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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 새판짜기)②저축은행 디지털 전환 사활
대출 총량규제로 이자수익 증가 제한
인뱅·빅테크 등 경쟁자도 늘어
디지털화 속도내며 성장기회 모색
2022-01-13 06:00:00 2022-01-13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주요 저축은행들이 올해도 '디지털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이자수익 증가가 제한되는 상황인데다 인터넷은행 등 경쟁자가 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금융의 비대면화가 추세인 만큼 디지털 전환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더딘 저축은행들이 발걸음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화'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금융의 비대면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았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투자 등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올해도 여전히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수익 증가가 제한되는 데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성장으로 중신용자 대출 시장에서도 경쟁자가 늘었다. 더불어 네이버 등 빅테크 플랫폼의 대출비교 서비스 이용 증가로 인한 수수료 비용 증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저축은행들은 올해도 디지털화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다른 업권에 비해 늦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 현재까지 대형사 몇 곳을 제외하고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보기 조차 힘들 정도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더디다. 이는 1금융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 수가 적고 규모가 작으면서 디지털화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의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질적 문제인 '이미지' 탓에 고객 유치가 제한적인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가 뒤늦게 디지털화 대열에 합류한 것은 디지털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저축은행 수장들의 포부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지난 4일 새 수장으로 취임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는 취임식에서 "빠르고 연결이 쉬운 디지털 경쟁력 가져야 한다"면서 "차세대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구축을 발판 삼아 비록 작지만 빠르고, 내·외부의 심리스한 서비스 연계로 쉽고 강한 디지털뱅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최대 추진 과제는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적인 도입을 꼽았다. KB저축은행은 오는 9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키위뱅크 고도화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TB투자증권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이한 유진저축은행도 디지털화 전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유진저축은행 새 수장으로 부임한 황준호 대표는 "기존 사업구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더해 톱티어(Top-tier) 저축은행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고객에게 더 편리하고 빠르고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디지털뱅크를 모토로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5일 저축은행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웰컴마이데이터'를 개시했다. 웰컴저축은행은 2018년 저축은행 최초로 모바일 플랫폼인 '웰컴디지털뱅크'를 출시한 이후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웰컴디지털뱅크의 다운로드 수는 270만명,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약 31만명, 가입고객 수는 약 90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번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예상한 것보다 금융권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저축은행 업계도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보니 업계 전반에서 디지털 금융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이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화면. 사진/웰컴저축은행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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