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으로 한숨 돌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추격전에 나섰다. 의원총회를 통해 전열 재정비와 함께 대선 승리에 대한 결의를 다시 다졌지만 주어진 여건은 녹록치 않다.
많게는 10%포인트 넘게 이재명 후보와 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대선까지 6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한 달 전 여론조사가 대선 승패로 직결됐다는 점에서, 설 민심을 반영한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이내로 바짝 따라붙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떠나간 중도층과 2030 청년세대 표심을 되돌리는 게 1차 목표일 수밖에 없다. 후보교체론이 여전히 비등한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과제로 떠올랐다.
패착 된 보수표심 자극…2030도 이재명·안철수로 분산
반복된 당내 갈등과 이를 봉합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윤 후보는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나면서 지지율도 급락했다. 선대위 해체 및 김종인과의 결별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지만, 조타수 없는 항해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대구·경북 등 전통적 보수표심만을 의식한 끝에 중도층과 괴리가 있는 격한 발언들도 쏟아낸 터였다. 부인 김건희씨 논란과 이준석 대표와의 거듭된 마찰로 2030 표심도 등을 돌리고 있다.
때문인지 윤 후보는 지하철 출근길 인사 등 그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방식의 대면 접촉에 나서며 선거운동 기조에 변화를 줬다. 반성과 새출발의 다짐이었다. 이 대표가 제시한 '연습문제' 풀이 차원도 있었다. 그 스스로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것처럼, 정치신인인 그에게는 매우 어색한 시간이었다. 이 대표는 "후보가 선거운동의 기조를 바꿨다는 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나름 의미를 부여했다.
보수표심을 의식하다 극우로 치우친 기조를 다시 중도층으로 되돌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은 전문가들 의견에서도 잘 나타난다. 애매모호하다는 인상을 줬던 정책 역시 선명하게 민생과 맞닿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도층 확장이야 말로 이번 대선의 승패를 판가름할 승부처"라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 등 민생 정책을 구체적이고도 확실하게 제시해서 국민적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후보에 실망한 2030세대가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로 분산되는 흐름도 되돌려야 한다. 지난 7일 한국갤럽이 공표한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10%에 그쳤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대의 이탈이 얼마나 심각한 지 잘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는 해결책의 일환으로 이 대표가 주장해왔던 '세대 포위론'을 전격 수용하고 있다. 2030세대와 60대 이상이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50을 포위한다는 주장으로, '세대 결합론'으로도 불린다. 이 같은 세대 포위론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2030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가상화폐 대책이나 게임 관련 정책 등을 선대본부에서 적극 검토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하태경 의원은 "윤 후보가 이 대표 노선인 '세대 결합론'을 받아들여 선거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홍준표·유승민 끝내 불참?…윤석열, 조만간 홍준표와 회동
같은 차원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합류도 절실하다. 홍 의원은 이 대표와 함께 당내에서 2030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으며, 유 전 의원은 대북 기조를 제외한 경제 및 복지 정책 등은 기존 보수정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혁성과 합리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민주당에 맞선 '원팀'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데 있다. 홍 의원은 "윤 후보의 추락 원인은 측근들의 준동, 후보의 역량 부족, 가족 비리로 인한 공정과 상식의 상실"이라며 "그걸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지, 뜬금없이 원팀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라고 했다. 또 "거듭 밝히지만 저는 이미 대구 선대위에 고문으로 참여 중"이라며 "그만들 하시라. 윤 후보가 잘못되면 또 제탓 하려고 밑자락 까는 거냐"고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는 조만간 홍 의원과 회동하고 남은 대선 레이스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지원을 당부할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패배 이후 여전히 칩거 상태에 있다. 유 전 의원 측근들에 따르면 "소임을 다했다"는 입장으로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이 '박근혜 배신론'의 덫에 빠져 지지를 거둔 것에 대한 충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선이 끝날 때까지도 유 전 의원의 칩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진 원장은 "윤 후보에게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단결"이라고 규정했다. 최 원장은 "진정한 내부 화합이 이뤄지려면 윤 후보와 이 대표뿐만 아니라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 의원, 유 전 의원까지 원팀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사진/뉴시스
'뇌관'으로 부상한 안철수…3자 구도는 '필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 승패를 결정지을 뇌관으로 부상했다.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상당수가 안 후보로 옮겨간 상황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할 경우 후보교체 주장에까지 직면할 수 있다. '이재명 대 윤석열 대 안철수' 3자구도는 필패로, 정권교체 대의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단 윤 후보는 '서로가 선거캠페인을 하는 지금은 예의가 아니다'며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상당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자강론을 우선시하고 있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단일화에 나선다고 해도 현 흐름이 이어질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윤 후보가 내홍에 허덕이는 사이 안 후보는 급격한 상승세를 타면서 지지율 두 자릿수 안착에 성공했다. 심지어 윤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공표됐다. 지난 6일 발표된 알앤써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43.5%의 지지를 얻어 32.7%에 그친 윤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단일후보 경쟁력 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43.3%로 35.8%의 윤 후보를 이겼다. 두 결과 모두 오차범위 밖으로, 국민의힘으로서는 충격이었다.
장성철 평론가는 "단일화를 안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며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단일화를 안 한다면 이재명 후보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10%는 앞서야 하는데 설 연휴 전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제가 너무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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