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의과잉 사회, 정의중독 개인
입력 : 2021-08-05 06:00:00 수정 : 2021-08-05 08:34:30
우리 사회는 정의과잉 사회다. 그리고 개인들은 정의중독 상태다. 모든 것을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판단한다. 머리 모양, 단어 한마디, 서 있는 자세 등 개인의 취향이나 남녀의 개인사와 같이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것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판단해 버린다. 정의라는 훌륭한 가치를 사회적으로 편가르기에 사용한다. 정의라는 이름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설, 성냄, 적의를 정당화한다. 사회는 불행해지고 개인은 타락한다. 
 
최근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정의라는 이름으로 왜곡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상대방 격려의 말을 지역주의 발언으로 비난하거나 18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이낙연 후보의 태도를 비난하는 것은 과도하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에 대한 비난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태도는 검증과 정의라는 이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정의과잉이다. 
 
정치가 유독 이런 경향이 강하지만 정의과잉은 정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도 퍼져나간다. 안산 선수에 대한 비난은 누가 보더라도 유치하고 형편없다. 조금만 지나면 당연히 사라질 현상이겠지만 오히려 정치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가세하면서 제법 오래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 모든 행위를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한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을 자신과 구분하는데 정의만큼 좋은 명분은 없다. 정의는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데 너무나 훌륭한 명분이다. 그렇지만 정의에도 정의의 영역이 있다. 정의는 자신의 영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정의가 적용되는 영역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다. 정의가 개입하고 잘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은 범죄 처벌 영역이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를 처리하는데 정의는 힘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정의는 개인의 취향, 내면의 양심, 침실의 사정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중간 영역이 있다. 정의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영역이다. 개인이 개를 키우든, 팔짱을 끼든, 다리를 벌리든 이것은 남이 단죄할 일이 아니다. 물론 공손하고 친절하고 품위있게 행동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죄할 수는 없다. 이 영역에 정의가 개입되면 편가르기가 되어 버린다. 
 
정의가 무한 확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편가르기가 되어 타인을 배제하고 억압하기 때문에 건전한 공동체가 되지 못한다. 개인의 영역에서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게 된다. 말도,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머리 스타일도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편가르기, 정의 과잉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편가르기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편가르기를 하면 자신을 주류화하고 타인을 비주류화할 수 있다. 주류가 되면 권력과 부를 독점할 수 있다. 권력과 부, 기득권을 위해서 다른 이를 기꺼이 파멸시키려고 한다. 잔인한 일이다.
 
사회 영역에서 정의가 남용된다면, 개인 영역에서는 정의에 중독된다. 정의를 마구휘두르고 편가르기를 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일본의 나카노 노부코 교수가 쓴 “정의 중독”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쾌락, 즐거움을 주는 도파민을 경험하면 더욱 더 많은 도파민을 원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단죄할 타인을 찾아다니고 단죄할 행위를 찾아다닌다. 이 과정에서 마땅히 존중해야 할 타인의 공간, 개인의 영역은 무시해 버린다. “정의 중독”에 의하면 상대방 단죄와 편가르기에 열심인 사람들은 모두 일종의 중독자들인 셈이다. 
 
그러면 도파민과 정의에 중독된 개인은 행복할까? 개인 역시 행복하지 않다.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타인을 단죄하는데 중독된 사람은 자신도 단죄한다. 뇌는 자신에 대한 단죄와 타인에 대한 단죄를 구분하지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면서 도파민을 찾아 헤맨다. 둘째, 타인을 단죄하는 사람은 자신도 단죄의 제물로 사회에 제공해야 한다. 원래 세상은 공평한 법이다. 셋째, 정의와 단죄만을 찾는 사람은 타인과의 공동생활에서 나오는 안정감을 얻지 못한다. 안정감도 행복의 일부인데 이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의가 과잉인 사회, 정의에 중독된 개인. 바람직하지 않다. 정의는 자신의 영역에서 지내야 한다. 개인도 정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행복해진다. 정의과잉 사회, 정의중독 개인이라는 자각에서부터 시작해보자.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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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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