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식품업계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가격 인상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전략인데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제품 가격만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비비고 도가니곰탕과 비비고 꼬리곰탕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비비고 국물요리 프리미엄 제품이다. 실제로 두 제품 가격은 각각 8180원으로 다른 비비고 국물요리 제품(한우사골곰탕)보다 약 3.8배 비싸다. CJ제일제당은 사골 육수를 8시간 동안 고아 냈으며 뼈를 발라내는 등 비비고 도가니곰탕과 비비고 꼬리곰탕을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하림은 더 미식 장인라면의 한 봉지의 가격을 22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점유율 1위 신라면(900원)의 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았던 신라면 블랙(1700원) 보다 더 비싸다. 이어 하림은 더 미식 장인라면의 컵라면 제품 가격은 2800원으로 맞췄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심한 라면시장에서 2000원이 넘는 제품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제조 원가가 많이 들어가 판매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본질의 맛 추구하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는 게 하림의 설명이다. 하림에 따르면 더 미식 장인라면은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을 20시간 동안 직접 끓여 육수를 만들었다. 이에 스프는 분말이 아닌 페이스트 형태로 제공된다. 또 유탕면 대신 건면을 활용했다. 면발을 살리기 위해 직접 만든 육수로 면을 반죽했다.
한 봉지의 가격이 2200원인 하림의 더 미식 장인라면. 사진/하림
한편 농심은 새우깡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새우깡 블랙을 출시하기도 했다. 새우깡 블랙은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트러플 오일을 활용했다. 특히 트러플 중에서도 고급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산 블랙트러플을 활용했다. 또 기존 새우깡보다 새우 함량을 2배 늘렸고 너비는 1.5배 넓혔다.
농심에 따르면 기존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cm 크기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제조 원가가 높아진 만큼 가격도 비싸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우깡 블랙의 한 봉지 가격은 1500원대다. 이는 기존 새우깡(1000원) 대비 50% 더 비싸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고가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까닭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프리미엄 국물 요리 제품 매출 비중은 지난 9월 누계 기준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2019년 비중(15%)과 비교하면 2년 새 2배 이상 커진 수준이다.
또 소비재 특성상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큰 만큼 기업은 고급화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 인상 효과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다만 이 제품들이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전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내놓으며 가격을 1600원으로 설정했으나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에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식품업계의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시장에서 제품 가격만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 소비재 시장에서 원자재 값도 오르는 등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F&B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면서 “프리미엄 제품이 고가격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는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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