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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델·브라이언 이노가 반한 전시 '비욘더로드'
"전 세계 문화예술계는 거대한 '기술 전환기' 직면"
"음악, 시각과 결합하는 K팝 흥미로워"
2021-08-13 00:00:00 2021-08-25 10:37:2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총 1000제곱미터 33개 분할 공간에서, 제임스 라벨의 전자 음악은 꿈틀거리며 생동했다. 
 
360도로 청자를 감싸는 음향 시스템과 조명, 향기, 온갖 설치물들... 
 
공간 곳곳에 배치된 100여개 프랑스 ‘엘-어쿠스틱스(L-Acoustics)’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각양각색의 조명과 조향과 뒤섞여 관람객 오감을 뒤흔든다.
 
이 공간에서 음악은 청각으로만 느껴지는 세계가 아니었다. 일견 무한대의 우주였다.
 
2019년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호평을 받은 전시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가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비욘더로드'. 사진/비욘더로드
 
영국에서는 일찍이 음악계 거장들이 찾은 전시로 유명하다. U2, 데이비드 보위, 폴 사이먼, 콜드플레이 앨범 제작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거장 브라이언 이노가 다녀갔다. 아델 역시 현지 유명 매거진을 살펴보다 소식을 듣고 전시를 찾았다.
 
이 전시를 제작한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는 음악을 오감으로 확장하는 '이머시브 전시'의 선구자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영국 음악 시장의 긍정적 피드백으로 다양한 '음악 경험'이 창조되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도 '연결고리'를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지금 전 세계의 문화예술계는 '기술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무한대로 창조할 수 있죠. 인류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콜린 나이팅게일)
 
최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콜린 나이팅게일(왼쪽)과 스티븐 도비.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비욘더로드'는 이 현대문명 대전환기를 겨눈다. 피카소가 평면에 큐비즘을 구현했다면, 이들은 이를 3차원으로 이동시킨다. 
 
주 콘셉트는 영국 일렉트로닉 뮤지션 제임스 라벨의 대표 앨범 'The Road'의 입체화. 라벨은 몽환적인 전자음악으로 세계 대형 음악 축제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으로 서고 있는 음악가다. 
 
스티븐은 "전시장을 들어섰을 때 라벨의 앨범 속으로 직접 걸어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건축했다"고 했다. 음악의 거룩하고 영적인 기운을 '현대판 큐비즘'으로 풀어낸 셈.
 
"코로나 이전에 제작했지만 지금 이 시기와 맞아 떨어져 저희조차 놀랐습니다. 거룩한 공간에서 스파에 온 것처럼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스티븐 도비)
 
한국 전시에서는 민화와 전래동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도 설치했다. 까치와 호랑이를 모티브로 박제사 폴리 모건,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아이비 존슨이 특별제작했다. 한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나나와 협업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도 선보인다.
 
'비욘더로드'에 전시된 한국 그래피티 작가 나나의 작품. 사진/비욘더로드
 
이들의 '매의 눈'은 케이팝도 따라가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비주얼 필름에 방탄소년단(BTS)이 참여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음악을 시각과 결합하는 K팝의 여러 시도들이 저희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예술 세계가 잠시 멈춘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전보다 재밌는 창작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요. 10~20년 후에는 더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세계가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콜린 나이팅게일)"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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