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젠 이 정도면 ‘넷플릭스의 딸’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리고 이미 모두가 그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에 앞서 일본과 할리우드 진출도 있었다. 세계적인 감독들이 앞다퉈 그를 자신의 뮤즈로 여기며 캐스팅 전쟁을 벌였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을 글로벌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는 ‘K-콘텐츠’는 사실 이 배우가 먼저 분위기를 주도한 셈이다. 국내 활동도 활발하지만 이젠 글로벌 활동이 더 익숙한 배우 배두나다. 넷플릭스에 K콘텐츠 신드롬을 일으킨 ‘킹덤’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우주를 배경한 한 8부작 ‘고요의 바다’를 선보이게 됐다. 배두나는 이미 SF를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산 SF는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너무 정겹고 반가웠단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고. 하지만 이 시리즈 원작인 ‘단편영화’를 본 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다’란 확신이 들었단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고요의 바다’에 대한 확연하게 갈리는 평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배우 배두나. 사진/넷플릭스
배두나가 이 작품에서 맡은 인물은 ‘송지안’이란 이름의 우주생물학자.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이 고갈된 황폐해진 가까운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버려진 달 기지 ‘발해’로 떠난 대원들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궁금한 지점은 이 작품에 쏟아지는 혹평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다. 배우들 입장에선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외부의 시선과 평가다.
“제 개인적인 견해라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완성본에 대해 충분히 만족해요. 그리고 제 주변 반응을 전해 드리면 의외로 평가가 좋았어요. 다음 편을 계속 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시청자 분들의 여러 평가도 당연히 알고 있고. 요즘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게 쏟아지는 데, ‘고요의 바다’는 그런 작품들의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잖아요. 제목 그대로 고요함 속에 소용돌이가 치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아마 그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렸을 것 같아요.”
그는 이런 ‘고요의 바다’가 완성 된 것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배두나는 할리우드 작품을 통해 SF장르를 경험한 바 있다. 워쇼스키 자매의 뮤즈로 통하는 그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에서 주조연급 배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그에 반해 ‘고요의 바다’는 제작비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작은 작품이다.
배우 배두나. 사진/넷플릭스
“한국형 SF란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겼죠. 저희 대표님이 어느 날 ‘시나리오 하나 들어왔어 읽어봐’ 그래서 주셨고, 저도 당연히 읽어봤죠. 그리고 며칠 뒤 ‘읽어 봤어?’ 이게 다였어요(웃음). 제 소감은 굉장히 영리한 SF물이란 거였죠. 전 해외 SF장르를 경험하면서 그 장르를 어떻게 그리는지 경험하고 봤잖아요. 그래서 ‘이게 될까’ 싶었죠. 근데 감독님 원작 단편을 보니 ‘가능하겠구나’ 싶었죠.”
판타지나 SF장르를 경험한 배우들에게 공통적으로 던져진 어려움을 꼽자면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게 ‘허공에 대고 연기하는 것’이란 대답이 나온다. 최근에도 여러 작품이 CG작업을 위해 배우들은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허공에 몸짓을 하고 보이지 않는 상대와 연기를 해야 한다. 배두나 역시 ‘고요의 바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을까 싶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 누구도 가보지 못한 달이다. 그리고 그곳에 건설돼 있다 상상하는 한국의 달 기지 ‘발해’가 배경이다.
“(웃음)말씀하신 대로 ‘클라우드 아틀라스’ 찍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그 지점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상상으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곤욕스러웠어요. 근데 몇 번 그런 걸 해봤다고 이번에는 좀 단련이 된 듯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에는 세트 분량이 진짜 많았어요. 오히려 실물 촬영이 많아서 기존 SF와는 촬영 현장 컨디션이 많이 달랐죠. 연기 하긴 정말 편했어요.”
배우 배두나. 사진/넷플릭스
오히려 진짜 힘들었던 점은 따로 있었다. 달에 불시착한 뒤 극중 몇 차례 입고 나온 우주복이다. 배두나는 지금까지 작품에서 험한 상황은 모조리 경험해 봤다. ‘킹덤’ 촬영 당시에는 손이 갈라지는 추위 속에서도 맨 손으로 산을 기어 다닐 정도의 고생도 감수했던 그다. 물론 그때보다 힘들다고 할 순 없지만 의외의 어려움이 그를 고생스럽게 했다며 웃는다. 정말 다신 경험하기 싫을 정도라고.
“대원들이 입고 나오는 그 우주복이 정말 무거워요. 진짜 너무 무거워요(웃음). 특히 그 헬멧은 머리에 한 번 쓰면 너무 꽉 끼고 또 숨도 잘 안 쉬어져요. 진짜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안들려요(웃음). 촬영하는 7개월 동안 거의 현장에서 우주복만 입고 다녔어요. 승모근이 불쑥 올라올 정도로 단련이 됐다니까요. 제가 다른 작품에서 별의 별 상황을 다 겪어 봤는데 이번에도 사실 만만치는 않았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된지 시간이 한 참 흘렀다. ‘스포일러’이지만 등장 인물 가운데 최후까지 생존하는 배역은 배두나가 연기한 ‘송지안’ 그리고 김선영이 연기한 ‘홍닥터’ 마지막으로 아역 배우 김시아가 연기한 ‘루나’다. 모두 여성들만 생존하게 된다. 감독의 특별한 의도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배두나는 특별한 이유라기 보단 자연스러운 스토리 흐름의 과정이었을 듯 싶다고 전했다.
배우 배두나. 사진/넷플릭스
“마지막 장면 찍을 때쯤 제가 ‘우리 셋만 남았네’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전까진 여자들만 남았단 걸 저희 셋 모두 느끼지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선영 배우와 시아와의 호흡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선영 선배는 그냥 최고에요. 선영 선배는 어떻게 연기를 해야 감정이 타이트해지고 찰지게 되는 지 딱 알고 접근하세요. 그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멋져요. 그리고 시아는 그냥 프로에요. 배역을 위해 손발톱까지 길러 왔다니까요. 모두가 감탄했어요.”
배두나는 모두가 인정하는 ‘넷플릭스의 딸’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런칭 전부터 함께 한 거의 유일한 배우다. 국내 서비스 되기 전 ‘센스8’에 출연했고, 국내 서비스 시작과 함께 전 세계에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킹덤’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후 영화 ‘페르소나’와 이번 ‘고요의 바다’까지 배두나와 넷플릭스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배우 배두나. 사진/넷플릭스
“(웃음)누가 저보고 ‘넷플릭스의 딸이냐’라고 했는데 너무 웃었어요. 근데 진짜 인연이 깊긴 하네요. 넷플릭스? 전 좋아요. 그 이유가 콘텐츠 자체에 굉장히 집중한다는 점 때문이에요. ‘킹덤’ 때 김은희 작가님이 말씀하시기를 ‘돈만 주지 코멘트는 안 한다’고 하셨잖아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스태프로서도 배우로서도 넷플릭스 작품을 할 때는 즐거운 거 같아요.”
배두나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작품만 크게 없을 뿐 상당히 다작을 소화하는 배우다. 물론 처음부터 다작을 소화하던 배우는 아니었다. 나이가 들고 배우 연차가 쌓이면서 직업적 마인드에 대한 개념과 생각 자체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본인도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이 최선일 듯하단다.
배우 배두나. 사진/넷플릭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몸 사릴 필요가 있나’란 생각이 들었죠.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이 결국은 내 전투력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일을 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요. 이젠 장르나 역할 가리지 않고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등 모두 해보고 싶어요. 물론 블록버스터도 해야죠(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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