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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추진하며 자세 낮춘 KBS "폐쇄적이고 오만…설득에 노력"
2021-07-01 17:58:07 2021-07-01 21:03:51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그동안 KBS의 대국민 자세라고 하는 것이 대단히 폐쇄적이었고, 오만하고, 좀 교만스러웠다. (부정적으로) 국민들이 평가하더라도 변명할 의지가 없었다. 설명하려는 노력을 그동안 안 했다. 이번에 수신료 인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우리가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모든 것을 공개한다고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맞고, 그러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왼쪽부터)양승동 KBS 사장, 김상근 KBS 이사장, 임병걸 KBS 부사장. 사진/KBS
 
김상근 KBS 이사장은 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KBS 수신료 조정안 의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KBS 이사회를 통과한 수신료 인상안(월 2500원→3800원)에 대해 국민들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까지 KBS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대국민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방만한 경영, 정권의 나팔수, 오만함. 국민들의 질타를 알고 있지만, 최근 재정상황으로는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감당할 수 없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 여러분께 우리가 심혈을 기울인만큼 진정성 있게 심의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KBS는 공청회나 대국민 숙의토론 등 소통으로 인식 제고 성과를 확인했다고 말한다. 지난 5월22~23일 양 일간 진행된 공론조사 결과, 약 200명의 참여단 중 수신료 인상 부담의향을 보인 비중은 숙의토론 전 72.2%에서 본숙의 후 79.9%로 증가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KBS에 대해서 단편적인 정보나 정치 프레임화된 정보를 접하다 질문을 받았을 때보다 이틀간 공론 숙의 토론으로 KBS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 절차를 거친 것이 훨씬 더 좋은 평가가 나왔다"며 "앞으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이렇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고 힘줘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경영진과 김 이사장은 공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재원 전체에서 수신료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KBS의 수익 중 수신료 비중은 49.8%인 6790억원이다. 지난 2011년 5779억원으로 40%였던 수신료 비중이 10년 사이 10%p 가까이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광고 비중은 41.5%에서 17%로 대폭 감소했다. KBS는 수신료 비중을 약 60%까지는 끌어올리고 광고 비중을 12%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승동 KBS 사장은 "BBC나 NHK, 독일, 프랑스 등 해외 공영방송은 70% 이상이고, NHK는 95%를 차지한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KBS도) 70%를 채워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58%까지 높이는 조정안을 의결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늘어난 수신료 비중이 광고매출 감소에 따른 것이지 수신료 절대치가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번 수신료 조정은 줄어든 광고 매출을 채우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할 재원을 만들 방안이라는 것이다. 
 
임병걸 KBS 부사장은 "수신료 조정안이 줄어든 광고를 메우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다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라며 "재난을 맞으며 공적 책무가 더 많다고 느꼈고 보다 더 충실한 공적 책무를 하기 위해 재원 확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 부사장은 "(코로나19) 재난을 맞으면서 KBS가 행해야 할 공적 책무가 더 많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광고 비중을 줄이려는 자구 노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KBS는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임 부사장은 "재원 확충 차원에서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건데 광고를 줄이면 다시 그 부분만큼 수신료 인상 부담으로 가져간다"며 "다만, 연간 50억원 규모의 로컬 광고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임 부사장은 "KBS는 인력·시설·장비 모든 것을 통합해 관리하기에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만, 콘텐츠별·장르별 비용 공개를 통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려 한다"고 했다. 
 
인력 감축 부문에서도 퇴직을 통한 자연 감소가 아닌,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정년퇴직뿐만 아니라 명예퇴직을 포함한 다른 구조조정을 통해 5년간 9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임 부사장은 "자연감소분이 1100명이며, 다른 구조조정을 통해 1400명이 퇴사한다"며 "(같은 기간) 신규 채용을 500명 하면 총 900명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임 부사장은 "결코 자연감소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고 능동적으로 인력 효율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BS는 지난 6월30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인상안을 다음 주 중으로 방통위에 전달한다. 방통위는 접수일로부터 60일 내 검토 의견서를 붙여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보내게 된다. 과방위가 이를 심의해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 본회의 표결을 거쳐 수신료 조정안이 확정된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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