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제8일의 밤’, 피지컬 살리지 못한 2% 아쉬움
불교적 색채관 투입한 오컬트 장르, 스토리 흐름 ‘과정’만 집중
매력적 소재와 플롯, 과정 집중된 뒤 ‘희미’해진 캐릭터+이야기
2021-07-09 00:00:10 2021-07-09 00:00:1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에서 오컬트 장르는 현상을 그려왔다. 현실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신비한 힘과 존재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아우르는 현상을 그리면서 관객들에게 호기심 가득한 얘기를 던졌다. 소재와 방식에서 장르적 매력을 충분히 살릴 해법이다. 물론 이 해법은 탄탄한 설정과 굳건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존재할 때 빛을 발한다. 기존 오컬트 영화가 그랬다. 별다른 사건 전개가 없다. 오직 빙의 된 악령을 향한 구마 의식 과정에 집중한다. 그 곁가지로 주인공들의 트라우마와 자의적 갈등이 덧입혀진다. 곁가지이지만 오컬트 장르라면 이 장치는 앞선 과정에 힘을 실어줄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조건이 희박해질 경우 앞선 과정의 동력도 저절로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 영화 8일의 밤이 좋은 피지컬을 보유하고도 중반 이후 그로기 상태에 빠질 정도로 휘청거린 건 앞선 설명의 후자를 외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물들의 뚜렷함을 예상 밖으로 억눌러 버렸다.
 
 
 
영화는 불교적 색채와 세계관을 끌어왔다. 불교의 금강경에 얽힌 내용이다. 붉은 눈과 검은 눈을 가진 요괴가 부처에 의해 그 힘이 봉인된다. 봉인된 것은 요괴의 힘을 상징하는 붉은 눈과 검은 눈. 이 눈은 각각 세상의 서쪽과 그 반대편인 동쪽 땅 끝에 봉인됐다. 어느 한쪽이 봉인에서 풀려나면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다른 반쪽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8일의 밤 두 눈이 만나 지옥의 문이 열린다. 여기까지가 고대의 설화다. 무려 2500년 전 얘기다. 하지만 이 설화를 현대의 한 대학교수가 증명하려 들었다. 그리고 서쪽의 끝, 사막 한 가운데에서 봉인된 단지 하나를 찾아낸다. 그 단지 안에 담긴 것은 붉은 눈’. 그 눈이 풀려난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 시각, 광주 북산 한 암자. 고승 하정(이얼)2년 째 묵언 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요괴와 붉은 눈 검은 눈에 얽힌 설화를 들려준다. 그리고 선화(진수, 이성민)를 찾으란 유언을 남기고 좌탈입망’(앉은 자세로 숨은 거두는 것)한다. 하정의 유언에 선화는 세상에 다시 나오길 결심한다. 그는 죽은 자를 천도하는 운명을 지닌 전직 승려. 죽을 힘을 다해 외면하며 살아온 자신의 숙명을 청석과의 만남으로 대면하게 된다. 이제 선화 즉 진수와 청석은 세상에 나온 그 놈다시 말해 붉은 눈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8일의 밤은 기대감이 충분하고 또 충실한 미장센과 스토리라인을 예감케 한다. 불교적 색채관은 오컬트 장르와 맞물리면서 변주와 확장의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종교적 관점에서 불교는 아시아 국가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선악 구분법이 분명하게 나뉜다. 이런 관점을 이용한다면 오컬트 장르에서의 변주와 반전 그리고 의외성은 충분히 확장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8일의 밤은 부처와 요괴로 시작한 설화에 이어 요괴의 힘을 상징하는 붉은 눈과 검은 눈 얘기를 이어가면서 명확한 선악 구도 경계를 흐려버리는 실마리를 마련해 준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넷플릭스
 
8일의 밤이 오컬트의 선악 구도를 명확하게 이어가려 했다면 악과 싸우는 과정의 존재 즉 구마와 퇴마를 이뤄가는 인간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는 쪽을 선택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싶다. ‘8일의 밤은 시종일관 붉은 눈이 검은 눈을 만나기 위해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스토리라인조차 7개 징검다리를 뜻하는 ‘1일 밤’ ‘2일 밤등으로 나눠 스토리 흐름 맥락을 관객이 너무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 들이게 만들어 버렸다.
 
과정의 집중이 오컬트 한 축이 되야 결과의 정당성에 힘이 실린다. 오컬트 장르는 소재의 명확성은 당연하다. 인물의 뚜렷함도 분명해야 한다. 이건 장르를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오컬트는 기본적으로 이런 토대 위에 과정이 관객을 설득할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소재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이기에 과정이 힘을 얻으면 소재의 정당성도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8일의 밤이 그걸 간과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넷플릭스
 
영화는 초반 이후 시종일관 진수와 청석이 그 놈을 잡기 위한 과정에 집중한다. 하지만 8일의 밤이 담은 것은 진짜 과정 뿐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닌, 스토리 흐름상의 과정만 보여줬다. 때문에 진수와 청석이 움직이고 행하는 이유가 희박해진다. 이 과정에서 형사 호태’(박해준)와 동진(김동영) 캐릭터의 소비적 쓰임은 가장 안 좋은 연출자의 선택이 됐다. 인물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가장 쉽고 가장 1차원적 연출 방식이다. ‘충분히 다중 플롯이 가능한 오컬트안에서 이런 캐릭터 소비는 어떤 것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넷플릭스
 
진수와 청석 사연도 1차원적 해석에서 끝을 맺는다. 진수가 겪는 가혹한 운명과 숙명적 받아 들임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시작됐고, 그 시작의 실마리가 영화상에서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엔 정보가 지극히 부족했다. 그 안에 청석의 얘기까지 억지로 우겨 넣은 모양새다.
 
번뇌 고통 업보 희생 용서 구원 등 수 많은 메시지가 난무한다. 설화 속에서 시작하지만 붉은 눈이란 존재의 맥거핀적 활용도 역시 이 얘기 전체의 복잡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식과 장치처럼 다가온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넷플릭스
 
비주얼과 텍스트 차이였다면 8일의 밤은 매체적 전달 방식에서 분명히 패착이다. 뚜렷하고 매혹적인 얘기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 얘기를 전달하는 매체다. 영화적 언어가 뒷받침되는 비주얼의 디자인이 있어야 했다. 그 비주얼을 설득시킬 사건 전개 과정의 임팩트가 부족했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 인물의 뚜렷함을 살릴 포인트가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각색이 8일의 밤을 잘못 이끈 신의 하수가 됐다. 7 2일 넷플릭스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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