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군대 얘기다. 뻔하다. 당연히 정해진 흐름이 있다. 고루한 소재이고 지난한 얘기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그걸 모두 깨버렸다. 이 시리즈를 보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관람평이 온라인에 쏟아지는 중이다. SNS에는 ‘D.P.’ 얘기로 가득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D.P.’는 기존 군대 얘기와는 결 자체가 다르다. 사실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가득하다. 그래서 자극적이다. 그리고 경험적이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얘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남성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진짜는 그게 아니다. ‘군대’ 얘기이기에 남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D.P.’는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확신하고, 그 확신을 밑바탕으로 그래도 된다고 굳게 믿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강력한 망치 한 방 같은 얘기다. 이 얘기는 반드시 가해자일 수도 있고 또 그와 동시에 피해자였을 수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얘기를 한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냐’라고. 물론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D.P’는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폭력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이 담아내는 불합리에 대한 민낯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그리고 그걸 보는 지금 당신에게 묻는다. “그래서 넌 무엇을 했는지”라고.

‘D.P.’가 웹툰 원작과 다른 점이라면 안준호(정해인) 파트너 한호열(구교환) 등장이다.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한호열은 1화부터 6화까지 시즌1 전체 무게를 덜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를 쥐고 있다. 무겁기만 한 에피소드별 스토리에서 한호열의 역할은 오히려 주인공 안준호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 자체를 끌어 가는 인물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토리 전체가 땅에 발을 붙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호열이 담당한다. 작중 캐릭터 성격상 오히려 각각의 에피소드와 시즌1 전체를 극화 시키는 일종의 양념 역할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호열은 안준호의 고민과 선택의 방향성을 잡아주며 오히려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가장 극화되지 않은 인물로 다가오게 된다. 이 점은 ‘D.P.’ 6개 에피소드가 시작과 끝을 맺을수록 그 힘을 드러낸다.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런 한호열이 극 자체 결을 조율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면 ‘D.P.’ 전체 맥을 끌어 가는 안준호는 반대로 색을 담당한다. 그는 각각의 에피소드 주인공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접근한다. 이건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다. 군 생활을 경험한 군필자들이라면 이 지점 자체가 얼마나 허황된 판타지란 것인지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은 군대란 특수성 그리고 그 특수성이 지닌 감정적 폭력성, 그 폭력성이 내재한 일상성이 뒤섞이면서 안준호란 인물을 ‘허공이 떠 다니는 판타지’로 만든다. 그래서 안준호와 한호열의 만남이 ‘D.P.’를 완성하는 키 포인트가 된다.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들 두 사람 눈에 군대 그리고 세상은 ‘거리’와 ‘관계’로 이해된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일까. 아버지의 폭력성 때문일 수도 있다. 안준호는 내무반에 존재하는 폭력에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 거리를 통해 안준호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한다. 그건 안준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그는 폭력에 노출된 채 폭력의 민낯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보고 함께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폭력을 공인화시키는 ‘군대’란 조직 속 안준호의 존재는 ‘D.P.’에서 어쩌면 가장 이질적인 관계성을 드러내는 부분일 수 있다.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폭력을 경계로 안준호와 대척점에 선 인물이 조석봉(조현철)이다. 이름 ‘봉’ 그리고 ‘간디’의 ‘디’를 합해 ‘봉디 선생님’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도 청소년 대표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폭력을 거부하며 스스로 운동을 포기했다. 박범구 중사(김성균)와의 면담에서 공개된 대사가 어쩌면 ‘D.P.’의 핵심을 드러낸 가장 아픈 우리의 치부일 수도 있다. ‘사람 때리는 것이 싫다’는 석봉의 속내에 범구는 “군 생활 힘들겠다”며 앞으로 이어질 앞날을 예견한다.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탈영한 군인들을 잡으러 다니면서 폭력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안준호 그리고 안준호의 동료이자 선임 병사였고 결국에는 시즌1 핵심인물로 우리 모두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조석봉. 그런 폭력의 일상 속에 함께 녹아 들어 있지만 언제나 그 모든 것을 방관하고 있었고, 그래서 가장 일상성에 가까웠던 한호열. 안준호와 한호열은 조석봉의 마지막 외침에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석봉의 ‘방관자’ 논리에 안준호와 한호열은 어떤 죄책감을 느꼈을까. 두 사람이 느낀 죄책감이 감정이라면 ‘D.P.’를 보는 우리가 느낄 죄책감은 어떤 감정일까.
‘D.P.’는 군대 얘기다. ‘D.P.’는 군복무 중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의 약자다. 그들은 폐쇄된 공간이 만들어 내는 무관심 그리고 무관심이 만들어 낸 폭력, 폭력이 만들어 낸 관성, 관성이 만들어 낸 일상을 대변한다. 그들이 대변하는 것 자체가 ‘D.P.’의 세계관이다.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어떤 이들은 군대가 달라졌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아직도 여전하다고 한다. 끔찍한 폭력을 견디고 지금의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이 얘기는 경험이고 기억일 수 있다. 이 애기 속 피해자들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함께 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 얘기는 ‘악몽’이고 ‘지옥’이다.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수통에 적힌 날짜가 1953년이다. 수통도 안 바뀌는데 뭘 바꿀 수 있겠느냐”며 자조석인 미소를 보내는 석봉의 얼굴이 가슴을 후벼 팠다. 치졸하지만 눈물과 콧물 범벅인 겁에 질린 표정으로 황장수(신승호)는 죄책감을 회피한다. “그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라고.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최근 국방부는 글로벌 OTT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D.P.’가 큰 인기를 끄는 것에 우려하고 있단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군 복무 중인 남성,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친 남성 나아가 ‘D.P.’를 본 남녀노소가 묻고 싶어질 듯하다. ‘바꿀 수 있는 데 안 바꾸는 것인지,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최근 쏟아진 군 내부 비위와 성폭력 문제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D.P.' 스틸. 사진/넷플릭스
‘D.P.’는 문제작이란 타이틀이 가장 어울린다. 그리고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할 얘기이기도 하다. ‘D.P.’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8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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