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인질’, 황정민이 허물어트린 진짜와 가짜의 경계
‘황정민이 납치됐다’ 설정 그리고 배우 황정민 vs 배역 황정민 충돌
배우 vs 배역 경계 허물어 버린 황정민 존재감, 그리고 ‘악역’ 존재
2021-08-09 01:30:00 2021-08-09 01:3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 우리가 아는 그 황정민이다. 하필이면 왜 황정민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날 그가 타깃이 된 것뿐이다. 문제는 황정민이 납치됐다가 아니라 황정민이 납치된 것을 봐야 하는 우리. 우리, 즉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고, 영화 속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보고 있고’ ‘재미가 있고’ ‘희로애락을 느끼게 되는과정을 즐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볼 때의 얘기다. 영화 속 배우들은 다른 누군가를 연기한다. 관객은 배우를 인지하면서도 영화 속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시켜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을 공감하고 따라간다. 하지만 그 배우가 배우 자체로 등장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다. 기존 극영화는 관객의 공감과 이입이 영화란 프레임 안에서 작동된다고 봐야 한다. 반면 그게 아니라면 관객은 영화란 프레임이 벗겨진 날 것의 무언가를 볼 수 밖에 없다. 영화 인질은 그런 양면성에서 출발한다. 이건 분명히 상업 영화로선 굉장한 위험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그 폭탄을 안고 출발하는 주인공이 황정민이기에 모두가 충분히 안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반대로 리얼리티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황정민을 황정민으로선택한 점은 관객들에겐 전무후무한 경험치를 선사하는 또 다른 새로움이 됐다.
 
 
 
인질은 배우 황정민 납치 사건을 그린다. 어느 날 새벽. 출연 예정인 영화의 제작 보고회를 마친 뒤 회식에 참석한 황정민은 매니저 없이 혼자 집으로 향한다. 집 앞 단골 편의점 점원과 함께 반갑게 얘기를 주고 받으며 인사를 나눈다. 그때 의문의 남자 서 너 명이 황정민에게 시비를 건다. 그리고 황정민은 그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왜 황정민이 납치를 당했는지, 무엇 때문에 황정민이 납치를 당했는지, 누가 황정민을 어떤 이유로 납치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질은 그저 납치된 황정민을 만들어 낸 뒤 그에 맞춰서 달린다.
 
납치된 황정민은 외딴 곳 폐 건물 지하실에서 눈을 뜬다. 그의 앞에는 낯선 남자 5명 그리고 앞서 납치돼 끌려 온 여자 소연(이유미)이 있다. 이런 장면, 황정민에겐 너무 익숙하다. ‘그거 좀 해주세요. 드루와 드루와’ ‘와 진짜 황정민 맞네등 눈 앞에 남자들은 들뜬 모습이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새 영화 촬영을 앞두고 벌이는 제작진의 몰래 카메라 아닐까. 불행하게도 아니다. 절대 아니다. 자신을 납치한 남자들의 리더로 보이는 최기완(김재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이건 실제 상황이란 걸 황정민은 알게 된다. 이제 황정민은 진짜 인질이다.
 
영화 '인질' 스틸. 사진/NEW
 
인질은 다른 걸 보여주는 게 아니다. ‘황정민이란 특급스타가 납치됐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특급 스타 황정민은 어떻게 할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자체 서브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온전히 완벽하게 황정민 한 명이 끌고 간다. 이건 뚜렷한 장점이지만 반대로 그에 못지 않은 선명한 단점도 있다. 영화 시작부터 황정민이 납치되고 탈출하는 장면 직전까진 극 전체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황정민이란 배우가 영화이지만 실제로 납치 됐단 설정은 리얼리티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관객들에겐 몰입도를 방해하는 지점이다. 영화를 보고 있지만 배우 황정민이 연기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단 프레임이 자꾸만 관객 시선을 건드리게 된다. 배우가 작품 속에서 배역으로만 존재해야 한단 것은 명확한 명제다. ‘인질에선 배우도 황정민이고 배역도 황정민이다. 결과적으로 황정민은 본인으로서 존재하지만 배역으로서도 작품 속에서 존재한다. 이건 인질이 안고 가야 할 양날의 검이다.
 
영화 '인질' 스틸. 사진/NEW
 
이런 점은 황정민의 연기력 저하도 아니고, 감독의 연출력 미달도 아니다. 작품 자체가 상업 영화 속에서 전무후무했던 설정을 짊어지고 새로운 길을 걷길 선택한 무게일 뿐이다. 황정민은 황정민이고 연출을 맡은 필감성 감독 역시 충무로 내로라하는 편집 스태프 출신인 점을 십분 발휘해 인질의 속도감을 챙겼다.
 
황정민은 실제인지 설정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납치범 5명을 능수능란하게 흔들어 놓는다. 풋내기 납치범 그리고 철두철미한 사이코패스 성향 납치범 리더부터 타이밍을 예측하기 힘든 여성 멤버까지. 모두가 사실상 황정민의 노림수와 노련함에 조율되고 혼란을 겪는다. 단 시간에 납치범 각각의 성격을 파악해 그들에게 걸 맞는 심리전을 펼치는 황정민의 모습은 실제 배우 황정민이 아닌 그가 출연했던 작품 속 능수능란한 형사그리고 조폭 두목등의 아우라를 느끼게 만들 정도다.
 
영화 '인질' 스틸. 사진/NEW
 
무엇보다 인질인질스럽게 만들 키 포인트는 배우 황정민을 납치한 5인 방이다. 필감성 감독과 제작진은 제작 단계부터 영화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낯선 얼굴들을 원했다고 한다. 지금은 꽤 유명한 위치에 오른 5인 방 중 몇 명도 있지만 그들의 날 선 모습 그리고 해머처럼 묵직한 이미지, 전기톱처럼 신경질적인 반응 등이 결합돼 예측 불가능한 라인업이 완성됐다. 납치범 5인 방 가운데 리더로 등장한 최기완 역의 배우 김재범은 뮤지컬계에선 잔뼈가 굵은 스타급이지만 영화계에선 낯설다 못해 생소하다. ‘인질이후 그를 주목하게 될 충무로의 시선이 어떻게 변할지 가 더 기대된다.
 
영화 '인질' 스틸. 사진/NEW
 
인질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날의 검이다. 황정민이 작품 속에서 배우로도 존재하면서 배역으로도 존재한다. 관객 역시 이런 영화를 접해 본 적 없다. 때문에 생소하고 생경하다. 하지만 인질이 그 시작이라면 황정민 외에 다른 대안이 있었을까 싶다. 아마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질은 황정민이 만들어 낸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허물어진 첫 번째 영화다. 오는 18일 개봉.
 
P.S 혹시 코미디로 오해하지 말자. 상당한 수위의 하드코어 스타일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