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발신제한’ 조우진, 이제 그를 다시 봐야 한다
“처음 거절했던 작품, 능력도 자신도 없었지만 출연한 이유?”
“시나리오 속 엄청난 속도감·타격감, 완성된 영화 상상 이상”
2021-06-22 12:32:00 2021-06-22 16:37:4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도대체 이렇게 이중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악몽에서도 만나고 싶지 않은 가장 살벌한 악역 조상무를 연기한 바 있는 배우 조우진이다. 이후 코미디와 악역 그리고 악역의 경계선에 걸친 다양한 배역들을 소화해 왔다. 개인적으론 국가 부도의 날재정국 차관역을 자신의 필모그래피 속 최고의 악역으로 꼽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놀랄 수 밖에 없는 점은 그의 인성이다. 워낙 순박하고 착하고 또 눈물도 많다. 그냥 인간 조우진을 설명하기 위해선 착하다형용사하나면 모든 게 해결될 정도로 간결하다. 그래서 조우진이 연기한 배역들을 살펴보면 도대체 이 배우가 왜 지금까지 주연 한 번 못해 본 불운의 사나이였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그 점은 충무로에서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는 모든 관계자들의 불찰이다. 결과적으로 영화 발신제한투자사와 제작사 그리고 시나리오 및 연출을 맡은 김창주 감독의 혜안이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발신제한을 보면 주연 조우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누구보다 강력하다.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배우 조우진. 사진/CJ ENM
 
조우진은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연기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상업 영화와의 인연은 2011마마에서 이름도 없는 부하2’로 첫 등장했다. 데뷔 22, 영화에 첫 발을 내 딛은지는 10년 만에 영화 크레딧 제일 앞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작품 내부자들부터 시작하면 7년 만이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가 떨렸다.
 
영화 출연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는 정말 많이 해봤죠. 근데 주연이란 타이틀을 달고 임하는 인터뷰는 부담감이 상상을 초월하네요(웃음). 처음 출연 제안이 왔을 땐 거절했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담아낼 자신도 없었고, 인물을 표현할 능력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너무 불안했으니까요. 근데 뭐 당연하지만 감독님에게 설득 당했죠. 한 번 거절하고 다시 만난 감독님 눈빛이 불의 전차같았어요(웃음). 제대로 만들려고 작정하셨구나 싶어 동승하기로 했죠.”
 
배우 조우진. 사진/CJ ENM
 
조우진이 부담감을 갖고 거절을 했지만 결국 다시 오게 된 발신제한시나리오는 자신이 읽어봤던 그 어떤 작품보다 속도감과 타격감이 상상 이상이었단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을 했지만 멱살이 잡혀서 끌려가는 느낌이 실제로 들었다고. 도대체 이 정도의 속도감과 타격감을 스크린에서 어떻게 구현해 낼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단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영화는 시나리오에서 느낀 것 이상이었다고.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기자간담회 가기 전에 복도에서 감독님 손 붙잡고 진짜 고생 많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진심이었어요. 시나리오에서 받은 느낌이 너무 좋았거든요. 이런 속도감은 느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텍스트가 이 정도인데, 도대체 완성된 영상은 어느 정도일까 상상도 안됐죠. 시사회에서 본 완성 버전에서 느낀 타격감은 정말 온 몸을 얻어 터진 느낌이었어요.”
 
배우 조우진. 사진/CJ ENM
 
발신제한에서 조우진은 시종일관 한 가지를 유지한다. 바로 영화 초반 차에 탄 뒤 영화 마지막 결말 즈음 차에서 내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얼굴과 두 팔 그리고 표정만으로 폭탄 테러의 희생양이 된 한 남자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연기한다. 일부 장면에선 관객은 물론 본인도 마찬가지로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촬영 중간 스스로가 차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물론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영화 속 주어진 상황 자체가 워낙 급박한 설정이라 사실 어느 순간에는 저도 내가 차에 타고 있었지란 걸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긴 했어요. 22년 배우 생활하면서 이렇게 많이 나와 본 적도 없었고(웃음). 맨 정신도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그런 경험이 해운대 광장씬에서 몇 차례 있었어요. ‘아 맞다! 나 차에 타고 있는거지싶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으니. 모니터실 갔다가 다시 차에 타기를 반복하면서 기분이 좀 이상해지기도 했죠.”
 
배우 조우진. 사진/CJ ENM
 
영화 마니아들이라면 발신제한의 설정만으로도 봤음직한 영화 한 편이 떠오를 것이다. 바로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이다. ‘발신제한은 이 영화의 국내판 리메이크 버전이다. 김창주 감독은 출연 제안을 받고 조우진이 출연 결정을 한 뒤 원작을 한 번 보라고 권유했단다. 조우진 역시 원작을 봤지만 딱 한 번이었고 그 안에서 차별점을 잡아냈단다. 바로 뜨거운 부성애다.
 
나라마다 부성애, 감정 표현이 좀 다를 것이라 여겼죠. 원작을 보고 우리 영화의 차별점으로 부성애를 꼽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부녀 사이 감정이나 대화 표현 등을 담아내려 노력했죠. 이재인 배우가 정말 잘해줬어요. 아빠와 딸이 친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면대면한대요(웃음). 개인적으론 전 집에선 딸 바보가 아니라 딸멍충이라서 영화 속 이상의 감정이 항상 있습니다. 하하하.”
 
배우 조우진. 사진/CJ ENM
 
조우진이 이렇게 연이어 설명하고 설득한 모든 감정은 사실 영화 속 그의 또 다른 상대역인 한 남자로 인해 모든 게 설득이 된다. 이미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하고 다양한 매체와 영화 설명을 통해 등장한다. 배우 지창욱이 발신제한에서 조우진과 특별한 관계로 등장한다. 특히 그의 사연 깊은 눈빛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깊은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조우진 역시 지창욱의 그 눈빛에 감동하고 감격했었다고.
 
보이셨죠? 그 눈빛(웃음). 진짜 보고 있는데 너무 이상했어요. 그 눈빛이 진짜 너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 사람이 내게 어떤 이유로 이런 짓을 하는지 그 눈빛 하나에 모든 게 담겨 있었어요. 그냥 눈빛 하나에 드라마가 전부 담겨 있었죠. 그런 눈빛을 가진 배우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었단 게 배우란 직업을 가진 저에겐 엄청난 복이었죠. 저와 지창욱이 주고 받는 케미’, 그걸 느끼시는 것만으로도 발신제한의 묘미를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배우 조우진. 사진/CJ ENM
 
22년 만의 첫 주연이다. 조우진에게 발신제한은 분명히 특별한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포스터에 그의 얼굴이 가장 크게, 그것도 가장 절실한 모습으로 담겨 있다. 영화 속 장면이지만 그의 22년 연기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속 그가 연기한 인물 역시 그랬다. 조우진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발신제한을 관람하고 나면 고스란히 다가온다.
 
영화 포스터 처음 보고 나서 정말 소리 없이 오열했었습니다(웃음). 믿기지 않았어요. 그냥 눈물이 쏟아졌죠. ‘기적같았어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모든 배우는 주인 의식을 갖고 끝까지 버티려고 노력하죠. 모든 스태프가 전부 같이 그런 마음일 겁니다. 현장에서 쓰고 다닌 모자에 영화 분노의 역류에 나온 유명한 대사인 유 고 위 고’(You Go, We Go)를 새겨 넣었어요. 앞으로도 절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서 간직하고 소중하게 임하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