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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회주택 산다)”육아만족도 100점, 아파트 입구부터 ‘우리집’ 같아요”
'위스테이 별내' 입주자 이수연씨, 이사 후 육아생활 180도 바뀌어
'돼지띠 모임'과 어울려 어려움 극복, 지금은 남편이 더 활동 적극적
2021-07-05 06:00:00 2021-07-05 10:25:12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저한테 이상적인 마을이라 살수록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문득 우리 애가 여기서 자란다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꿀꿀이 엄마들이랑 사귀면서 많이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어요.”
 
사회주택 사업자인 더함이 공급하고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 별내에 작년 7월 입주한 이수연(39·여)씨는 이전까진 광명·은평·세종 등에서 살았다.
 
이씨가 2019년 아이를 출산할 당시는 세종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 세종이 출산율이 높은 도시라지만, 출퇴근 장소로만 길들여진 아파트에선 육아정보를 얻을 공간도 주위에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없었다. 당시 8개월 정도 아이와 초보엄마만이 하루종일 사투를 벌이는 그런 광경이 이씨 집에서도 벌어졌다.
 
이씨는 “그전까지 동네는 그냥 밤에 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었다"며 "세종에 계속 살았으면 진짜 답답했을 것 같다. 교류할 이웃도 없고, 아이만 데리고 하천변 산책하는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애가 더 크면 내가 하루 종일 어디서 뭘 해야 했을까 고민도 많았다. ‘여기 와서 진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이수연씨가 위스테이 별내 동네키움방에서 육아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30~40대가 주를 이루는 위스테이 별내의 별명 중 하나는 육아친화아파트다. 법정면적의 2.5배의 달하는 커뮤니티 시설을 주민 의견을 반영해 구성하면서 돌봄공간이 나이대별로 곳곳마다 자리잡고 있으며, 돌봄전용공간이 아닌 시설도 아이들을 이용 주체로 만들어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만든 돌봄위원회를 비롯해 크고 작은 육아 커뮤니티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씨는 같은 2019년생 자녀를 둔 엄마들과 '돼지띠 모임'을 하고 있다. 돼지띠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 공용공간을 문화센터처럼 빌려 엄마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하기도 하고, 코로나가 심해진 후엔 두세 집으로 나눠 각 집에서 모여 같이 아이와 놀며 시간을 보낸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 하루종일 노는 방법조차 골칫거리일 엄마들에겐 큰 짐을 더는 셈이다.
 
이씨는 “누군가 ‘나는 커다란 젖병인가’, ‘애가 세 살 전까진 반인반수’라고 얘기하더라"며 "여기선 밖에 나가거나 누구 집에 놀러만 가도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를 만나고, 엄마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얘기했다. 이어 "급한 경우에는 맡아주기도 하고, 바깥 나들이도 같이 다니니 여기선 독박육아 걱정 안해도 된다. 육아 만족도는 100점 주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띠모임은 반찬도 함께 나누고, 아이가 아플 땐 정보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돼 준다. 얼마 전엔 모임 중 아이 한 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아이엄마와 두 자녀가 꼬박 2주간 집 밖을 못 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닥쳐오자 다른 꿀꿀이 엄마들이 대신 장도 봐주고 필요한 물품을 사다줬다.
 
이수연씨가 아이와 함께 지난달 26일 위스테이 별내 잔디밭에서 돼지띠 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연씨
 
이씨 남편은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다시 일을 나가는 이씨를 대신해 이씨 남편도 돼지띠모임에 열성적으로 나가기 시작해 지금은 아빠 육아모임을 만들어, 지난달부터 한 달에 한 번은 꿀꿀이 아빠들이 주말에 아이를 보는 육아의 날을 하고 있다. 남편들이 아이와 노는 사이 엄마들은 자유의 시간도 보내고, 엄마, 아빠들끼리 친해지니 저녁에 만나 술 한 잔하며 가까워진다.
 
이씨는 “부모가 위로를 받으면 그 기운으로 애들을 돌보니 힘이 많이 된다. 돼지띠 모임 엄마 중에 두 명이나 둘째를 임신 중이다. 나이 먹고 친구 사귀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좋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 같다. 꼭 육아 아니어도 그냥 불러서 같이 놀고 싶고 그러기도 할 정도다.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 사귀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단순히 육아를 넘어 공동체를 지향해 이뤄지는 위스테이 별내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동아리는 또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금요일 저녁 잔디밭에 나와 작은 음악회를 즐기고 한 달의 한 번 공동체의 날이면 ‘꽁날’이 열린다. 
 
지난달 19일 위스테이 별내에서 입주 1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같이 사는 이씨의 어머니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협동상회를 출석도장 찍으며 애용하고, 시니어클럽에서 독서모임, 운동모임도 하고 있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요즘 유행한다는 플로깅도 틈틈히 다녀올 정도로 열성이다. 이씨 남편도 아빠육아모임 외에도 막걸리 만들기 모임과 기후위기위원회, 돌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공동체아파트라고 들어오자마자 화목했던 건 아니고 크고 작은 갈등도 있겠지만, 좋은 경험들이 더해지면서 더 이웃이 되는 것 같다. 퇴근하고 아파트에 들어오면 잔디밭이 보이면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현관문이 아니라 아파트 입구부터 ‘우리집’이라는 생각이 들고 설렐 정도다. ‘응팔’ 속 따뜻한 골목 같이 오랫동안 살면 아이도 오랜 친구를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30일 위스테이 별내 광장에서 한 주민의 결혼식이 열리자 각 주민들이 집안에서 축하하는 모습. 사진/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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