘친다.
 
배우 조진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는 동명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우선 국내에선 그리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의아해 할 수 있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 때문이다. 국내에 출간된 이 영화 원작 소설은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이 소설을 2시간 내외 영화 한 편으로 각색하는 작업이 보통이 아니었을 듯싶었다. 연출을 맡은 이규만 감독은 조진웅의 대학 선배다. 워낙 절친했단다.
 
감독님하고 대학 동문 선배라 원래 친했어요. 시나리오 처음 주실 때가 기억 나는 데, ‘한 번 읽어봐줘라면서 전화가 오셔서 했죠. 그런데 다음 날까지 안 오더라고요. 그리고 그날 조금만 수정 좀 할께하고 다시 주신 게 몇 달 뒤에요(웃음). 그만큼 디테일 하시고 철두철미하세요. 어떻게 이런 방대한 양을 임팩트 있고 유니크하게 각색했을까 놀라웠죠. 촬영 전 함께 떠난 워크샵에서도 감독님과 저 그리고 우식이랑 함께 치열하게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배우 조진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가 경관의 피에서 연기한 인물은 박강윤’. 광역수사대 에이스. 말이 에이스 형사일 뿐, 사실상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인물이다. 혼자 거대 폭력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것은 물론 같은 경찰 조직 내에서도 상상이 안될 정도의 정보원을 보유하고 막강한 범죄 정보를 손쉽게 습득하는 인물이다. 이런 탓에 경찰 내사팀 의심을 받는다. 입고 다니는 차림새가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다니니 그럴만하다.
 
처음 박강윤이 전 빌런인줄 알았어요. 형사 빌런은 제가 끝까지 간다도 해봤으니(웃음). 아마 끝까지 간다때 느낌과 비슷했어요. 그때도 그 배역을 보면서 이게 뭐야?’ 싶었죠.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나서 그냥 막 제압하잖아요(웃음). ‘빨리 현장 가고 싶다란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박강윤배역이 그랬어요. ‘형사가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였죠. 빨리 현장 가자 싶었죠. 이거 감 좋다 싶었어요(웃음)”
 
배우 조진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진웅은 의외로 형사 캐릭터를 상당히 많이 맡아봤다. 그리고 형사 캐릭터 이지만 전부다 각기 다른 형사들이었다. 형사 중에서도 착한 형사도 있었고 당연히 악역 형사도 있었다. 악역 형사는 꿈에서도 나타날까 두려울 정도로 끔찍한 이미지를 심어줬었다. 그는 그런 형사 캐릭터들을 설명하면서 경관의 피속 박강윤 캐릭터를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설명했다. 조진웅의 형사 연기 일대기 중 또 다른 면이었다.
 
예전에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했었고 독전에서도 했었고 끝까지 간다도 있었죠. 다 형사들이지만 다 다른 배역인데, 그래도 굳이 공통점을 꼽자면 독불장군들이었어요. 누구도 못 꺾는 고집불통 인물들이었어요. 근데 경관의 피속 강윤은 뭐랄까. 뱀 같은 느낌이었어요. 날이 바짝 선 면도칼 같기도 했고. 자기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상황에 맞는 대처를 착착 꺼내는 모습이 면도칼 같았죠. 경계를 정말 기가 막히게 사용하는 인물이랄까요.”
 
배우 조진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진웅은 연기 스타일 자체가 어떤 배역이든 힘이 느껴지는 돌진형 스타일이다. 그런 스타일을 더욱 압도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건 그의 피지컬이 큰 몫을 한다. 프로필상 그의 키는 무려 186cm. 거기에 한 체격하기로 유명한 조진웅의 피지컬이 더해졌으니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은 충분함을 넘어선다. 이런 점은 그의 활용도를 더욱 끌어 올리는 장점이기도 하다.
 
사실 감독님들이 제 상태를 많이 확인하세요. 제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게 평범한 얼굴이잖아요(웃음). 그래서 촬영 끝나고 돌아다니면 사실 잘 못아 보세요. 제 체격 때문에 캐스팅도 좀 어렵기도 해요. 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절 상대할 분들이 누가 있을까 싶은 거죠. 저하고 대결할 장면에선 한 명? 두 명? 아니 세 명? 이렇게 되요(웃음). 되게 재미있던 경험이 제가 웬만해서 고개를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독전때 승원 선배랑 연기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제가 고개를 들어봤다니까요. 승원 선배가 저보다 키가 더 크시거든요.”
 
배우 조진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런 체격을 소유한 조진웅 상대역이 이번 영화에선 최우식이었다. 워낙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의 최우식이 조진웅과 함께 있으니 조진웅이 더 거대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우식은 그런 점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감사했던 점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소원 풀이를 했단 점이다. 최우식은 소원은 조진웅 선배 꼭 한 번 작업해 보는 것이었단다.
 
제가 우식이의 수 많은 소원 풀이 중 한 명이었나 봐요(웃음). 우식이가 미소년 느낌이 강하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좀 의심했죠.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근데 촬영하면서 성장해 가는 게 너무 눈에 보였어요. 희순 형님이나 명훈이 권율이 모두 자기 맡은 역할이 있는데 우리 모두가 우식의 성장을 이구동성으로 인정해요. 모니터나 스크린으로 봐도 그 눈빛이 점점 달라져 가는 게 보여요.”
 
배우 조진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는 당분간 다른 작품도 작업하면서 본인이 연출했던 단편 력사: 예고편 장편 전환에 대한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란다. 요즘 배우들의 연출 도전이 이어지는데 조진웅도 조심스럽게 이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딱 언제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히 작업 중이고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 줄 예정이라고. 그의 이런 도전과 작업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원동력이란다.
 
요즘 이 못된 역병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한국 콘텐츠가 정말 좋은 성적들을 내고 있잖아요(웃음). 원래 우리 콘텐츠가 수준이 높았어요. 우리 선배님들이 그렇게 다져 온 기본이 있었거든요. 이젠 할리우드에서 우리 작품 리메이크를 계속 하잖아요. 이건 당연한 결과에요. 저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좋은 결과물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게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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