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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후보가 없다!
2021-10-05 10:27:25 2021-10-05 11:23:32
대이변이 있지 않는 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대선주자는 이재명 후보로 확정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낙연 후보는 강성 친문 눈치만 살핀 끝에 '이재명 때리기'에 몰두, 힘 한 번 못쓰고 탈락 문턱에 섰다. 국민의힘 경우, 유승민 후보가 좀처럼 '배신자'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윤석열, 홍준표 두 사람 중 하나로 최종후보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나름 공고한 지지층을 자랑한다지만 국민적 비호감 또한 만만치 않은 이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 사진/뉴시스
 
이재명 후보의 '형수 쌍욕' 파문은 본선에서 또 한 번 격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홍준표 후보는 "전국 유세차에서 사흘만 쌍욕을 틀어버리면 선거는 끝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법적 문제를 비롯해 정치 공방이 뒤따르겠지만 홍 후보의 성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재명 후보는 형수 쌍욕 건에 대해 불우했던 가정사를 배경으로 해명하고, 거듭 사과를 해왔다. 반면 '대장동 의혹'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민간 독자개발을 막고 민관 합작을 통해 성남시가 550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환수한 모범사업이자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 자랑하지만, 화천대유로 대표되는 일부가 엄청난 이익을 챙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비위가 없다 해도, 대다수 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고 분노하는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을 꿈꾸는 그로서는 진정한 사과와 위로를 건네야 마땅했다. 게다가 한때 자신의 측근이었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배임 및 뇌물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관리책임의 유감만 표할 뿐, "(대장동 사업은)칭찬받을 일"이란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자칫 국민의힘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을까 그의 염려도 이해되지만, 이 나라 국민이 그조차 분간하지 못할까.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특히 '마귀'까지 동원하는 선악의 이분법적 구분이 최고 지도자에서 시작되는 순간, 정치를 패거리 싸움으로 전락시킨 진영 논리가 우리사회 곳곳에 자리한 수많은 갈등만 더욱 키울 뿐이다. 상대를 '봉고파직'(파면)하고 '위리안치'(극형의 유배) 시키겠다는 발언의 시작 또한 권력만 잡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파괴적 군주의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를 역사는 '폭군'이라 불렀다.
 
물론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대다수는 '속 시원한 사이다'라고 환영했겠지만, 깨어있는 일반 시민들은 설사 '탄산'이 빠져도 대화와 타협, 조정을 중시하는, 때로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당당하게 사과하는 '노무현'의 모습을 그에게서 보고 싶어 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수많은 피를 흘리며 어렵게 안착시킨 이 땅의 '민주'이기 때문이다. 
 
상대로 눈을 돌려도 한숨만 나온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공수처로부터 피의자로 입건된 윤석열 후보가 이에 대해 사과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기존 정치 문법을 갖다 쓰며 '정적에 대한 탄압'으로 몰고 갔다. 혐의는 당연히 다퉈야겠지만, 검찰총장 재직 시 이 같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최소한 관리책임 차원에서라도 사과는 있어야 했다. 또 그것이 법을 집행했던 전직 검찰 수장이자,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당연한 자세다.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권의 '내로남불'이 그를 반문재인 상징으로 끌어올리며 현 위치로까지 이어졌지만, 따지고 보면 그의 내로남불은 조국 전 장관을 넘어선다. 그래선지 장모에 이어 부인 혐의까지 줄줄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그의 '탄압' 주장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대구 민란, 청약통장, 치매환자 비하 등 그의 구설 또한 끝이 없다. 한두 번이라면 고도의 계산들이 녹아있는 정치 세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쯤 되면 준비의 부족이 아니라 철학의 빈곤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을 첫 제기한 '뉴스버스'를 향해 불편한 심정을 내비칠 때는 "앞으로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며 지극히 편협한 언론관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에 손바닥에 새겨진 '왕'(王) 자까지 조롱거리로 등장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대선 판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희극이 됐다. 
 
홍준표 후보도 앞의 두 사람에 결코 뒤지지 않는 독선을 자랑한다. 5년 전 그를 향해 '품격이 없다'며 막말을 탓했던 이들이, 지금은 솔직하고 시원하며 선명하다는 정반대 평가로 그의 화법을 대하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글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그의 막말 퍼레이드보다 더 심각한 건 우리사회 갈등을 대하는 그의 사고와 자세다.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민주노총을 때려잡겠다든지, 자신의 정책에 위헌적 요소가 제기되면 헌법재판소 폐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등의 극단적이고 적대적 인식에서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조차 허물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게 된다. 
 
후보가 없다. 기대와 희망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후보가 없다. 이를 인정하듯 유력 주자들 캠프에서조차 "본선은 진흙탕 개싸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개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그리고 부득이하게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은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면 정치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그간의 선택(투표)에 대한 단죄인가. 흥미를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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