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인터넷은행들이 금융이력이 적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중금리대출) 확대에 분주한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시장 진출을 서두른다. 정부가 고강도 가계부채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중금리 대출은 제외키로 방향을 잡으면서다.
2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11월 전체 신용대출 중 연 5% 이상 대출을 실행한 비중은 평균 74.2%로 10월 39.2% 대비 35.0%p 늘었다. 앞서 카카오뱅크의 중신용대출 취급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5.7%로, 이 이상 금리대가 중·저신용자 몫으로 추산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이 금리대 대출 취급 비중을 올 1월 3.1%에서 전달에는 90.3%까지 끌어올렸다.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대출을 확대한 것은 금융당국의 입김이 컸다. 이들이 고신용자 대출에만 치중하자 당국은 5월 도입 취지를 살려 연말까지 관련 대출 비중을 카카오뱅크 20.8%, 케이뱅크 21.5% 달성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6월부터 신용이력 부족자들을 품을 수 있는 대안정보를 반영한 새 신용평가모형(CSS)를 적용했다. 케이뱅크도 조만간 중·저신용자용 CSS 고도화를 마친다.
시중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련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은행별로 내년도 중금리대출 취급 계획까지 접수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규제가 지속돼 고신용자 신용대출이 위축될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신용대출의 새 고객군을 확보해야할 필요도 커졌다.
관건은 인터넷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CSS의 도입이다. 평가를 위한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지자 은행들은 너나할 것 없이 대안정보 마련에 나선 상태다. 그간 금융사들이 이용하지 않았던 비금융 정보들로 은행들은 당국의 부수업무 허용을 통해 이종업종으로 사업 방향을 넓히거나, 외부 사업과의 업무제휴를 키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땡겨요'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정을 받은 혁신금융 서비스로 금융사가 음식주문 중개플랫폼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플랫폼 이해관계자들의 편익 증대와 함께 생활데이터 확보로 수신·여신 등 다양한 상품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의 혁신금융 모델인 이동통신서비스 '리브엠'도 이용 고객의 실질적인 혜택 강화와 더불어 출범부터 생활데이터 확보에 방점을 뒀다. 우리은행은 이달 17일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앱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배달해 주는 'My편의점'을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8일 입출금통장 거래 내역을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 상태다.
하지만 중금리대출 시장이 정부 생각만큼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CSS를 어느정도 개발한 데다 아예 고신용대출을 중단까지했던 인터넷은행들도 9월말 기준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이 13%대에 그치는 등 당국과의 약속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시장은 기존 은행들도 위험도가 큰 시장이라 판단해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CSS 개선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 고객 내지 기존 시중은행 고객을 갈아타게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을 보면 현재로썬 시장 파이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이 바뀐 시장에 맞춰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가운데, 국민은행 명동지점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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