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마블 스튜디오는 전 세계 상업 영화 시장에 ‘세계관’이란 설정을 끌어 들인 장본인이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란 세계관은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영화 시장 상징이자 주류였고, 메인이었다. 하지만 2019년 마블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이 세계관 3장에 해당하는 ‘페이즈3’ 막을 마무리시켰다. 이제 새로운 시작 ‘페이즈4’다. 이미 올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포문을 열었다. 동력은 부족했다. ‘어벤져스’란 히어로 연합체 그리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로 대변된 힘과 정의에 대한 질서와 시각 차이 등을 담은 주제 의식과 메시지. ‘타노스’란 최종 빌런과 함께 ‘시간’을 움직이는 설정까지 끌어 들이며 ‘코믹스’를 확장시켜 MCU로 온전히 정착 후 막을 내렸다. ‘마블’은 이제 상업 영화 시장 ‘바이블’이다.
앞선 세대의 막은 내렸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기다린다. 우선 마블은 새로운 세대 구축의 페이즈4 동력을 ‘멀티버스’ 즉 ‘다중우주론’으로 정했다. 원작 ‘코믹스’에도 등장했고, 실제 과학에서도 정론은 아니지만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이론이다. 마블이 설정을 확정한 상태에서 가장 적절한 매칭을 이뤄야 한다면 답은 정해진 상태였다. ‘스파이더맨’이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미 ‘어벤져스’ 시리즈와 솔로무비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힘을 보여 준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마블이 페이즈4 동력으로 낙점한 멀티버스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안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전편 ‘파 프롬 홈’에서 피터 파커의 정체가 미스테리오에게 탄로난 이후 상황을 담았다. 이제 세상 모두가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을 안다. 문제는 그의 연인 MJ(젠데이아 콜먼)와 절친 네드(제이콥 베덜런)까지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것. 피터의 이모 메이(마리사 토메이)도 위협 받는다. 미디어가 스파이더맨을 살인자, 반면 미스테리오를 지구를 구한 영웅으로 추켜 세웠다. 모두가 미스테리오의 술책. 이제 피터는 살인자이면서 악당이다. 물론 증거불충분으로 법적 책임을 면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사진/소니픽쳐스
피터는 자신의 곤욕스러움은 둘째고 MJ와 네드 그리고 메이 이모의 곤란함을 해결해야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다. 그를 찾아가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 부탁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상징 ‘아가모토의 눈’(타임 스톤)이 ‘타노스’에 의해 소멸됐다. 불가능한 부탁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른 주문을 떠올린다. 닥터 스트레인지 조력자 ‘웡’은 ‘그 주문’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웡의 경고가 현실이 됐다. 그리고 피터의 욕심이 경고를 현실로 만들었다. 멀티버스의 경계가 무너졌다.
무너진 멀티버스 틈바구니로 여러 빌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거대한 기계팔을 휘두르던 ‘닥터 옥토퍼스’, 하늘을 날라 다니며 폭탄을 집어 던지는 미치광이 광대 ‘그린 고블린’, 온 몸이 전기 그 자체인 ‘일렉트로’, 거대한 인간 도마뱀 ‘리자드’, 그리고 모래와 인간이 결합된 ‘샌드맨’이 모두 등장한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최대 위기다. 빌런 만 무려 5명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사진/소니픽쳐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MCU를 이끌던 두 리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모두 퇴장했다. 구심점 자체가 사라졌다. 마블을 소유한 디즈니의 OTT플랫폼 디즈니+를 통해 각각의 캐릭터 세대 교체를 담은 단독 시리즈가 연이어 공개 중이다. 하지만 세대 교체 진행 과정과 결과가 이뤄진 뒤에도 팀 전체를 이끌어 나갈 메인 리더는 필수적이다. ‘멀티버스’를 페이즈4 메인 콘셉트로 선택한 마블에게 리더 자리는 무조건적으로 ‘스파이더맨’이어야 한다. 이유는 이렇다.
‘멀티버스’, 즉 다중우주론은 ‘나와 다른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설정. 마블 세계관 히어로 캐릭터 가운데 ‘스파이더맨’만 유일하게 세대 교체가 진행돼 세계관을 구축해 온 캐릭터다. 현재는 세계관 통합과 함께 저작권 통합도 이뤄진 상태. ‘스파이더맨’ 저작권을 소유한 소니픽처스가 1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그리고 2대 ‘스파이더맨’(앤드류 가필드)까진 독립 세계관을 이어갔다. 하지만 3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부터 마블 스튜디오와의 저작권 공유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멀티버스’ 자체가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위해 준비한 설정처럼 딱 들어 맞게 됐다. 설정 자체의 모순과 오류를 완벽하게 뛰어 넘어 버릴 수 있게 열쇠가 된 셈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사진/소니픽쳐스
주인공 캐릭터만 공유될 뿐 전혀 다른 세계관 속에서 진행된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설정상 가장 나이가 많은 1대 스파이더맨부터 그 다음 2대 스파이더맨 그리고 가장 나이가 어린 3대 스파이더맨까지. 설정의 오류와 모순이 ‘멀티버스’로 인해 완벽하게 통합됐다. 코믹스 특유의 매력적인 빌런까지 모두 공유된 셈이다. 마블이 추구한 페이즈4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외에는 애초부터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페이즈4 출발을 위한 이전 세계관 흔적 정리와 함께 캐릭터 재정립 의도가 크다. 세계관 흔적 정리는 ‘엔드게임’ 이후 흩어진 타임라인을 하나로 끌어 모아 통합하는 기능 그리고 마블 마니아들의 관심을 새로운 판으로 끌어 들이는 역할이다. 무엇보다 ‘노 웨이 홈’으로부터 스파이더맨이 새로운 마블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과 기틀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일 수 있을 듯하다. ‘스파이더맨’은 히어로 특유의 정체성 혼란에 대한 얘기를 담은 캐릭터가 아닌 성장에 대한 메시지가 주된 동력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인 주제는 이번 ‘노 웨이 홈’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사진/소니픽쳐스
예상대로 당연히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모든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시리즈의 ‘부제’처럼 돌아갈 집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피터 파커는 이전보다 크게 더 성장한다. 너무 아프고 눈물겨운 성장이다. 하지만 관객들에겐 이 보다 더 짜릿하고 찬란한 새로운 출발은 없을 듯하다. 12월 15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 쿠키 영상은 두 개.
쿠키-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등장하지 않은 유일한 ‘스파이더맨 세계관’ 빌런. 해당 빌런에 대한 에피소드다.
쿠키-2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예고 영상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와 멀티버스에 대한 얘기를 그린다. 깜짝 놀랄 인물이 빌런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P.S.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관람 중 반드시 탄성을 지르는 장면이 등장하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를 이해하고 있다면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그것’에 대한 해답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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