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경관의 피’, 악에 대한 각기 다른 선의 사유
‘원칙론’ 신참 형사 vs ‘변칙론’ 베테랑 형사, 그리고 또 다른 형사
악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다른 시선, 악이 바라본 완전 다른 그들
2022-01-04 00:00:03 2022-01-04 00:0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결과가 정의롭다면 과정은 그렇지 못해도 정당하다 할 수 있을까. 반대로 과정이 무조건 정의로워야 결과에도 정당함이 부여될까.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 논리와 사고를 얘기할 때 언제나 논쟁 대상이 되는 두 질문. 이 질문은 인류가 풀어내지 못한 숙제처럼 여러 문학적 사고에서 사유되는 지점이다. 가장 가깝게는 할리우드 코믹스 영화 속 히어로들의 행동 양식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악을 처단할 수 있다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는 것, 그래도 악을 처단하기 위해 스스로가 악이 될 순 없단 자기 논리의 비약적 확대. 어쩌면 이 충돌하는 두 질문을 양비론적으로 끌고 갈 만한 사유는 그 질문 자체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질문한다. ‘당신은 이미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지 않냐라고. 동명 일본 소설이 원작인 경관의 피가 던지는 오랜만에 등장한 가장 깊은 영화적 사유다.
 
 
 
원작 소설은 국내 상황에 맞게 각색 됐다. 원칙론적 후배 형사 그리고 일종의 변칙주의자인 선배 형사가 중심이 된 심리 범죄 스릴러. 이 얘기 주요 동력은 의심이다. 타인에 대한 의심일 수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맥락은 자신에 대한 의심이다. 신입 경찰 최민재(최우식)는 융통성이라곤 1도 없다. 선배의 강압적 수사를 피의자 재판 과정에서 고스란히 증언해 버릴 정도다. “너만 옳은 것 같지란 핀잔도 들을 만하다. 그는 범죄를 처리하는 형사라면 응당 합법적 기준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라 여긴다. 자기 신념이라지만 아집에 가깝다. 일종의 원칙주의자라 불러도 되지만 조직과 조직원 모두에게 배척되는 원칙론일 뿐.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런 불편한 원칙론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경찰청 감찰계장 황인호(박희순). 그는 민재에게 두더지 제안을 한다. 경찰 뒤를 캐는 경찰. 일종의 언더커버지만 개념이 좀 다르다. 무엇보다 경찰이던 아버지의 기밀 파일을 넘겨주겠단 제안이 더 흥미롭다. 아버지는 경찰이었지만 의문의 죽음을 당해 순직처리도 되지 못했다. 민재는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인호는 민재의 원칙론이 내사에 큰 무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안 받은 민재가 감시할 대상은 광역수사대 박강윤 반장(조진웅). ‘유능이란 단어론 설명이 불가능한 형사. 에이스들만 모인단 광역수사대에서도 독보적이다.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일쑤. 근데 문제는 너무 능력이 출중하다 못해 독보적이란 점. ‘빨대라 불리는 정보원과의 관계도 수상하다. 범죄를 잡기 위해 범죄를 이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검은 거래에 대한 의심도 된다. 경찰과 범죄자 중간, 그 경계선을 위태롭게 타는 듯한 박강윤의 행보는 민재에겐 용납되지 않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듯한 막대한 자금, 그리고 경찰로서 상상을 초월한 뒷배경을 의심케 만드는 행보. 여기에 자신보다 먼저 그를 내사하던 경찰의 죽음까지.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무엇보다 민재의 호기심을 사로 잡은 것은 박강윤과 범죄의 관계. 마약조직 차동철(박명훈)의 검은 거래. 특히 몇 년 전부터 국내 마약 조직 보스이자 상위 1% 출신 나영빈(권율)을 노렸다. 정 관계는 물론 언론까지 휘어잡고 흔드는 나영빈 영향력에 박강윤은 약이 오를 때로 올랐다. 그를 잡기 위해 박강윤은 차동철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 관계는 박강윤을 노리는 황인호, 황인호의 사주를 받은 민재의 호기심을 끈다. 민재는 이쯤부터 스스로 되묻기 시작한다. 자신의 원칙론 그리고 박강윤의 변칙론에 가까운 결과론. 과정의 문제가 있을지언정 사실 바라보는 지점은 같은 데 말이다. 정의는 그렇게 결과로서만 대답하면 되는 걸까. 그리고 영화 제목처럼 자신에게도 흐르는 피의 실체를 알게 된 뒤 더욱 더 확신을 갖는 민재의 변화가 모든 흐름을 주도한다. 이제 모든 게 넘어왔다.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에서 원칙론자최민재 시선으로 바라본 박강윤과 황인호의 대립. 두 사람 다 경찰이다. 그리고 박강윤과 나영빈의 대립. 밝은 영역 그리고 선이라 불리는 경찰의 정의, 이어 어둔 그림자를 담은 악이란 그릇의 범죄자. 백과 흑, 또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출발하는 선악 충돌은 명확하다. 하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 양측의 경계선. 즉 회색지대 속 얘기. 박강윤은 그걸 짚어내고 최민재는 그걸 고민하고 황인호는 그걸 거부한다. 그래서 황인호가 최민재를 선택했고, 최민재란 무기를 통해 박강윤을 견제하려 했으며, 박강윤은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전진한다.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 지점이다. 최민재도 경찰이고, 박강윤도 경찰이고, 황인호도 경찰이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이 바라보는 악의 관점은 전부 다르다. 그들이 바라보는 선의 관점도 모두 다르다. 그들은 모두 같으면서도 모두 다른 걸 바라보고 있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지는 법이다. 앞서 언급한 회색지대는 박강윤의 땅. 흰색은 민재와 인호다. 그리고 그들은 검은색을 노린다. 하지만 검은색은 인호에겐 강윤이고 민재에겐 강윤인 것 같다정도. 강윤은 오롯이 범죄라 불리는 나영빈뿐. 돌고 돌며 또 돈다.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이 경계선의 명확성을 인식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재와 인호의 타깃이 된 박강윤. 놀라운 점은 강윤은 민재와 인호가 자신을 노린단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안다. 그럼에도 그걸 피하지 않고 직진한다. 민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신념에 균열을 일으키고 인호는 그 신념이 더욱 굳건해 진다. 경험에 대한 믿음의 균열이다.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는 이런 믿음의 균열, 믿음의 허상 등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기본적인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같다. 모든 인물이 과정에 대한 얘기를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과정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원론적인 결과론, 결과가 정의로우면 과정은 그렇지 못해도 정당한가. 과정이 정의로워야만 결과도 정당한가. 이 논리를 추론하는 과정을 묻는다.
 
영화 '경관의 피'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영화가 질문한다. 최민재는 선택했다. 박강윤도 선택했다. 황인호도 마찬가지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 인가. 악에 대한 응징은 과정이 옳든 그렇지 않든, 결과가 그렇든 그렇지 않든. 양비론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결국 양시론으로 끝을 맺어야 옳은 것일지 모를 일이다. 악에 대해서 만큼은. 과정이 옳든 그렇든 문제가 안 된다. 모두가 옳다. ‘경관의 피를 보면 부인할 수 없는 지점이 그것이다. 개봉은 오는 5.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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