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연, 나흘만에 사퇴…'검증영역' 어디까지냐는 숙제(종합)
조동연, 오전 전화로 송영길에 사퇴의사 표명…이재명, 오후에 사의 수용
"책 한권 읽고 조동연 추천"…민주당 허술한 인재영입엔 이재명도 격노
가세연·황색언론 등 무차별 신상털기엔 언론윤리헌장 훼손 등 논란 가열
입력 : 2021-12-03 15:18:40 수정 : 2021-12-03 15:20:0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3일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했다. 지난달 30일 영입 직후부터 사생활과 전문성을 놓고 의혹이 쏟아지자 나흘 만에 거취를 결정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이 선대위 쇄신 차원에서 단행한 외부인재 영입 1호다. 조 교수 사퇴로 민주당은 쇄신만 쫓다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동시에 조 교수 가족 신상공개 등 무차별적 사생활 검증도 도마에 오르면서 공인에 대한 '검증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기게 됐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조 교수가 송영길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송 대표는 이 후보와 논의해 사직을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조 교수와 통화를 했다"면서 "조 교수가 저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제발 자기 아이들과 가족들에 대해 공격을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번 주말 조 교수를 만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 교수의 사퇴 의사가 워낙 확고해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고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새로운 민주당 1일차"를 공언한 후 신속하게 일하고 민심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2030세대와 소통하는 선대위를 꾸리겠다고 쇄신 의지를 재천명했다. 조 교수는 이런 기조에 맞춰서 발탁된 인재영입 1호 사례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30일 조 교수 영입을 발표하면서 2030세대이며, 남성들 영역이었던 여군 출신(육군사관학고 60기)인 데다, 워킹맘이자 우주항공산업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정치 신인인 조 교수를 송영길 대표와 동일한 선대위 직책에 전격적으로 임명한 건 그에 대한 이 후보와 민주당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방증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영입 직후부터 전문성과 사생활 논란에 시달렸다. 조 교수는 우주항공 전문가로 소개된 것과 달리, 2019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작성한 논문도 올해 7월 발표한 '미래 우주전과 3D전략'이 유일한데, 학계에선 "연구 논문이 아닌 기고문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조 교수는 또 지난해 4월에야 항공우주학회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정회원은 전문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입회비와 회비만 내면 된다.

특히 군 일각에선 육사를 졸업해 소령까지 진급했으면서도 전역하고 교수로 전직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군 복무 중 국내외 명문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미연합사령부와 육군본부 등 요직을 거쳤음에도 전역한 것에 대해선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흘러나왔다. 이는 곧 이혼과 재혼 등 사생활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조 교수가 사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사퇴 의사 표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교수가 사퇴함에 따라 그를 둘러싼 논란은 정리될 전망이지만, 민주당은 인사 검증 실패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조 교수 영입은 이용빈 수석대변인이 송 대표에게 추천하고,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이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가 "2030세대를 대표하고 민생·실용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릴 인재를 찾아달라"는 주문에 조 교수의 저서 '우주산업의 로켓에 올라타라'를 읽고 그를 추천했다. 민주당 1호 인재영입은 책 한 권을 읽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당연히 인사 검증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조 교수를 보면 자신만의 비전 등이 충분하다", "젊은 전문가들은 조금 관대한 시선으로 봐야 하다"고 사태를 낙관, 화를 키웠다. 이에 선대위의 2030세대 실무진들은 2일 이 후보와 간담회를 하면서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고 나를 대표할 능력이 있는 인재여야 한다"며 "기회주의가 아닌 납득할 검증을 거친 인재를 원한다"고 민주당의 인사 실패를 지적했다.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조 교수의 논란에 대해선 이 후보도 송 대표에게 격노를 표출했다.
 
한편 조 교수 논란은 공인에 대한 검증영역이 어디까지인지에 관해서도 과제를 남겼다.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대표: 김세의, 소장: 강용석)는 '[충격단독] 이재명 영입인재 1호 조동연…혼외자 폭로 (DNA 친자확인)'라는 제목까지 쓰며 조 교수 가족 신상공개와 사생활 파헤치기에 몰두했다. 일부 황색언론도 가세했다. 이런 태도는 언론 윤리헌장의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라는 가치를 훼손하기에 충분하다
 
무차별 가족 검증에 대해 조 교수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굴 원망하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며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한순간에 더럽혀지고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현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만 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한다"며 "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조 교수의 사퇴 의사를 전달한 송 대표도 가혹한 검증엔 불쾌감을 표출했다. 송 대표는 "조 교수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거나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사람이 아니다"라며 "10년 전 이혼한 사실을 가지고 아이 얼굴과 이름까지 밝혀서 공격하는 비열한 행위는 언론 정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혐의로 강용석 변호사와 가세연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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