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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넬 “음악은 코로나블루 극복하는 치료제”
“2년 가까이 스튜디오 박혀 매진…음악의 힘 절실히 느낀 기간”
10~12일 음반 발매 기념 공연 “코로나 시기 탈출구되길”
9집 ‘Moments in Between’으로 돌아온 밴드 넬③
2021-09-10 00:00:00 2021-09-10 17:22:1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음악의 힘이요? 절실히 느낀 기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넬이란 팀도 큰 슬럼프에 직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지난달 31일 9집 ‘모먼츠 인 비트윈(Moments in Between)’으로 돌아온 밴드 넬의 네 멤버들, 김종완(보컬)·이정훈(베이스)·이재경(기타)·정재원(드럼)은 화상으로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음반 작업 기간이 코로나시기를 걸쳐 있었는데, 그 시기 동안 음악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 생각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공연을 쉬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앨범 작업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돌아보니 이 작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음반은 저희에게도 백신 아닌 백신, 치료제 같은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요.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그렇게 느껴지면 좋겠습니다.”(김종완)
 
“저희에게는 음반 작업 자체가 코로나블루를 극복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블루를 혹시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겐 해소할 수 있는 음악이 되기를 바라요.”(이정훈)
 
“집중도도 굉장히 높았고 결과물도 만족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정재원)
 
밴드 넬 역시 코로나 여파에 따른 공연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예정돼 있던 일본 도쿄와 오사카, 미국 12군데에서의 공연을 전면 취소했다. 국내 공연 역시 몇 차례 준비하고 뒤엎길 반복하다 지난해 10월 말이 돼서야 정부 지침에 따른 방역 준수 공연 ‘LET THE HOPE SHINE IN’을 한 차례 열 수 있었다. 매년 연말마다 의식처럼 진행해오던 ‘크리스마스 인 넬스룸(Christmas In NELL’s ROOM)’도 취소해야 했다.
 
의도치 않게 2년 가까이 사무실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일 발표된 ‘Moments in Between’은 밴드가 8집 ‘칼라스 인 블랙(COLORS IN BLACK·2019)’ 이후 2년 만에 낸 정규 음반이다. 
 
넬 9집 ‘Moments in Between’.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교통사고처럼 다가오는 인연의 시작부터, 설레임과 끌림, 망설임, 위태로움 같은 감정의 변화를 작가주의 기법으로 채색해간다. 그간 선공개로 발표해 온 싱글 ‘듀/엣(du/et)’, ‘크래쉬(Crash)’, ‘돈 허리 업(Don't Hurry up)’을 포함한 10곡은 시간 순에 따라, 감정의 주파수를 출렁이며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음으로 그려낸 시화(詩畵)’. 스매싱 펌킨스 ‘멜랑 콜리 앤 인피니트 새드니스(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나 시규어로스 ‘아예티스 비욘(Agaetis byrjun)’ 같은 서사 앨범처럼 ‘순서대로 듣기’가 권장된다. [참조, (인터뷰)넬스러운 팝록 사운드…‘음으로 그려낸 시화’(인터뷰)넬 “서사 앨범, 영화 시나리오처럼 가사 썼다”]
 
사운드적으로는 악상을 그려가는 것을 비롯해 믹싱 단계에서조차 팝록에 가까운 어법을 채택했다. 지난해 11월 멤버들은 본보 기자와 자체 스튜디오 ‘새틀라이트(Satellite)’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 자리에서 ‘언페어차일드’ 등의 음향 장비를 소개해줬다. 이들이 쓰는 ‘언페어차일드’는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전 EMI 스튜디오)에서 쓰이는 믹싱 기기 원본을 ‘오디오광’ 음악 엔지니어 에릭 발렌타인이 복각한 제품이다. 탑재된 진공관들이 소리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며(‘웜사운드’) 특정 주파수가 너무 튀지 않게 잡아주는 컴프레서 역할도 한다. 
 
김종완은 “오늘날 대중음악 장비 80%는 ‘비틀즈가 썼대’ 하면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비틀즈도 록 편제지만 결국 팝과 록을 아우른 밴드였다”며 팝이든 록이든 장르적 경계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었다.
 
밴드 넬의 네 멤버들, 이정훈(베이스)·정재원(드럼)·김종완(보컬)·이재경(기타).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긴 ‘공연 공백기’ 동안 그간 써왔던 미공개곡들을 재검토하는 시간도 가졌다.
 
“종완이가 다작을 하는 친구라 미공개곡이 800여개 가까이 있어요. 들어보면서 다시 작업해도 좋을 만한 곡들을 추리는 작업도 병행했어요. 다음 앨범에 반영할 것 같습니다.”(이재경)
 
최근 세계 대중음악계에서는 밴드 별들이 하나둘 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가장 최근 60년간 함께 활동한 롤링스톤즈의 찰스와츠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과거 롤링스톤즈, U2처럼 길게 활동하고 싶다던 넬 역시 대한민국 대표 장수 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앞으로 더 오래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하는 게 오래 활동하는 비결이겠죠. 그리고 열정을 계속 유지하는 거요. 지금까지도 우린 누군가 한 명이 문제가 있을 때 서로 대화를 나누며 열정이 식지 않게 달려온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정훈)
 
10일 오후 7시30분, 11~12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밴드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NELL's SEASON 2021 : Moments in between’을 열고 음악 팬들과 만난다. 
 
대중음악 공연계에서 넬의 공연은 사운드와 무대 조명, 감각적 영상, 연출로 정평이 난지 오래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브랜드 공연 ‘CHRISTMAS IN NELL'S ROOM’이 다이나믹한 기승전결 구성이라면, ‘NELL's SEASON’에서는 부드럽고 달달한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공연 땐) 함성이 없었는데도, ‘우리가 공연하는 밴드구나’ 확실하게 느꼈어요. 박수만 받았는데도, 그 공연 끝나고 왔을 때 에너지가 충전이 많이 됐던 기억이 납니다. 라이브 뮤지션한테, 공연이라는 건 생명수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김종완)
 
밴드는 새 음반이 “코로나 시기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음악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앨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앨범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듣는 분들 역시 잠깐이라도 탈출할 수 있는 도피처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꼭 순서대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다 같이 힘든 시기이지만 자아를 잃지 않고 음악과 공연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김종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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