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처음엔 새끼 고양이였다
입력 : 2021-07-21 06:00:00 수정 : 2021-07-21 06:00:00
11년 전, 고양이 두 마리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과정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경악한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모여 범인 찾기에 나섰다.
 
단서는 영상에 나타난 문 손잡이와 콘센트 규격. 추적단은 전선과 와이파이를 타고 북미와 러시아를 헤맸다.
 
추격과 도망이 반복되는 동안, 고양이 살해 영상이 또 다시 게시됐다. 시민들이 찾아낸 이름은 캐나다인 루카 매그노타였다. 추적단은 그가 사람 목숨도 빼앗을 것으로 확신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루카로 보이는 남성이 사람을 살해하는 영상이 나오자, 추적단이 경찰에 이메일 제보를 보냈지만 무시당했다. 보수당과 자유당사에 중국인 유학생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보내진 뒤, 경찰의 추격이 시작됐다.
 
붙잡힌 루카는 영화 '원초적 본능'의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에게 살인을 부추겼다는 '매니'는 이 영화에서 샤론 스톤이 전 연인으로 언급한 허구 인물이었다. 루카는 자신을 심문하는 경찰 앞에서 샤론 스톤과 똑같은 다리 꼬기로 영화 모방을 완성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는 관심을 갈구하는 모방 살인범이 힘없는 동물로 살의를 키우는 모습을 조명한다.
 
고양이를 죽인 이유가 루카와 다르다면 괜찮은걸까. 고양이 독살과 강아지 학대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보기 싫어서, 시끄러워서, 스트레스 때문에 죄 없는 동물이 서럽게 죽어간다. 동물을 학대해 숨지게 해도, 대부분 실형 대신 벌금형에 처해지는 현실이 동물의 목숨값을 낮춰왔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간 동물학대·유기에 대한 처벌이 약한 이유로 동물이 법상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반영했다.
 
신설 조항은 동물학대 처벌과 배상의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현행법상 동물을 학대해 숨지게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집행유예 가능 범위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처음엔 새끼 고양이였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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