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질’ 김재범 “뱀 같은 교활함 보여주고 싶었다”
“‘기대 없이 본’ 오디션, 그러면 징크스처럼 꼭 합격하더라”
“‘등골이 오싹했던 실제 경험’, 내 배역에 녹여내려고 노력”
2021-08-19 01:17:00 2021-08-19 01:17: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황정민 주연의 인질같은 장르와 스토리 영화는 사실 주연 배우 자리보단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악역의 존재감이 더 중요시 된다. 관객들은 주인공을 곤경에 빠트리고 그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악역에 대한 반감과 함께 호기심 그리고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게 인질과 같은 색깔의 장르 영화 킬 포인트. 그걸 전제로 하고 인질을 살펴보자. ‘인질을 보면 관객들은 크게 두 가지 의미의 의성어 를 터트리게 된다. 먼저 첫 번째는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낯선 인물에 대한 생경함의 . 그 반대는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 뜻밖의 배역을 연기한 것에 대한 의아함의 . 텍스트로 의성어 의 어감까지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안 한다. 하지만 인질을 본다면 이 두 가지 중 반드시 하나에는 본인이 꽂히게 된다. 그리고 그 의 주인공 배우 김재범의 낯설고도 익숙하면서 또 날카롭고 일상적인 모습이 인질이 표방하는 리얼리티의 화룡점정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배우 김재범은 뮤지컬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그런 그가 영화계의 새 얼굴로 주목되는 아이러니도 따지고 보면 인질의 리얼리티가 만들어 낸 흥미가 아닐까 싶다.
 
배우 김재범. 사진/NEW
 
인질개봉 전까지, 정확하게는 언론 시사회 전까지 납치범배역에 대한 주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었다. 그만큼 인질은 주인공 황정민에 대한 카타르시스 보단 그를 곤경에 빠트리고 난처한 상황에 이르게 하는 납치범들의 무게감이 중요했다. 그 가운데 납치범들을 이끄는 리더 최기완을 연기한 배우 김재범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공개된 영화에서의 서늘함은 끝판왕급이란 찬사가 나오고 있다. 그의 합류 과정이 가장 궁금했다
 
당연히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어요. 회사에서 영화 오디션 들어왔다라고 해서 그냥 봤죠. 제가 공연 쪽에서 오래 했다 보니 오디션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히 없어요. 그냥 정말 한 번 보자란 심정으로 편하게 간 거에요. 근데 제 징크스가 별 다른 희망 없이가면 꼭 붙어요(웃음). 2차 오디션에서 정민형이 대사도 맞춰주시고 하셔서 되게 좋은 분위기로 오디션을 마친 기억만 있어요.”
 
김재범은 오디션 이후 최종 합격한 날은 가족 잔칫날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배역에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는 전혀 몰랐었단다. 무려 1000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주인공이란 점도 놀라웠다고. 사실 황정민과의 인연도 있었단다. 200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그는 당시 황정민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함께오른 것뿐이었다고 웃는다.
 
배우 김재범. 사진/NEW
 
우선 대학교 이후 이런 경쟁률로 뭔가에 뽑힌 것 처음이에요(웃음). 완전 가족 잔칫날이었죠. 하하하. 사실 정민형하고는 예전에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지하철 1호선에서 함께 공연했는데 전 정말 단역 같은 배역이었고 정민형이 중심이었죠. 그냥 수 많은 연기자 가운데 함께 했단 인연뿐이에요. 하하하. 근데 17년이 지나고 이렇게 함께 마주보고 연기하니 기분 진짜 묘했죠.”
 
인질은 기존의 상업 장르 영화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설정이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황정민이 그 이름 그대로 황정민으로 등장한다. 직업도 배우 그대로다. 그런데 황정민이 납치를 당한다. 김재범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황정민 납치단의 리더다. 그는 뭔가 제대로 된 자신의 내공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실제 황정민 납치단 캐스팅 배우들 모두가 그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좀 돋보이고 싶었죠. 제 속에 갈아왔던 시퍼런 칼을 보여주고 싶었죠. 아마 납치범 배우들 모두가 그랬을 거에요. 근데 저도 그랬고 모두가 곧장 마음을 고쳐 먹을 수 있었던 게 진짜 돋보이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다섯 명의 납치범 캐릭터가 워낙 뚜렷하니 차별성을 둬야겠다 싶었어요. 예를 들면 염동훈(류경수)은 불 같은 성격이라면 최기완은 얼음 같은 모습을 택했죠. 제게 시선이 왔을 때 주변 공기까지 달리지는 그런 걸 노렸어요.”
 
배우 김재범. 사진/NEW
 
그런 분석에서 조금 더 들어갔다. 김재범이 바라본 최기완이란 인물이 궁금했다. 영화에서 등장한 최기완은 종잡을 수 없는 예측 불허의 모습이다. 기존 상업 영화 속 사이코패스 악역과는 결 자체가 많이 다르다. 앞서 언급한 얼음 같은 인물이면서도 한 편으론 비겁하고 비열하기까지 하다. 하나로 규정되기 힘든 기묘한 캐릭터다. 그런 최기완의 모습에 소름끼치는 김재범의 실제 경험이 녹아 들어 있다.
 
상대방이 예측하기 힘든 리액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일반적이지 않은 리액션을 보여준 어떤 분과 만난 경험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오싹했던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쟤는 진짜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다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잔인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외적으로도 올백 헤어스타일 같은 것을 통해 뱀 같은 교활함,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날카로운 이미지와 달리 김재범은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이란다. 그래서 인터뷰 동안 말이 많은 자신의 모습을 친한 친구들이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웃는다. 그런 낯을 가리고 말수가 적으며 날카롭게 생긴 이미지 때문일까. 공연계에서도 유독 악역을 많이 맡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인질에서의 악역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다고. 다만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보셨다면 핀잔을 주셨을 것이라고 다시 웃었다.
 
배우 김재범. 사진/NEW
 
지금 제일 안타까운 건 아버지가 인질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거에요. 한달 정도 되셨어요. 아버지가 제가 연기하는 걸 되게 자랑스러워하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우리 아들이 이 영화에 나와하셨을 때 친구분들이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을 아버지도 보시고 저도 봤다면. 아들로서 그것보다 더 좋은 효도가 있었을까 싶죠. 근데 아마 보셨으면 아니 왜 이렇게 나쁜 역할만 하냐라고 핀잔도 주셨을 거에요(웃음)”
 
그는 인질을 촬영하면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고 하지만 딱 한 번 죽을 정도로힘들었던 적이 있었단다. 1년에 징크스처럼 찾아오는 허리 근육통이 있는 데, 하필이면 황정민과 격렬한 몸싸움 촬영이 있던 날 그 통증이 찾아왔었다고. 그때가 딱 한 번 인질을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로 한계점에 이르렀던 상황이었단다. 영화 속 고통의 표정은 사실은 실제였다고,
 
“1년에 한 두 번 허리에 근육통이 생겨요. 이것도 거의 징크스처럼 찾아오는 건데. 딱 정민형과 액션 촬영을 앞두고 그랬어요. ‘큰일 났다싶어서 새벽부터 응급실에 가서 주사도 맞고 CT도 찍어보고 진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죠. 결국 촬영장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갔어요. 촬영 때 정민형에게 맞아서 아픈 표정이 연기가 정말 실제였어요(웃음)”
 
배우 김재범. 사진/NEW
 
공연계에선 아이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이제 시작하는 신인 햇병아리다. 그는 인질을 시작으로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자신의 주 무대인 공연까지. 장르와 경계를 가리지 않고 배우 김재범을 보여주고 싶고 보여 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은 아이돌은 아니고요(웃음). 그저 조금 오래한 배우일 뿐이에요. ‘인질은 제게 굉장한 행운이고 영광이고 감사한 선물이에요. 저를 캐스팅 해 줬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기쁜 일이고, 이 영화를 통해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김재범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정말 열심히 해서 겁 없는 중년 배우가 될 때까지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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