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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방법: 재차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잘못됐다
드라마 ‘방법’ 스핀오프 스토리, 주인공 ‘임진희’ ‘백소진’ 활약 ‘주목’
‘재차의’ 소재에만 집중된 플롯 구성, 드라마 아닌 영화 ‘선택’ 의문
2021-07-22 00:00:01 2021-07-22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상당히 의외다. 요즘 같은 다채널 시대에 ‘연상호’란 이름의 흥행 보증수표가 굳이 이 얘기로 ‘영화’란 포맷을 고집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드라마 ‘방법’으로 유의미한 흥행을 거둬들인 연상호 감독이 구축해 낸 ‘방법 유니버스’는 부제 ‘재차의’를 달고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사실 드라마와 영화의 크로스오버는 생소한 시도는 아니다. ‘원소스멀티유징’이 일반화된 지금의 콘텐츠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는 소재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는 과정이 되며, 창작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 구축을 이뤄나가는 기회를 잡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지면 ‘방법: 재차의’ 같은 판단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재차의’ 소재를 위해 스핀오프인 ‘외전’을 기획했고, 그 기획을 갖고 드라마와 영화의 크로스오버를 밀어 붙였다. 사실상 ‘방법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소재 ‘재차의’를 살리기 위한 ‘임시방편’스러운 결과물이 ‘방법: 재차의’로 등장한다. 이런 과정으로부터 시작을 했고, 과정이 이어지면서 결과가 나와도 문제가 될 건 없다.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때문에 포맷의 크로스오버가 이뤄지게 된다면 스토리의 ‘트랜스포메이션’도 이뤄졌어야 옳다.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를 스크린에서 상영한 듯한 결과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더욱이 드라마 ‘방법’을 보지 않은 관객에 대한 배려도 없다. ‘스핀오프’란 ‘외전’ 성격을 띠지만 본편 ‘방법’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절반 이하로 습득률이 떨어지게 된다.
 
 
 
영화는 연상호 감독 세계관을 관통하는 키워드 ‘좀비’ 즉 한국적 좀비 ‘재차의’가 중심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3개월 전 이미 죽은 사람. 현재는 시체다. 경찰은 당황한다. ‘성준’에겐 익숙하다. 이런 ‘특별한’ 사건이. 그리고 얼마 뒤 그의 아내 진희(엄지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시체가 살인을 저지른 사건 진범이라 주장하는 남자다. 라디오 출연 도중 전화를 받게 된 임 기자는 의문의 남자로부터 단독 인터뷰를 제안 받는다. 임 기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독립 언론을 통해 동영상 채널 생중계로 이 남자와의 인터뷰를 약속한다.
 
현장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는 앞으로 세 명의 사람을 더 죽이겠다 공언한다. 이틀 간격으로 그가 죽이겠다고 한 ‘예비 희생자’는 한 거대 제약회사 고위 간부 세 명. 살인을 막을 방법은 딱 하나. 이 회사 회장이 임 기자가 운영하는 동영상 채널을 통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뿐. 그 ‘진정성’ 잣대는 임 기자 해석에 달렸다. 임 기자는 왜 자신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회사인지를 파고 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죽은 시체들이 살아나 공격하기 시작한다. ‘재차의’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라마 ‘방법’에서 임 기자와 인연을 맺었던 ‘방법사’ 소진(정지소)이 등장한다. 소진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죽은 재차의를 조종하는 ‘두꾼’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임 기자는 자신의 조력자들과 함께 이 사건 배후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방법 유니버스’의 인물들이 다시 모여 들었다. 그리고 움직인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사진/CJ ENM
 
영화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에 이어 모두 김용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의아스러운 점은 김 감독은 전문 방송 드라마 연출자 출신이 아닌 영화 감독이다. 하지만 ‘방법: 재차의’ 속 호흡은 괴이할 정도로 방송 드라마 호흡을 따라간다. 무엇보다 드라마 ‘방법’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매끄럽게 따라가야 할 지점에서 덜그럭 거리며 발이 걸리는 경험을 할 정도다.
 
영화 중반 즈음 느닷없이 등장하는 ‘소진’은 앞뒤 설명이 불분명하다. 개연성을 중시하는 국내 관객들이 도대체 어떻게 받아 들일지가 궁금할 정도다. 이미 ‘방법’ 세계관에서 이뤄진 관계성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법’ 세계관 인물들의 관계일 뿐이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사진/CJ ENM
 
드라마 ‘방법’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스핀오프’란 개념에서 출발했다면 ‘연상호 유니버스’ 안에서 공존하는 좋은 예가 있다. 영화 ‘부산행’으로 출발했지만 세계관을 공유한 다른 인물들의 얘기였던 ‘반도’다. ‘방법’은 드라마 세계관을 고스란히 끌어왔기에 새롭게 이 세계관에 들어와야 할 예비 관객들의 진입 장벽을 높여 버렸다. 드라마와 영화 포맷 차이는 세계관 이해에서 분명히 진입 장벽 차이를 만든다. 진입 장벽의 차이는 ‘방법: 재차의’ 속 설정의 이해를 끌어 가는 데 부족한 동력도 된다. 임진희-소진의 관계, 임진희 기자의 현 시점에 대한 생활, 임진희 기자 부부의 관계, 주변인들 역할에 대한 필연적 중요성 여부 등이 모두 뭉그러트려져 있다. 화려하고 보기 좋고 생경한 ‘재차의’ 군단의 이질적인 비주얼 속에 이런 디테일 등은 빛깔 좋게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사진/CJ ENM
 
이렇다 보니 전체 흐름의 맥을 쥔 사건의 깊이도 한 없이 얕게 느껴진다. 영화 초반 임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언급된 ‘제약회사’란 키워드가 ‘재차의’와 맞물리면 사건의 진실은 의외로 쉽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명징한 사건 구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앞선 모든 지점이 흐릿해지니 뒤에 따라와야 할 부분 모두가 힘을 잃게 되는 모양새다. 그저 대충 끼워 맞추고 수습한 선택과 결정으로만 다가온다. 고민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구성적 흐름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느낌은 결과적으로 포맷의 ‘크로스오버’에서 불거진 틈이 벌어지면서 만든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의미 없는 제안이지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부산행’ 외전 ‘반도’를 참조했어야 옳다. 다른 카드는 소재를 극단적으로 밀고 가는 선택과 함께 스크린 상영이 아닌 OTT공개를 통한 표현의 하드코어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사진/CJ ENM
 
‘방법: 재차의’에겐 모든 게 전혀 어울리지 않은 선택들뿐이었다. 반대로 ‘방법: 재차의’가 선택한 각각의 요소들에게도 이 영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반자였다. 개봉은 오는 28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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