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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차별화에 청와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속내 부글부글? "전혀"…차별화로 보지 않는다는 시선도 존재
2021-12-08 16:47:26 2021-12-08 16:47:2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최근 문재인정부와 차별화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가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 평가로, "정부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행보를 차별화로 보지 않는 시선도 존재했다. '부글부글' 속내가 불편하다는 해석은 분명 청와대 기류와는 달랐다. 
 
복수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차별화 행보에 대해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금천구 SK브이원에서 중소·벤처기업 정책공약 발표 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코로나 손실보상, 조국 사태 등과 관련해 수위를 조절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7일 무주택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투기수요 억제 정책이 풍선효과만 발생시켰다면서 공급 확대를 약속했고, 서울대 초청 강연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률이 급증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금융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6일에는 소상공인과 함께 한 선대위 회의에서 "코로나19로 국가 지출이 얼마나 늘었나. 정말 쥐꼬리"라며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재정 당국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 후보의 행보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미래 (대통령)후보로서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를 떠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현 정부보다 당연히 더 나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나온 분들"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정부가 100%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책 중에)잘못했다고 하는 것도 있다. 그 부분들은 후보들이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수석은 이 후보가 특히 각을 세우고 있는 부동산과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해서도 "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지적에 대해 "당연히 코로나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 비판에 대해서는 "이 후보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비판한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여당 후보의 공약이라는 건 현 시점이 완벽하지 않으니 개선하겠다고 내는 것"이라며 "이번 정부가 하는 일 중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게 있어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고, 특히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같은 것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라서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26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지어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비판을 차별화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여야를 떠나 어떤 후보든 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을 차별화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후보마다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 후보의 차별화 전략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 여당 대선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차별화를 용인한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경우,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임기 막판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정부 성과를 강조하며 여당 지지층을 결집,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40%에 육박하지만, 정권심판 여론도 50%가 넘는다. 문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만으로는 이 후보의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이러한 이유로 향후에도 정권심판 쪽으로 기울어진 민심을 의식,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 속에서 자신만의 다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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