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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령, 뇌심혈관·근골격계질환 등 '과로사' 제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예고
동일 요인 1년 이내 3명 사망 시 인정…노동계 반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조치 '모호'
광주 참사, 공중이용시설 해당 안 해 적용 어려워
2021-07-09 11:09:13 2021-07-09 11:09:13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심혈관 질환이 중대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사망하더라도 1년 이내에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총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중대재해로 인정된다. 이는 경영계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에 뇌심혈관 질환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시행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법에서 위임한 사항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정안은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범위,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위임된 내용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시행령에 위임된 사항은 총 5개로, 노사는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왔다.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보고 구체적인 질병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하면서다.
 
그간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급성중독 등'이라는 법률 문언에 비춰볼 때 업무상 사고와 유사한 화학물질 유출 등에 의한 질병자로 그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급성중독으로 보기 어려운 만성질환, 예컨대 뇌심혈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직업성 발병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포함한 포괄적 범위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국 시행령은 뇌심혈관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을 범위에서 제외했다. 각종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급성중독, 보건의료 종사자에 발생하는 혈액전파성 질병, 산소결핍증, 열사병 등 20여개만 그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16명이 과로사한 택배노동자와 같은 사례는 중대재해법에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특히 뇌심혈관 질환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노동계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급성으로 발생한 질병이면서 인과관계의 명확성과 사업주의 예방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는 '적정 인력 배치'와 '적정 예산 편성'을 의무로 규정하도록 했는데, 노사 양측으로부터 모두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또 산재가 아닌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인 중대시민재해도 적용 대상으로, 시행령은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도 정했다. 바닥 면적이 1000㎡(약 302평) 이상인 다중이용시설을 대부분 적용하되, 실내 주차장과 업무시설 중 오피스텔 및 주상복합, 전통시장 등은 제외했다.
 
다만 광주 참사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렵다.
 
이상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광주 사고의 철거공사 현장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 법률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 사고가 지금 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서 사고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그 조사 결과에 따라서 관련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노동계에서는 2인 1조 작업, 신호수 배치, 과로사 방지를 위해 인력 확충 등도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2인 1조 내용에 대해서 이게 바로 포함된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면서도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사실은 적정한 재해예방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인력과 조직 그리고 작업방법 등에 대한 점검을 통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이런 내용들이 필요하다면 거기에 필요한 예산도 조치를 해야 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직후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령 제정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 노사 등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12일부터 8월 23일까지다.
 
한편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 기간을 가지며,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해서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에 뇌심혈관 질환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4월 경기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산재 사망사고를 당한 고 이선호씨 발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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