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풀자마자 돌변한 탈레반…"남자 동행 없이는 여성 여행 금지"
입력 : 2021-12-27 16:13:31 수정 : 2021-12-27 16:13:31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여성의 외출·여행에 대해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권선징악부가 여성의 차량 탑승과 관련한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규칙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와 소유주는 남성 친척을 동반하지 않은 여성이 72km 이상 이동하려 하는 경우 이들의 탑승을 거부해야 한다. 또 머리카락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인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도 차량에 태워선 안 된다.
 
인권단체들은 탈레반의 이번 지침 발표에 비난을 쏟아냈다.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 인권 부국장은 “이 규칙은 여성을 죄수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유로운 이동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도망갈 기회도 빼앗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탈레반의 이번 발표는 미국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가 아프간 원조 재개와 탈레반을 향한 경제제재 완화를 결정한 직후 나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 22일 미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아프간에 향후 1년간 원조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내줬다. 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아프간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 지원을 1년간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미 당국과 유엔은 탈레반과 세금, 수수료, 공과금 납부 등 공적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프간은 탈레반 재집권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심화한 가운데 가뭄, 실업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아프간 원조 재개 확정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셰르 모하마드 압바스 스타넥자이 외교부 정무차관은 26일 발흐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 관계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아프간은 독립 국가이고 미국이 내정 간섭해선 안 된다”며 “여성은 일하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만 아프간 문화는 서구 문화와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8월 중순 재집권 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3일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은 재산이 아니라 고귀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다”며 ‘여성의 권리에 대한 특별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성 본인의 동의가 없는 결혼이 금지됐고, 남편이 숨진 경우 아내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됐다. 당시 외신들은 탈레반이 여성 인권 수준을 해치지 말라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력에 놓인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아프간 헤라트의 타즈로바와이(Tajrobawai) 여고에서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아프간 대부분의 여자고등학교는 탈레반 지도부가 수업을 금지했지만 이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지역 탈레반 관리자들을 설득해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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