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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취업문, 어딜 두드릴 것인가
2021-12-22 06:00:00 2021-12-22 06:00:00
"일자리가 없다"vs"사람이 없다"
 
앞은 청년, 뒤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다. 청년의 일자리난은 일상화됐다. 대학교 졸업을 미루면서 취업에 매달리는 게 흔한 일이 된 지 오래고 작은 가게를 차렸다가 금방 문을 닫는 청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가 대기업에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공식적인 약속까지 받았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함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의 상황도 절박하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 이상이 올해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 2019년보다 8%포인트가량 많아진 것이다.
 
채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로 '적합한 인재가 없어서'와 '지원자 모수가 너무 적어서'라고 답했다. 올해 채용한 인원은 애초 계획했던 인원의 39.3%로 집계됐다. 10명을 뽑으려고 했지만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4명밖에 채용하지 못한 셈이다.
 
또 중소기업의 70%는 평소에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복수 응답)로는 '회사 규모가 작아서', '연봉이 낮아서', '회사의 인지도가 낮아서'를 각각 40% 이상 꼽았다. 구인난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직자의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취업난과 구인난의 공존이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누구라도 규모가 작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연봉이 낮은 곳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더 많은 연봉을 주고 더 많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다. 스스로도 얼마 전까지는 당연히 대기업이 낫다고 여겼다. 하지만 근래에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체로 보면 대기업의 모든 여건이 중소기업보다 좋은 게 맞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입장에서도 그렇다고 하긴 어려울 듯해서다.
 
대기업의 올해 연말인사에서는 젊은 임원의 발탁과 전진 배치가 두드러졌다.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빨리 임원이 되고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만 쉴 새 없이 실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더 짧은 시간 내에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과거의 성과를 떠나 현재에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어 유휴인력으로 분류된다면 살아남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여건이 나아질 가능성이 보인다. 소위 잘나가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고 좀처럼 거스르기 힘든 문화란 힘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소기업 수출액은 올해를 한 달 남긴 지난달 말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1052억달러를 돌파했다. 10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화장품과 진단키드 등 의약품, 농산·수산·축산 가공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K-뷰티, K-방역, K-푸드 열풍 덕분이다.
 
튼튼한 성장판이 있다면 기업의 규모나 당장의 연봉은 중요하지 않다. 성장이 거듭되고 구성원이 받는 대우도 크게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입지를 구축한 경우라면 개선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가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두 해 있다가 그만둘 직장을 찾는 게 아니라면 5년, 10년 그 이후까지 생각해 자신에게 더 나은 곳이 어딘지를 현명하게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전보규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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