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에서 감독은 언제나 카메라 뒤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영화 개봉하고 또 흥행을 해도 ‘감독’이란 존재는 그렇다.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찬사는 오롯이 배우들의 몫이다. 하지만 카메라 앞으로 강제로 끌려 나오는 감독들도 있다. 이른바 ‘팬덤’을 끌고 다니는 감독들. 영화 내용과 장르 그리고 주연 배우가 누군지는 상관없다. ‘감독이 누구냐’로 그 영화의 성패가 좌우되는. 이런 감독들이 분명 충무로에 존재하고 또 지금 우리 한국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류승완이란 이름 석자도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그가 만들면 ‘당연히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샘솟는다. 그리고 결과 역시 당연히 다르다. 배우들은 앞다퉈 그와 작업 하기를 고대한다. 한때 ‘충무로 액션 키드’란 별칭으로 불리던 ‘류승완’이다. 그만큼 액션 영화에서 류승완의 장기는 남달랐다. 그래서 배우들은 그의 작품 안에서 색다른 무언가를 느껴보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단 농담까지 배우들 사이에 돌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단 것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영화 ‘군함도’를 연출한 뒤 4년 만에 감독으로 컴백한 류승완 감독은 ‘큰 영화’에 대한 노하우를 제대로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단다.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군함도’가 개봉했을 당시 류승완 감독은 데뷔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호된 쓴소리를 듣게 됐다. 그때의 예방 주사가 약효를 발휘했나 보다. 4년 동안 류 감독은 절치부심했다. 덱스터스튜디오와 만남에서 ‘모가디슈’ 연출 제안을 받았다. ‘군함도’를 통해 대규모 ‘몹신’(mob scene) 연출과 거대 제작비 활용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한 상태였다. ‘군함도’의 쓴소리가 쓴소리로만 남은 것은 절대 아니었던 셈이다.
“처음 제게 온 시나리오는 목표까지 가는 과정이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연출 의뢰를 받았을 때 각색에 대한 자율권을 준다면 해보겠단 단서를 달았죠. 다행히 덱스터스튜디오에서 ‘오케이’를 해주셔서 자료 조사와 취재부터 다시 했어요. ‘모가디슈’란 공간에서 살아 남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했죠. 그들의 얘기가 너무 극적이라 오히려 현실이 더 영화 같았어요.”
류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모가디슈’ 실제 사건에 대한 극적인 상황을 전한 바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영화 ‘모가디슈’보다 실제 1991년 사건이 더 극적이고 영화적인 요소가 많았단다. 엄청난 수준이었다고. 아프리카 내전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실제 상황은 영화적 요소도 그렇지만 잔인하고 끔찍한 상황도 너무 많았다고. 이 모든 것을 영화로 살릴 경우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얘기가 펼쳐지게 될 것 같았단다.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가 바라본 ‘모가디슈’의 얘기, 즉 포커스가 완벽하게 뭉개질 것 같았어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너무 극적이고 황당하고 끔찍한 상황이 많았어요. 실제 자료를 보면 당시 북한 대사관은 약탈을 당할 때 여직원들이 반군들에게 전원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일도 겪었다고 해요. 습격도 무려 8번이나 당했고. 반군들이 시체 더미로 바리케이드를 칠 정도였다고 하니. 이런 걸 다 보여준다면 다른 얘기가 나올 것 같았죠. 다른 영화는 더하며 그려갔다면 우린 빼면서 가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류 감독은 ‘실화가 더 영화 같았다’는 말을 유난히 많이 했고 또 강조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부분에서도 ‘뺄셈이 중요한 영화’였다고 또 강조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판권을 소유한 덱스터 스튜디오의 연출 제안에서도 ‘각색 권한’을 요구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류 감독이 ‘모가디슈’를 만들면서 실화를 얼마나 영화적으로 빼고 또 ‘드라이’하게 만들어 갔는지가 제일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영화에 얼마나 영화적이 아닌, 영화에 얼마나 실화 속 극적인 부분을 빼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굉장히 많죠. 영화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 도움 주신 많은 분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데 그분들 얘기를 듣고 영화에 가미하고 뺀 부분들이 있죠. 우선 상상력은 탈출할 때 책으로 방탄을 한 부분이에요. 실제 상황에선 그런 건 없었어요. 실제 상황에서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한 분만 돌아가셨어요. 그 엄청난 총탄 세례를 뚫고. ‘이걸 누가 믿어’ 싶었죠. 근데 당시 AK소총이 명중률이 형편없었대요. 그리고 반군들이 제대로 훈련도 안받은 사람이 대다수고.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었죠. 그 외에 남북 대사관 사람들이 한국대사관에서 함께 지낸 시간이 12일이었어요. 영화로 다 보여드릴 수 없어서 좀 압축했죠.”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극적이고 영화적인 상황이 현실에서 더 벌어졌지만 류 감독의 눈 앞에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 등 대한민국에서 현재 가장 연기를 잘한다는 배우들이 모두 있었다.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이때만큼은 ‘감독을 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 순간이 ‘모가디슈’를 찍으면서 한 두 번이 아니었단다. 배우들은 모두 ‘모가디슈’ 완성의 공을 류 감독에게 돌렸다. 하지만 정작 류 감독은 배우들이 이 영화를 만들어 냈다고 감사해했다.
“’모가디슈’ 만들면서 지금도 또렷하게 남는 몇 번의 기억이 있어요. 제 생일날인데, 그날 촬영이 윤석 선배와 교환이가 싸우는 장면이에요. 그때 윤석 선배가 묘하게 웃는 장면이 모니터로 보여지는 데 정말 기분 진짜 이상했어요. 허준호 선배가 ‘한 대사 갈 곳이 없소’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정말 내가 영화를 찍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모가디슈’는 배우들의 앙상블 그리고 그 앙상블이 만들어 낸 쾌감이 대단한 영화에요. 이런 쾌감을 전 제일 먼저 보잖아요. 그 기분은 말로 표현을 못해요.”
‘모가디슈’의 개봉에 대한 류 감독 생각도 궁금했다. 사실 ‘모가디슈’는 작년 여름 개봉 예정이었단 루머가 있었다. 작년 여름 시즌 실제 ‘모가디슈’ 개봉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밀리고 밀려서 올해 여름 개봉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건 류 감독이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200억이 넘게 투입된 대작이 ‘펜데믹’ 상황에서 무리하게 극장 개봉을 강행했단 루머도 실제로 있다. 연출자로서 당연히 속상한 상황이다.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확실하게 말씀 드리면 작년 여름에는 ‘후반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어요. 절대 당시 개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녹음 작업도 개봉 며칠 전까지 이어지고 있었어요. 왜 그때 ‘개봉 루머’가 있었는지 저도 궁금해요. 그저 더울 때 개봉해 영화 속 열기를 관객 분들이 느끼길 원했죠. 근데 펜데믹이 이렇게 길어질진 정말 몰랐어요. 그저 원칙은 하나였어요. 아무리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모가디슈’는 노트북이나 핸드폰이 아닌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극장이 조금이라도 살아날 수 있다면 힘을 꼭 보태고 싶었죠. 모두가 잘 버티고 꼭 잘 살아날 것이라 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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