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업 인수·합병이 '승자의 저주' 되는 이유
입력 : 2021-07-05 06:00:00 수정 : 2021-07-05 11:23:49
 
코로나19 사태와 디지털 기술의 영향에 의해 산업 구조 변화가 가속하면서 기업 간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약 3조4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옥션, G마켓, G9(지구) 등의 오픈 마켓을 운영하는 온라인 기업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이마트와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마트는 이베이를 인수함으로써 단번에 네이버에 이어 e커머스 업계의 점유율 2위로 부상하게 됐다. 
 
이런 기대에도 인수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 합병 후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결정 이후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인수 비용이 합병 후의 기업 가치 상승보다 더 클 것이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건설이 승자의 저주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에 넘어간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말에 적정가격의 두 배가 넘는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가 감당을 못해 3년 후에 재매각했다. 이 여파로 그룹 자체가 분해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런 예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예상 매각가는 약 2조1000억원인데, 경쟁사를 의식한 중흥건설이 이보다 높은 2조3000억원을 써냈다가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혀 재입찰에 들어가게 됐다.
  
한화그룹은 인수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거액의 이행보증금을 날리기도 했다. 2008년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을 6조3002억원에 사들이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행보증금으로 인수가의 5%에 해당하는 3150억원을 납부했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지면서 인수를 포기해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당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의 인수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가 나중에 과도한 자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뱉어내는 것을 승자의 저주라 부른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승자의 저주가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규모가 큰 인수·합병 건에서 무리하게 인수하려다 승자의 저주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2019년에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하려다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포기했다.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인수·합병에서 의사결정을 잘못해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매수 희망자 간의 경합이 치열해 높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수천억원에서 크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인수·합병은 전문 경영인의 권한을 벗어난다. 오너가 지배하는 대기업에서 M&A에 관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그룹 총수의 몫이다. 오너 경영자가 일선에 나서 인수 협상에 관한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최종적인 인수 가격도 정한다.
 
여기서 판단 착오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오너가 관여하고 인수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면 실무자들은 반드시 인수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특히, 업계의 라이벌인 경쟁사와 경합을 벌일 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심까지 작동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르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의 한전 본사 부지를 감정가격의 세배에 달하는 10조원에 매입한 것도 당시에 삼성전자가 입찰 경쟁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경영자와 실무자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하면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자존심까지 개입돼 인수 여부가 경영의 성패인 것처럼 간주될 경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인수를 희망하는 오너 회장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실무자들은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과대하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인수 가격이 과도하다고 판단이 돼도 절대로 노(NO)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제왕적인 오너 회장에게 내부 실무자가 그 뜻에 반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인수에 따르는 리스크보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환경 변화가 닥치면 자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토해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오너 경영의 장점으로 대규모 투자 의사 결정을 거론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M&A에서 승자의 저주는 오너 경영의 단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M&A를 왜 하는지 분명한 전략과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그때부터 M&A를 하기로 결정하고, 그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인수한 다음에도 기업 가치를 높이지 못해 결국은 다시 매각하거나 모기업 자체가 몰락하는 것이다. 
 
오너 경영자는 내부 실무자의 의견을 솔직히 청취하고 또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 의견을 들어 냉정히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되 가격 협상과 인수 조건은 실무자와 전문가에 맡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확하게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그 이상일 경우에는 과감히 포기해야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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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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