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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랑종’ 나릴야 군몽콘켓 “’빙의’보다 더 어려웠던 연기?”
5번의 오디션 기회…“태국 최고 연출자 ‘반종 감독’ 작품인지 몰랐다”
“‘식인’ ‘노출’ ‘근친상간’ ‘동물학대’ 등 모두 영화 속 흐름에 꼭 필요”
2021-07-26 00:00:01 2021-07-26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저 배우 정말 괜찮은 걸까란 걱정이 앞선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살벌하다란 단어로는 표현이 안 된다. 정말 진짜같았다. 어느 시점에선 영화 촬영 도중 제작진도 모르게 실제로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과 걱정이 될 정도였다. 올해 겨우 2001년생인 태국의 CF스타 나릴야 군몽콘켓은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태국 공포 영화의 거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한 랑종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극중 은 귀신에게 빙의된 상태였다. 기괴한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끔찍해져 갔다. 공포감도 공포감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한 감정을 오롯이 건드리게 만들었다. ‘랑종은 나홍진 감독 그리고 반종 감독, 한국과 태국을 대표하는 장르 연출의 달인 두 사람이 작정하고 불쾌함의 끝을 달리기 위해 만든 결과물이다. 그 정점에 나릴야 군몽콘켓이 있었다. 생경한 모습은 오히려 영화 밖의 나릴야였다. 당연하지만 누가 봐도 발랄한 20대 초 여배우였다. 그에게서 도저히 랑종을 예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태국 현지에 머물고 있는 나릴야 군몽콘켓과 뉴스토마토가 온라인으로 만났다.
 
배우 나릴야 곤몽콘켓. 사진/쇼박스
 
최근 랑종이 국내에서 개봉한 뒤 뜨거운 입소문과 함께 극장가 최고 화제작이 됐다. 태국에서도 나릴야는 사실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출연작이라곤 랑종이 전부였다. 몇 편의 CF출연이 전부였단다. 하지만 랑종이후 그는 태국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태국 여배우가 됐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국내에 들어와 자신의 연기를 좋아해 준 랑종마니아들과 반갑게 인사라도 나눌 수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아쉽긴 해요. 근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최근 들어서 제 개인 SNS 팔로우도 많이 해주세요. 댓글도 정말 많이 남겨주세요. 요즘 그래서 한국어를 좀 배우고 있는데 간단한 정도의 인사말 정도는 저도 댓글로 다시 남겨 드리고 있어요. ‘랑종이 유명한 감독님 두 분이 만드시는 작품이란 건 캐스팅 된 뒤 알았지만 이 정도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젠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나홍진 감독과 반종 감독은 랑종을 준비하면서 무명에 가까운 인지도가 없는 배우들로 캐스팅한다는 것에 합의를 했다고 한다. 영화 자체의 리얼리티를 위한 두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시나리오와 제작을 담당한 나홍진 감독도 연출을 맡은 반종 감독의 이 같은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고. 그래서 여러 차례의 오디션에 태국 현지에서 진행됐고 나릴야가 역으로 선택됐다.
 
배우 나릴야 곤몽콘켓. 사진/쇼박스
 
오디션은 총 다섯 번을 봤어요. 처음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때는 반종 감독님 작품인 줄 몰랐죠. 반종 감독님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연출자이신걸요(웃음). 캐스팅 회사를 통해 오디션 기회를 받게 됐어요.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가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라서 사실 너무 어려웠죠. 그때 어떻게 연기했는지 정말 기억도 안나요(웃음). 다만 꼭 이 역할을 맡아 보자란 간절함은 강했던 것 같아요.”
 
정말 태국에서 연기를 업으로 하는 배우들은 모두 랑종오디션에 참여한 것 같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에서 연기 경력이 거의 전무했던 나릴야가 선택된 것은 도 있었지만 그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그런 노력은 캐스팅 이후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반종 감독과 나홍진 감독 모두 나릴야 캐스팅에 너무도 큰 만족감을 드러냈었다. 영화 속 나릴야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
 
우선 주변에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고 관찰도 많이 했어요. 100% ‘이 돼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몸무게로 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게 해야겠다 싶었죠. 영화 전반에는 제 평소 몸무게보다 4~5kg 증량한 모습이에요. 그런데 후반부에는 오히려 평소보다 10kg 정도를 감량했어요. 그리고 다들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 데(웃음). 영화에선 그렇게 끔찍했지만 현장은 정말 너무 행복하고 웃음이 넘쳤어요. 그리고 촬영 전 반종 감독님이 마련하신 워크숍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영화 '랑종' 속 나릴야 군몽콘켓. 사진/쇼박스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 걱정은 영화가 개봉된 뒤 제기된 끔찍한 설정들을 얘기한다. ‘랑종에는 노출, 식인, 근친상간을 묘사하는 듯한 부분, 존속살해, 살인, 상식을 넘어선 동물 학대 등이 등장한다.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와 연출자 모두에게 당연히 부담이 될 만한 설정들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끔찍한 설정은 을 연기한 나릴야가 모두 소화해야 했다.
 
우선 저 모든 설정이 논란이 있었던 것은 전해 들었죠.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영화를 보셨기에 알 수 있으시겠지만 모든 설정이 영화 전개에 꼭 필요한 장면들이었어요. 사실 제가 진짜 어려웠던 점은 이 보통 사람이었다가 점차 이상 증세를 보이는 과정이었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몸동작을 하는 것 하나하나가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 영화에선 그렇게 끔찍했지만 촬영 후에는 악몽을 꾼 적도 없고 가위에 눌린 적도 없어요(웃음)”
 
끔찍한 변화를 겪은 뒤의 모습도 어려웠지만 그 이전 의 모습도 쉽진 않았단다. 당연히 국내 영화 팬들은 알 수는 없지만 나릴야는 태국에선 가장 큰 대도시인 방콕 출신이다. 반면 영화 속 은 태국에서도 가장 외지이고 시골이라고 불리는 북동부 이산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이다. 배우로선 당연하지만 완벽하게 나릴야를 지우고 이 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고.
 
배우 나릴야 곤몽콘켓. 사진/쇼박스
 
정말 저와 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어요(웃음). 이산 지역은 정말 시골도 너무 한 참 시골이에요. 전 어떤지도 사실 잘 모를 정도로 시골이거든요. 근데 전 태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방콕에서 살고 있어요. 말투도 정말 달라요. 저 나릴야는 굉장히 조용하고 혼자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근데 은 파티도 좋아하고 말투도 되게 강하잖아요. 하하하.”
 
반종 감독은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로 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연출자가 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반종 감독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랑종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에게 잠식당하는 과정을 소름 돋게 연기한 나릴야는 어떨까. 우선 그는 반종 감독과는 반대였다. 그리고 그는 영화 속에선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집안의 핏줄을 타고 났다. 하지만 현실에선 정반대다.
 
배우 나릴야 곤몽콘켓. 사진/쇼박스
 
우선 전 아주 독실한 불교 신자에요. 그리고 귀신의 존재를 믿어요. 귀신이라기 보단 혼령이라고 해야 할 듯해요. 그리고 전 공포 영화를 사실 잘 못 봐요. 친구들이랑 꼭 같이 보는데 무섭지도 않은 장면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다가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어요(웃음). 아직 랑종을 전 못 봤어요. 되게 궁금해요. 어떻게 나왔을지. 그리고 최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국 영화에도 꼭 출연해 보고 싶어요. 저에 대한 관심 너무 감사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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