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군대 얘기가 대세다. 그 중심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있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영상으로 전환된 ‘D.P.’는 원작 웹툰 보다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 언어가 가진 일종의 직관성이 최근 화제의 중심이고 원동력이다. 이런 화제성은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로부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한다’는 관람평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만큼 ‘D.P.’는 군대란 조직의 특수성 그리고 그 특수성이 만들어 내는 보이지 않는 부조리와 그 부조리가 필연적으로 만들어 낸 폭력성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주인공 ‘안준호’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도 마찬가지였단다. 그는 ‘D.P.’를 만들어 낸 배우이면서도 한편으론 또 관객이기도 했다. 군 제대 10년이 훌쩍 넘어섰지만 온라인에 쏟아진 남성들의 ‘악몽 같은 후기’가 충분히 공감되고 또 자신도 연기를 하면서 일정 부분 느낄 수 있었단다.
배우 정해인. 사진/넷플릭스
‘D.P.’는 지난 달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이후 13개국에서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톱10’에 들어가면서 전 방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D.P.’는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와 한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알지 못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얘기를 그린다. 정해인은 ‘D.P.’의 주인공이지만 결코 ‘주인공이 되면 안 되는’ 안준호를 연기했다.
“제가 연기한 안준호가 돋보이면 안 되는 구조잖아요. 탈영병에 대한 얘기이고, 그들의 얘기를 통해 사연이 전해지고, 그 사연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과 관계의 폭력성을 전달해야 했어요. 결과적으로 전 감정을 절제해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탈영병들과 마주했을 때 어떤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를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사연의 연속은 ‘D.P.’를 올 하반기 최고 화제작 반열에 끌어 올렸다. 너무도 사실적이고, 또 그 사실적이란 단어 안에는 모든 이들의 경험이 크던 작던 녹아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화제성은 ‘소름 끼치는 군대 내부의 묘사’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군대 내부 비리와 폭력 문제를 거론한 작품은 많다. 하지만 ‘D.P.’는 앞선 모든 작품들과 결 자체가 많이 달랐다.
배우 정해인. 사진/넷플릭스
“앞선 다른 작품들도 다들 뛰어난 작품이지만 저희 작품은 뭔가 배경이 좀 다른 게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탈영’이란 단어는 군대란 폐쇄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잖아요. 그게 모든 이들에게 피부로 직접적으로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출연 배우들 가운데 군필자들은 실제로 촬영하면서 진짜 기분이 묘하다고 다들 그랬어요(웃음)”
‘D.P.’는 기본적으로 군대 내부 얘기를 그린다. 하지만 군대에 소속된 청년들의 사연이 더 깊다. 그들의 사연은 당연히 제각각이다. 군대의 고질적인 문제인 ‘폭력의 피해’, 어려운 가정사 등이 겹친다. 이런 점은 연출과 연기에서 자칫 포인트를 잘못 잡아 갈 경우 의미는 증발하고 표현만 남게 돼 자극적이고 또 선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다. 극중 이등병인 정해진의 눈에 비친 모습도 비슷했다.
“제가 일종의 화자 입장인데, 그걸 그렇게 보지 못하는 지점이 순간순간 오더라고요. 탈영병들의 사연이 전부 다 답답하고 무겁고. 그러다 보니 제가 극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죠. 특히 전 이등병이잖아요(웃음). 이등병은 당연히 말과 행동에 제약이 있는데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지는 불합리를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고참들의 말에 리액션만 하는 것으로 감정을 드러냈죠. 감독님도 그런 쪽으로 연출을 유도해 주셨어요.”
배우 정해인. 사진/넷플릭스
군대 얘기를 사실 뻔할 수 밖에 없다. 흐름이 뻔하다. 하지만 ‘D.P.’가 그 선입견을 깨트렸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인기 원작이 원동력이었던 점도 있다. 그러나 진짜는 그게 아니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군대’ 얘기를 그리고 있지만 결코 ‘군대’ 얘기로만 볼 수 없는 복합적이고 확장성이 큰 주제와 의미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녹여냈다.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가 ‘D.P.’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군대가 배경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6개의 에피소드에 나온 사연들 모두가 군대란 공간에서 시작이 된 어쩔 수 없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꼭 군대이기 때문에 벌어진 얘기는 아니잖아요. 우리 삶에 대한 애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진정성 강한 얘기를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참 행복한 경험이겠죠. 꼭 뭔가 바뀌었으면 해요.”
아직은 먼 애기일 수 있지만 시즌2에 대한 바람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특성상 시즌1에 대한 인기 여부에 따라 시즌2 제작이 결정된다. 현재 공개 초반이지만 신드롬에 가까운 분위기 탓에 시즌2 제작은 무난해 보인다. 이등병 ‘안준호’와 상병 ‘한호열’ 콤비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단 요청이 많다.
배우 정해인. 사진/넷플릭스
“전 그저 출연 배우라 뭐라 말씀 드릴 게 없어요(웃음). 다만 제가 아는 건 한준희 감독님과 김보통 작가님이 시즌2에 대한 시나리오 논의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궁금해요. 안준호는 시즌1의 마지막 6화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한호열 상병은 제대를 했을지. 아니면 고참 병장이 돼 있을지. 진짜 궁금해요. 꼭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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