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항공업, 한번 무너지면 회복 불가…정부 '통 큰' 지원 필요"
박상모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 사무처장
국가기간산업·필수공익사업…경쟁력 유지 필요
정부, 고용유지·금융 '투 트랙' 지원 뒷받침 해야
항공 선진화, 현직자들과의 '대화의 창' 열려야
입력 : 2021-09-28 06:01:02 수정 : 2021-09-28 06:01:02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절체절명의 시기를 견디고 있다. 항공업은 국가핵심기간산업이자 필수공익사업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산업이다. 기업들이 장시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들여 온 탑이 한번 무너지면 대규모 전문 인력 상실과 함께 산업 경쟁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이 글로벌 산업이란 특성을 감안하면 전문 인력이 빠지고 업황이 정상화될 때 밀려드는 외항사의 국내 시장 침투를 막을 길이 없다. 
 
박상모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 사무처장(진에어 노조위원장)은 유례없는 위기 속 항공업 경쟁력 상실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기간산업으로 항공업의 명맥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 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모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 사무처장(진에어 노조위원장)이 27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항공사들의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현직자로서 체감하는 위기 수준은  
 
항공 산업 개화 이후 이 정도 장기간 불황은 처음이다. 군에서 조종사 생활을 하던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 당시엔 월급이 줄고 채용 문이 닫히고 기재가 늘지 않는 정도였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 9개월이 지났지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대형항공사(FSC)는 화물 사업으로 적자를 면하고 있지만 국제선 활로가 막힌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심각하다. 대부분 유상증자로 명맥을 이어가지만 모회사가 튼튼하지 않은 일부 LCC는 사정이 어렵다. 백신 보급 확대로 국제선 운항 재개 기대감이 높지만 우리가 진정된다 해도 주로 띄우는 중국·일본·동남아 국가 방역 상황 진전 등을 고려하면 완전한 회복은 2023년 정도는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유럽 항공 시장과 비교 시 한국은 대량 해고가 없어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분만 보면 안 되고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노동 시장 유연성의 근간에는 실업 시 재교육, 재취업과 같은 지원이 뒷받침된다. 미국과 유럽의 항공 채용 시장과 에이전시 시장이 잘 돼있어 해고를 당해도 다른 회사로 이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해고 후 갈 데가 없다. A 항공사에서 퇴직한 사람을 B 항공사에서 받지 않는다. 
유연성을 논하기 전에 항공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항공운수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필수공익사업(필공)으로 분류된다. 필공은 업무 정지 또는 폐지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저해하고 업무 대체가 어려운 산업으로, 해당 사업장은 노사 간 필수유지 업무 범위를 정해야 해서 파업 등 쟁의행위가 제한된다. 최소 운항률이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내륙 50%로 회사가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조정하면 파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항공업은 단체 행동권까지 제약받는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정부가 지정했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지적하기 전에 항공업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안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장비가 물에 한번 잠기면 복구가 안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항공사가 기장 한 명을 키우는데 FSC는 10~11년, LCC는 8년이 걸린다.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자격 유지를 위한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3개월만 비행을 안 해도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조종사만이 아니다. 운항 정비사, 객실 승무원, 항공 보안요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많다. 코로나19로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전문가들의 기량 유지가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다. 전문가 집단이 한번 무너지면 재건이 어렵고 결국 산업이 무너진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을 비롯한 외항사들이 들어와 산업을 점령해버릴 수도 있다. 완전 경쟁 시장인 글로벌 항공 시장은 사실상 한번 주도권을 빼앗기면 끝이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진에어 정비사들이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에어
 
항공업황 정상화까지 정부가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고용유지 지원과 금융 지원 두 축이 원활히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항공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하고 정책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와 수준이 아쉽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고용유지지원금은 그나마 내달 말로 한 달 연장되면서 항공사들의 부담이 일부 경감되긴 했지만 이후 2개월은 무급을 사용해야 한다. 앞서 고용부가 지난 6월 지원 기간을 90일 연장이 아닌 올해 연말까지 통 크게 연장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항공사가 영업을 이어가면서 사람들을 불러들여 일을 시키면 지원금이 나갈 필요가 없다. 즉 정부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지원 기간이 3년을 초과할 수 없는 조항이 있는데 항공업 특수성을 고려해 행정 해석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다른 축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이다. 기안기금으로 금융 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문턱이 너무 높다.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더라도 3분의 2만 정부가 뒷받침 해주고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돈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입금 5000억원 이상'으로 지원 문턱이 너무 높은 데다가 7~9%에 이르는 고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항공사는 일부에 그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만든 기금 취지와 달리 실제 공급률은 1%대에 그친다. 올해 40조원까지 쌓아놨던 기금 규모도 내년이면 10조로 축소된다.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정부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토교통부가 조종사 자격 유지 심사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산업 발전 속도에 비해 운항 관련 제도나 정부 뒷받침이 너무 떨어진다. 진에어는 조종사 기량 유지를 위해 코로나19 이후 '반 휴직, 반 비행'의 격월 비행 원칙을 이어온 덕분에 항공 사고 없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도 그만큼 가치가 있다. 항공 운항과 안전에 경제 논리가 개입되면 한순간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회사가 전문 인력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나서야 한다.  
항공기 운항 분야에도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된다. 중대한 사고 발생 전에 경미한 사고의 징후들이 있다. 하지만 실수를 질책하는 문화에서 징후를 알아챌 수 없다. 현재 정부가 항공 안전을 위해 항공안전 성과지표(SPI) 지표를 마련했지만 이를 점수화해 하위 3개 항공사 노선권 분배에 불이익을 준다. 미국은 비처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는 자율 보고에 비처벌 제도가 도입됐지만 회사 차원의 징계가 있다. 이같은 구조에서 누가 문제를 보고를 하겠나. 
 
항공 산업 선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체계화된 조직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의 전문성에 비해 권한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정부와 항공사, 조종사노조가 업무협약(MOU)를 맺어 보고체계를 만든다. 셋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운항 안전을 도모한다. 국토부는 노조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항공 안전을 위해 외부 인력을 끌어올 것이 아니라 현직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긍정 문화를 만드는 것은 최고의 힘을 가진 국토부만이 할 수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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