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드나이트’ 진기주 “제 무릎 받친 영화입니다”
‘재미있겠다’ 싶어 출연 결정한 작품…“출연 결정 이후 덜컥 겁났죠”
학원 다니며 배운 ‘수어’…“영화 속 대사 지금도 몽땅 ‘수어’로 가능”
2021-07-08 00:00:01 2021-07-08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대기업 출신 그리고 기자 그리고 모델. 현재는 배우다. 하지만 그 보단 대중들에게 이직의 여왕이란 타이틀로 불린다. 남들은 한 번도 들어가기 힘들단 대기업그리고 최고의 경쟁률을 선보인 슈퍼모델대회, 여기에 언론고시로 불리는 방송 기자 출신이었다. 그래서 진기주는 배우적 능력보단 그의 화려했던 이력이 더 주목을 받아왔다. 그게 본인에겐 정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란 것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물며 본인은 오죽했을까 싶다. 정말 작심하고 달려든 듯싶었다. 배우란 직업적 타이틀을 달고 살면서 이 정도로 작정하고 죽을 듯이 달려든 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보는 관객이 이 정도라면 당사자인 배우 진기주는 정말 죽을 만큼 사력을 다했단 얘기가 된다. 영화 미드나이트속 진기주는 시시각각 자신을 옥죄어 오는 도식’(위하준)의 추격을 피하기 바쁜 경미란 인물 그대로였다. 놀라운 점은 쫓기는 경미가 소리를 들을 수 없단 점이다. 배우로선 표현할 무기 하나가 빠진 셈이다. 전쟁터에서 총을 놓고 나가 싸워라라고 병사에게 얘기를 하는 셈이다. 근데 진기주는 그걸 해냈다. 이 배우에겐 오기가 남아 있었다.
 
배우 진기주. 사진/티빙, CJ ENM
 
아직은 뭘 제안해도 욕심이 생기고 의욕 넘치게 달려들고 싶은 진기주다. 그래서 미드나이트시나리오를 받아 든 뒤 자신이 소화해 보지 않았던 스릴러장르에 끌려 덥석 잡아 버렸단다. 영화는 이제 겨우 데뷔작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두 번째다. 단 두 번째 만에 이런 장르 영화가 자신에게 온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정작 출연을 결정한 뒤 겁이 덜컥 났고 그제서야 모든 게 보이기 시작했단다.
 
와 재미있겠다. 하고 싶어요. 그러고 출연 결정한 뒤 시나리오를 다시 보니 아뿔싸싶었죠(웃음). 내가 이걸 한다고? 너무 어마어마한 게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거에요. 그때서야 심장이 내려 앉는 느낌이었죠. 우선 준비 과정에서 한 가지 원칙은 있었어요. 과장되거나 과도하게 덧입혀서 보여주지 말자. 그리고 수어 학원부터 다녔죠. 실제 청각장애인 선생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배우 진기주. 사진/티빙, CJ ENM
 
극중 경미가 말을 못하고 듣지를 못하는 청각장애인이기에 그저 말을 안하고 안 들리는 척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어학원에서 관찰한 청각장애인 선생님들은 달랐다. 우선 항상 상대방의 입을 바라보며 대화를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나온다. 청각장애인이지만 말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진기주에겐 정말 모험 같은 장면이다.
 
일반적인 비장애인들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대화를 하잖아요. 그런데 청각장애인분들은 비장애인과 대화를 할 때는 상대의 입술을 보신대요. 그래야 무슨 말인지 더 잘 알 수 있으니. 그래서 저도 한 동안은 그게 실제로 습관처럼 남아 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영화 중 후반쯤 경미가 말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말 고민 많았어요. 너무 죄송하지만 청각장애인 선생님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드렸죠. 흔쾌히 해주신분도 계시지만, 망설이다 해주신분도 계시고. 너무 감사했어요.”
 
배우 진기주. 사진/티빙, CJ ENM
 
미드나이트속 진기주의 수어 연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이 배역에 몰입해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 등장한다. 청각장애인이기에 당연히 말을 못한다. 말은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이다. 진기주가 연기한 경미는 말을 못하기에 수어로 그 감정을 전달한다. 손으로 전달되는 극중 경미의 언어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 감정이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된다.
 
저희도 화가 나거나 다급하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또 빨라지고 그러잖아요. 수어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영화 초반 또박또박 나가는 수어부터 초반 이후 등장하는 화가 날 때의 수어 등이 실제로 청각장애인분들이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수어도 말이잖아요(웃음). 그게 당연한 걸 저도 배우면서 알았죠. 정말 영화 속 대사는 모두 수어로 실제 청각장애인분들이 하시는 속도대로 할 수 있게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배우 진기주. 사진/티빙, CJ ENM
 
사실 수어만 제대로 한다고 경미를 준비한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진기주가 제일 곤욕스러웠던 점은 달리기였다. ‘도식을 연기한 위하준과 함께 미드나이트를 촬영하면서 자신들의 연골을 받친 영화란 뜻의 연골나이트라고 불렀다. 우스갯소리로 부른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무릎이 안 좋아질 정도로 엄청나게 뛰고 또 뛰었다. 영화에서도 그 모습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하하. 감독님이 사전미팅에서 달리기 잘하냐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저 솔직히 젤 못하는 게 달리기에요. 그땐 그냥 웃고 말았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달렸어요. 우선 아육대그리고 운동 영상을 보면서 잘 달리는 분들의 팔 움직임 속도 자세 등을 보고 연구했어요. 근데 현장 가니 그런 준비 하나도 필요 없더라고요(웃음). 그냥 감정 그대로 달리고 뛰는 답이었어요. 위하준 배우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는데 저절로 제 다리가 빨라지더라고요 하하하.”
 
배우 진기주. 사진/티빙, CJ ENM
 
영화 속에는 청각장애인 경미를 위해 특이한 소품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경미의 집에 설치된 소리에 반응하는 전등, 그리고 경미의 차 안에 설치된 소리 감지기. 여기에 앞서 언급한 달리기 만큼 격렬한 액션도 존재한다. 특히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으로는 한 눈에 봐도 2~3층 규모의 높이에서 진기주가 번쩍뛰어 내리는 장면이다. 참고로 이 장면은 대역이 아닌 진기주가 직접 소화한 장면이었단다.
 
우선 소리에 반응하는 전등은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에요. 원하시면 제가 파는 곳 알려 드릴께요. 하하하. 근데 차에 설치된 소리 감지기는 순수하게 감독님 상상력이었어요. 그런 장비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걸로 알아요. 그 장치 때문에 오싹한 장면이 괘 잘 만들어졌죠. 그리고 제가 뛰어 내리는 장면! 거기 진짜 높아요. 저 와이어 차고 실제로 뛰었는데 무술감독님에게 진짜 칭찬 많이 받았어요(웃음)”
 
배우 진기주. 사진/티빙, CJ ENM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미드나이트까지 단 두 작품뿐이다. 아직은 해야 할 작품과 해야 할 배역이 더 많은 배우다. 그는 출연작을 정하고 매력을 느끼는 과정이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한다. 작품보단 배역이 먼저 들어오고, 그 배역을 보고 나면 작품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한다고. 아직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웃는 진기주다.
 
사람이 궁금한 게 아직은 제 원동력 같아요. 제가 좋아하고 정이 가는 인물을 진심을 다해 연기하고 그러면 작품 자체가 제가 오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그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너무 즐거워요. 앞으로도 이렇게 눈길이 가는 인물을 또 만나고 싶은 게 제 배우적 욕심이에요. 액션에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미드나이트하고 나선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소소한 가족 얘기도 아직은 많이 끌리고요.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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