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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2시간 근로제가 스타트업에 주는 영향
2021-08-03 06:00:00 2021-08-03 06:00:00
지난 7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었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여가생활을 늘여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취지로 진행되어왔다. 지난 2018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기 시작하여, 작년 1월에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도 확대 적용되었다. 다수의 중소벤처스타트업들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과연 이 제도는 스타트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주 52시간제는 근로기준법 제50조와 제53조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이다. 제50조는 하루와 한 주의 법정 근로시간을 각각 8시간,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53조에서는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중소벤처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3곳 중 1곳은 아직 도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주 52시간제도 핵심내용 묻고, 답하기”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일한 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아도 주 52시간제를 위반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 3회 하루에 15시간씩 근무할 경우, 주간 근로시간은 45시간이라 52시간을 넘지 않지만, 하루 8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시간이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하루 7시간씩 총 21시간의 연장근로를 하게 되어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또 노사 간 합의를 하여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에도 위반이 된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회사 대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사업 추진 및 인력 관리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업무 시간 측정의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업무 시간은 사무실에 있거나 재택근무 시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업을 기획하고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경우, 또 전 세계 시간대에 맞춰 영상회의를 하고 일하는 경우, 근무시간을 계산한다는 것은 형식적인 시간 입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상당수의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지향하는데 플랫폼 기업 특성 상 제품 기획, 개발, 고객 피드백, 개선이 수시로 이뤄지므로 개별 임직원의 업무 시간에 대한 예측이 매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둘째, 스타트업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위한 실험, 투자 유치 등의 활동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높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보통 스타트업 임직원은 스톡옵션을 받고 회사가 성과를 내어 주가가 오르면 큰 보상을 받게 되므로 자발적으로 업무에 매진하게 된다. 가령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에서 지분 1%를 가진 직원은 산술적으로 100억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런 직원에게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혁신적 스타트업 기업이 많이 포진되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면제 근로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임원, 행정직, 전문직은 주당 근무시간 규제를 면제 받는데 특히, 컴퓨터 관련 근로자에 대해서 2021년 기준으로 시간당 47.48달러(약 54,500 원), 연봉 9만8908달러(약 1억1355만 원) 이상의 근로자는 면제대상이 된다. 영국의 경우에도 주 48시간 ‘옵팅 아웃’ 제도가 있다. 이 경우 근무시간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발적 선택으로 일정기간 또는 영원히 주 4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다시 주 48시간만 일하겠다면 언제든지 회사에 서면으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단, 안전과 관련된 항공기, 배, 보트, 교통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옵팅 아웃할 수 없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자의 건강, 산업재해 감소, 여가생활 증대, 일과 생활 균형 등을 목적으로 한다. 스타트업에서도 근로자의 기본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으로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혁신적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의 일부 핵심적 인력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를 하기 보다는 단기간 집약적 업무수행과 함께 고소득을 획득하는 삶을 선택할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는 보상체계를 병행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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