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블랙 위도우’, 적확하게 채운 마블 마니아 ‘기대치’
여성 서사 중심 ‘페미니즘’ 주제…마블 색채 담은 ‘여성 히어로’
남성 중심 ‘MCU’ 속 유일한 여성 히어로→변주 아닌 ‘세대교체’
2021-07-01 00:00:01 2021-07-01 08:34:1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여성에 대한 기회 평등 구조적 측면에서 블랙 위도우는 사실상 지금까지 등장한 국내외 영화 가운데 가장 페미니즘에 적확한 상업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로서의 존재감이 아니다. ‘블랙 위도우여성이란 성적 정체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반대로 여성이란 정체성을 애써 지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극 전체를 이끄는 프로타고니스트와 대척점에 선 안타고니스트가 어쩌다 보니 여성이고 또 남성이란 설정뿐이다. ‘페미니즘에 적확한이란 표현에 갇혀 블랙 위도우를 젠더 무비로 감상하는 것도 사실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표현 방식이 페미니즘표피를 쓰고 있을 뿐, 그 안에 존재하는 각각의 조각은 오롯이 마블색깔을 드러낸다. ‘블랙 위도우는 마블이 그리는 페미니즘 히어로가 가장 적확한 표현일 듯싶다.
 
 
 
우선 마블을 이해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 타임라인이다. 워낙 많은 솔로무비와 어벤져스시리즈가 존재한다. ‘블랙 위도우아이언맨2’에서 첫 등장 이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충격적인 퇴장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서의 역할을 다한 바 있다. 솔로무비 블랙 위도우어벤져스: 엔드게임이전 스토리다. 시간적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사이 스토리를 담았다. 이른바 소코비아 협정위반으로 쉴드의 추격을 받던 시기, ‘블랙 위도우가 아닌 나타샤 로마노프로서의 존재와 정체성 찾기를 위한 과정 속 투쟁기다.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나타샤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양성해 낸 킬러이자 스파이다. 그의 코드명 위도우는 자신을 만들어 낸 정보기관 레드룸소속 양성 여성 킬러 겸 스파이 명칭. 하지만 나타샤가 미국 쪽으로 망명하면서 레드룸은 사라진 상태다. 레드룸 수장 드레이코프를 자신이 죽였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후 어벤져스 소속으로 활동하던 중 시빌워를 겪으면서 소코비아 협정 위반으로 그는 현재 쉴드의 추격을 받는 상태다. 추격을 피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머문 러시아로 향한 나타샤는 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와 만나게 된다. 옐레나 역시 레드룸에 의해 양성된 위도우’. 하지만 현재는 레드룸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신세다. 나타샤 입장에선 옐레나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 레드룸은 자신이 파괴했다. 하지만 옐레나는 레드룸 존재를 믿는다. 그리고 실재한다. 레드룸 소속 또 다른 위도우들이 두 사람 은신처를 급습한다. 나타샤는 자신이 파괴했던 레드룸의 실재 위협을 느낀다. 옐레나와 함께 레드룸 존재를 파헤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레드룸이 만들어 줬던 나타샤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된다. 이미 만난 동생 옐레나 그리고 엄마멜리나(레이첼 와이즈) 아빠 레드 가디언알렉세이 쇼스타코프(데이빗 하버). 그들은 비밀리에 존재할지 모를 레드룸과 그 수장 드레이코프의 만행을 막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들 앞을 가로 막는 빌런태스크마스터가 등장한다. 상대의 행동을 분석한 뒤 고스란히 복제해 내는 능력의 태스크마스터는 개개인이 탈인간 히어로급에 버금가는 나타샤 가족 모두가 상대해도 버거운 존재. 또한 나타샤는 레드룸 그리고 태스크마스터를 파헤치고 상대하면서 과거 자신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숨은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블랙 위도우속 주인공 나타샤는 기본적으로 트라우마에 사로 잡혀 온 인물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엔드게임속 최후의 모습도 개인적 고통과 상념을 스스로 마무리하는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평생을 여성으로서가 아닌, 그렇다고 인간으로서도 아닌,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던 나타샤의 고민과 삶은 그래서 엔드게임속 충격적 최후의 선택에 당위성을 안겨줬다. ‘블랙 위도우는 그 당위성 서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타샤는 여성으로서 여성의 해방을 꿈꾸는 진정한 히어로가 되는 과정도 스스로가 겪는다. 여성이 여성을 해방시킨단 서사 자체가 페미니즘적 해석과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블랙 위도우속 남성과 여성의 캐릭터 생성 방식 차이도 큰 몫을 한다. ‘블랙 위도우속 서사의 주도적 역할이자 동력은 모두 여성들이 쥐고 있다. 반면 남성은 모두 소모적 장치와 소비적 존재로만 등장한다. 나타샤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는 유일한 남성 캐릭터 레드 가디언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도 연출과 흐름의 이 같은 논리적 강박이 드러난 대목이다.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남성과 여성 젠더 논리를 벗기 위해 블랙 위도우는 마블 특유 색깔 입히기인 대립구도, 정체성 혼란 타임 라인스토리 정립 등을 세밀하게 배치했다. 하지만 반대로 어쩔 수 없는 여성 서사 중심 스토리이기에 젠더 논리에 스스로 빠져 버리는 함정도 드러낸다. 레드룸 실체 그리고 레드룸 소속 위도우들의 그루밍 트레이닝은 젠더 정립 시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성이 여성과 연대해 악의 중심 선 남성을 무너트린단 설정 마무리는 스스로가 자유로울 수 없는 표현 방식을 드러낸 지점이다.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사실상 블랙 위도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립된 설정이 존재하고 그 설정에서 크게 벗어난 변주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폭으로 위축된 스토리이며 오리지널 캐릭터다. 스파이 영화의 풍미를 간직한 페미니즘 외피를 쓴 마블 솔로무비는 기존 남성 중심 히어로 무비에서 큰 폭의 변주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기대치의 선을 딱 맞춘 결과물이다. 물론 기대치는 한계를 넘어선 변주를 요구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걸 차단한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아는 나타샤의 최후, 그리고 그 최후의 원인을 동력으로 또 다른 음모를 꾸미는 새로운 스토리 동력이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블 공식이고 마블 세계관을 연장하는 방식이지만 마블 세계관을 기대하는 마블 마니아들에겐 기대치를 조금도 넘어서지 않는 기대치만큼의 재미와 흥미만을 던져준다. 개봉은 7 7.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P.S-1 마블 세계관 속 공중 전투는 아이언맨과 워머신 그리고 팔콘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속 공중전은 앞선 히어로들의 전매특허를 능가한다.
 
PS-2 마블의 전매특허인 쿠키영상은 한 개가 존재한다.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새로운 오해와 격돌을 의미한다. 타임라인상으로 엔드게임이후 두 인물의 격돌을 예고한다. 참고로 두 인물은 블랙 위도우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인 캐릭터들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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