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태오의 절박함 보단 유쾌함 넘친 ‘로그 인 벨지움’
촬영 때문 머문 벨기에 뜻하지 않은 ‘고립’…“공포 잊기 위해 찍어”
“편집 장면 중 ‘내 올 누드’도 있어…여러 유명 작품 오마주하기도”
2021-12-13 01:35:00 2021-12-13 01:35: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요즘 다시 보면 어떨까 싶다. 어느덧 코로나19 펜데믹 2년 가까이 흘렀다. 여전히 세상은 고립이다. 그 안에서 여전히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방황하고 혼돈을 겪는다. 그 감정을 가장 오롯이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낸 영상이 있다. ‘영화란 매체를 통해 표현돼 있지만 사실 영화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온전하게, 가장 순수하게 한 사람의 고립과 고독 그리고 그 안에서 겪는 혼돈에 대한 기록이다. 배우 유태오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그가 그걸 고스란히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었단다. 그랬을 것 같다. 낯선 나라에서 혼자였다. 모든 게 낯설었다. 그곳에서 혼자였다. 그는 기록을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배우로서 그리고 어떤 면에선 연예인으로서 폼 한 번 잡아보려고 찍은 게 절대 아니다. ‘죽을 것 같다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찍은 영상 속 유태오는 버티기 위해 다양한 일상을 경험했다. 그러다 스스로를 분열시켜 또 다른 유태오를 만들었다. 그는 고립과 고독 방황과 혼돈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유태오와 함께 로그 인 벨지움을 만들어 냈다. 유태오가 말한 로그 인 벨지움’. 요즘 같은 시기 더 없이 좋은 버티기 교과서.
 
배우 유태오. 사진/(주)엣나인필름
 
코로나19 펜데믹선포 직전이었다. 유태오는 글로벌 시장에 공개되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벨기에 앤트워프에 체류했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촬영은 중단됐다. 동료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 모두가 고국으로 돌아갔다. 유태오가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스케줄이 꼬여 버렸다. 타이밍이 틀어진 것이다. 뜻하지 않게 혼자 고립돼 버렸다.
 
정말 공포를 줄이기 위해 생존하려고 뭔가를 찍기 시작했어요. 그때 숙소에서 고인이 된 히스 레저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히스 레저가 자기 모습을 많이 찍고, 그가 죽은 뒤 푸티지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잖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당시에는 더 그랬지만 전 거의 무명이고. ‘만약 여기서 내가 죽는다면 누가 나 기억할까란 공포감이 밀려왔죠. 어떤 목적이 아니라 그냥 찍었어요. 그게 시작이에요.”
 
놀랍게도 로그 인 벨지움은 국내에서 출시된 국산 휴대폰 하나로 촬영됐다. 출시한지도 꽤 오래된 구형 휴대폰이다. 정말로 이 휴대폰 하나로 모든 촬영을 진행했단다. 영화로 만들거나 누구에게 보여 줄 의도나 목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휴대폰 하나면 가능했다고 웃는다. 완성된 로그 인 벨지움의 러닝타임은 총 65분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언급했듯 생존을 위해 촬영을 시작했기에 총 촬영 분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우 유태오. 사진/(주)엣나인필름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 데 대략 80시간 이상을 찍은 것 같았어요. 벨기에 있던 시간 그리고 한국에 넘어와서 공개된 촬영 분량까지. 휴대폰을 충전하는 시간을 빼면 그냥 계속 찍었어요. 처음 편집을 했을 때 러닝타임이 1시간 35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밀도가 높고 재미가 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좀 더 자르고 덜어내는 걸 했죠. 꽤 많이 덜어냈어요(웃음). 다시 보니 민망한 것도 많았고요.”
 
생존을 목적으로 고독을 버티기 위해 처음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 방향성이 모호하기도 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덜어낸 장면 중에는 꽤 민망한 것들이 많았단다. 벨기에 앤트워프 호텔에 머물 당시 미국에서 오디션 요청을 받아 급하게 혼자 만드는 과정도 담겼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또 다른 유태오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실제의 유태오와 다른 유태오의 대화는 꽤 기묘했다. 물론 좋은 장면들일 뿐이다. 편집에서 지우고 덜어낸 장면은 지금 봐도 민망하다고.
 
혼자 술을 마시고 찍은 장면들도 꽤 많았는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제가 질문을 던지고 또 제가 만든 다른 유태오가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그런데 술을 마시고 하다 보니 엉망진창이 되더라고요. 술을 마시면 뭔가 좀 더 솔직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억지스런 느낌이 강했어요. 술이란 자극이 오히려 제 순수한 의도를 희석시키더라고요. 그리고 누드 장면도 꽤 있어요(웃음). 저도 혼자 있을 땐 그냥 누드로 다니기도 해요. 그런 걸 보여 드릴 순 없잖아요(웃음)”
 
배우 유태오. 사진/(주)엣나인필름
 
목적이 없이 처음 시작했던 작업이었지만 유태오 스스로 배우란 정체성이 있었기에 여러 유명 작품의 분위기를 끌어 오기도 했다. 유태오가 배우를 꿈꾸던 시절부터 동경했던 여러 작품이 로그 인 벨지움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연출을 둘째고 편집이 상당히 과감하게 이뤄진 스타일이다. 이런 부분은 1990년대 홍콩영화 스타일이 꽤 많이 투영된 느낌이기도 하다. 유태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꽤 많은 작품을 오마주한 느낌이 있어요(웃음). 제가 만두를 빚어 먹은 뒤 체한 장면은 중경삼림을 생각하며 연출해 봤던 부분이에요. 극중에 대사와 자막으로 흘러가는 사람이 외로울 때 그 사람은 진짜가 된다. 진짜 자기 자신은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 말을 인용한 거죠.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와 오손 웰즈의 거짓의 F’도 굉장히 영감을 많이 준 작품이에요. 저 스스로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고 백남준 선생님도 영향을 주신 분 중 한 분이세요.”
 
극 흐름에서 꽤 눈길을 끄는 지점도 있다. 어떤 면에선 뜬금 없을 수도 있었다. 배우 이제훈과 천우희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유태오와 만나 허물 없이 대화하고 그의 작품 고민을 함께 나누며 얘기를 하는 장면을 로그 인 벨지움안에 담았다. 유태오와는 전혀 다른 결의 느낌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잘 맞는 친한 베스트 프렌즈 가운데 드는 지인들이라고 그는 공개했다.
 
배우 유태오. 사진/(주)엣나인필름
 
제훈씨와는 예전 한 이벤트에서 만나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우희씨는 영화 버티고에서 함께 출연한 뒤 친해졌죠. 저도 술을 별로 즐기는 타입이 아닌데 두 사람이 그래요. 그래서 차 마시면서 몇 시간씩 대화하고(웃음). 외국의 한 독립영화에서 얻은 영감이었는데, 주변의 친한 지인들에게 제 영화를 평가 받는 모습을 넣고 싶었죠. 두 분에게 제안 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로그 인 벨지움은 사실상 다큐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굉장히 애매하고 모호한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단 점이다. 이런 장르 혹은 부류의 영상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유태오가 만든 로그 인 벨지움은 굉장히 직설적이다. 돌려 말하지 않는다.
 
배우 유태오. 사진/(주)엣나인필름
 
아내인 니키가 편집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전 개인적으로 타인의 의견, 특히 아내인 니키의 의견을 정말 잘 따라요(웃음). 물론 최종 결정은 제가 선택을 하죠. 아마 니키와 그리고 다른 주변의 도움을 주신 분들 그리고 마지막 제 선택이 더해져서 지금의 직설적인 로그 인 벨지움이 탄생된 것 같아요.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 자신부터 재미있는 걸 좋아해요. 재미가 없으면 의욕도 안 나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걸로 꼭 찾아 뵙겠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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