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실제 존재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간이역 ‘양원역’. 도대체 이 역은 ‘왜’ 그리고 ‘어떻게’ 생기게 됐을까. 영화 ‘기적’은 ‘양원역’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추석 시즌을 겨냥해 오랜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 영화 한 편이 개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대면행사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적’은 8월 31일 언론시사회를 가진 뒤 1일 오전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연출을 맡은 이장훈 감독, 그리고 주연 배우인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이 참석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은 자신의 고향 경북 봉화를 배경으로 한 이번 영화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배우의 꿈을 가졌던 때 내가 살았던 곳도, ‘기적’의 배경이 되는 곳도 모두 내가 살던 고향이다”면서 “배우가 된 뒤 고향말로 연기할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로 다가온 작품이 ‘기적’이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속 내 아들 준경(박정민)이가 다른 루트로 나도 똑같이 학교를 다녔다”면서 “이 영화는 아마 어떤 역을 제안했어도 출연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준경’은 사차원 수학천재로, 자신이 사는 마을 앞에 간이역 하나 만드는 게 소원인 학생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아서 보면서 굉장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고민을 많이 하다가 한 번 더 읽었는데 눈물이 나길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역할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내게 온 축복 같은 캐릭터를 잘 연기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고 영화와 인물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준경의 고교 동창이자 친구 ‘라희’로 등장한 임윤아도 “시나리오가 마음을 울리는 게 있었다”면서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건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민과 임윤아는 이번 ‘기적’에서 함께 ‘고등학생’으로 출연한다. 두 사람은 각각 ‘고등학생’ 배역에 대해 다른 반응이었다. 박정민은 “첫 미팅에서 고등학생 배역이란 점 때문에 진짜 망설였다”면서 “영화 속 ‘준경’의 학창시절 주변 인물들 모두를 실제 고등학생이 아닌 분들로 채워달라고 부탁까지 드렸었다”고 웃었다. 그는 “다시는 고등학생 역할을 하지 않겠다. 너무 죄송하다”고 웃었다.
반면 임윤아는 “난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임했다”면서 “지금과는 다른 시대 캐릭터였기 때문에 의상이나 소품 이런 부분에서도 더욱 영향 받을 수 있는, 도움 받을 요소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크게 부담감을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장훈 감독은 “박정민이 나와 처음 만난 날 사실은 거절하려 만났던 것이다”면서 “박정민이 전작에서도 고교생 역할을 하고 고교생 역할은 그만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우겨서 한 거다. 보시고 불만이 있다면 다 내 책임이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배우 이수경은 ‘기적’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히든카드다. 그의 배역은 이번 영화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면서도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최고의 매력 포인트다. 이수경은 “난 막내라서 동생이 있어 본적이 당연히 없다”면서 “실제로는 오빠이지만 극중에선 동생인 정민 오빠와 실제 남매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애드리브도 많이 섞으면서 극을 살리는 데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최초의 민자 역사 ‘양원역’. 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이장훈 감독이 창작한 얘기다. 이 감독은 “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어른 입장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꿈은 혼자 실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번 영화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꿈을 갖고 부딪쳐 보고 실패도 하고, 이런 실패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면서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다. 1988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오는 15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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