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 대치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파국을 염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졌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직 등 선대위 직책을 사퇴한 뒤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는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으로 공개 지목했고, 이 대표 측은 여기에 권성동 사무총장과 윤한홍 의원까지 추가했다. 공개비판을 통해 선대위 내의 내밀한 부분까지 드러내며 윤 후보를 압박하는 벼랑끝 전술로, 잠행하며 숨바꼭질했던 1차 내전 때와는 결이 다르다.
26일에도 비판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이재명이란 조커에 맞서는 배트맨이어야 하는데, 고담시 경찰국장이 돼버렸다"며 "조커를 못 이길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 "윤 후보에게 알랑거려서 정치하려고 했다면 '울산 합의'도 없었다"고도 했다. 윤 후보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 대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제 사퇴를 강하게 만류했던 것도 본인 혼자서 윤핵관 또는 비선들과 맞서 싸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부인 김건희씨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공론화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 직접 원인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 사태였지만, 그 배경에는 김씨가 자리하고 있다.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한 선대위의 대응 대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관계 부인과 방어로만 일관하는 윤핵관과의 입장 차이가 컸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후보 말씀을 전하겠다" 등 윤 후보의 뜻을 팔아 선대위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사례들도 드러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뉴시스
이 대표의 계속된 공개비판에 당내에서도 피로감과 함께 이 대표를 향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다소 중립지대에 섰던 인사들까지 이 대표의 자중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개인적 불만에 사로잡혀 내부에 총질을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앞서 '당대표 패싱' 항의 차원에서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을 잠행하다가 나흘 만에 '울산 담판'으로 자신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켰던 벼랑끝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총괄위원장이 강하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임태희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은 이 대표가 주장하는 윤핵관의 존재에 대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부정했다. 또 "경선 시절에 핵심적인 분들이 독점하려고 하는 형태는 통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돼 있지도 않다"고 했다. 김종인 영입 일등공신으로 비교적 온건파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금은 후보의 당선에 도움되는 행위는 선(善)이고, 후보의 당선에 방해가 되는 행위는 악(惡)"이라며 이 대표의 자중을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채널은 사실상 끊겼다.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전후로 윤 후보와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저도 할 이유가 없고 후보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울산 회동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더 이상 이 대표의 전략에 휘말려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 대표와 함께 해왔던 김 총괄위원장도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 문을 닫았다. 다만, 윤 후보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기 위한 이 대표와의 모종의 합의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여전하다.
거듭된 내홍에 윤 후보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지난 23일 발표한 대선후보 4자 가상대결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 지지율은 29%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35%보다 6%포인트 뒤처졌다. 특히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주 전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하락해 18%에 그쳤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이 윤 후보의 '공정' 가치에 대한 의문을 키운 데다, 2030 남성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 대표의 이탈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안팎의 중론을 취합하면, 결국 키는 윤 후보가 쥐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조급함과 위기감을 느낀 윤 후보가 다시 이 대표를 찾을 경우 이 대표의 승부수는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된다. 반면 윤 후보가 번번이 벼랑끝 전술을 일삼는 이 대표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고 최종 결심하게 되면 이 대표의 대선 역할도 여기에서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윤 후보로서는 리더십에 또 다시 상처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