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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쿠팡이츠의 블랙컨슈머 대응책, 진정성이 안보인다
2021-06-24 06:00:00 2021-06-24 06:00:00
“주문시 요청사항을 적는 칸 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악성리뷰로 이어집니다.”
 
최근 쿠팡이츠에 입점한 한 분식집 점주가 돌연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이런 하소연들이 공통되게 나오고 있다. 리뷰와 별점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고객의 불합리한 요청사항까지 죄다 들어줘야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다.
 
불닭발을 시키면서 음료수 2개를 갖다달라는 주문, 1인분 시키고 고기를 많이 달라는 주문은 그나마 애교다. 병맥주 시키고 병따개를 달라는 주문, 하다못해 담배 심부름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다. 까다로운 고객들의 끝도 없는 요구에 사장님들은 골치가 아프다. 이 때문에 음식점 사장님들은 고객과 쿠팡이츠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숨진 점주에 대한 사연이 남일 같지 않다.
 
배달앱을 중심으로 한 별점테러, 악성리뷰 문제는 오래 전부터 불거져왔던 이슈로, 최근 쿠팡이츠가 가장 심각하게 지적받고 있다. 쿠팡 측은 점주의 희생이 나오고 나서야 점주 보호 전담조직을 만들고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는 등 재발 방지 조처를 내놨다. 하지만 쿠팡의 뒤늦은 조처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 전 대표도 직접 나서 희생자 유가족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으련만 쿠팡은 그러지 않았다. 
 
쿠팡이츠와 관련해 점주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 근본 원인은 점주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쿠팡이 내놓은 대책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정작 사망사건의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별점·리뷰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과제는 누락됐다"면서 "악성리뷰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 점주의 댓글 작성 지원, 비공개 리뷰기능 지원을 비롯해 점주 대응권 강화, 리뷰·별점 제도에 재주문율 등을 가산해 악성리뷰 및 별점테러의 영향을 축소하는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별점과 리뷰 제도는 소비자들이 쉽고 빠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표로, 순기능이 적지 않다. 그런데 악성·허위 댓글, 별점테러를 하는 일부 블랙컨슈머(악성 민원 제기자)들 영향으로 이러한 제도의 순기능이 희석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등 일부 배달앱에선 앞서 이러한 논란을 겪으면서 비속어, 욕설 등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악성 리뷰에 대해 사전 차단하거나 사장님 대댓글 기능 활성화를 통해 소통 창구를 강화하는 조치를 펼쳤다. 물론 이 조치도 완성형 답안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는 읽힌다. 별점과 리뷰 제도를 정당화하려면 최소한 가맹점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낮은 벌점을 받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과감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마련돼 있었다면 새우튀김 악성 리뷰에 속앓이만 하다 희생된 분식집 사장님의 경우와 같은 극단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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