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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포털’이란 괴물이 만든 ‘자극의 세상’
2021-06-22 00:00:01 2021-06-22 00:00:01
대중문화 기자로 활동 중이지만 연예계 폭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보지 않는다. 개인적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내 취사선택과는 무관할 정도 폭발적이다.
 
인기 원동력은 이럴 것이다. ‘사실일까?’란 호기심을 대중에게 던진다. 뭐가 됐든 상관없다. ‘카더라통신에 버금가는 기괴함으로 은근슬쩍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수익과 직결된 구독자 수만 늘리고 유지하면 된다. “이게 전부일 것 같지?”란 떡밥도 필수다.
 
이들 채널 또 하나 특징. ‘제보란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온라인 발달과디지털 퍼스트일반화 시대에선 제보는 하기도 쉽고 받기도 쉽다. 하지만 실제 언론계 종사자라면 제보의 실체와 희소성·허위성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20여 년 기자 생활 동안경천동지할 제보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화될 가치가 적다는 것뿐이었다.
 
어떤 사람이 제보할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주로 억울한 이들. 그 중 실체가 알려져야 할 선의의 피해자도 있지만 일방적 피해를 봤다 주장하는 이들이 다수다. 처음 들으면 솔깃하지만 쌍방 취재와 팩트 체크를 하면 기사화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부 유튜브 채널은 제보만으로 폭로를 한다. 당사자 입장이나 사실 관계 여부, 전후 맥락 따윈 상관없다. 제보가 들어왔으니 만천하에 알린다. 물론 제보만으로 운영되기엔 한계도 있다. 그럴 땐 이슈를 만든다. 일단 만들어 터트리고 사실이 아니면아니었답니다란 한 마디로 끝낸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동안 구독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수익도 증가한다.
 
이 같은 방식은 포털사이트가 만들어 낸 언론 생태계가 사실상 원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포털사이트가 쥔뉴스 콘텐츠 노출 권한은 제도권 매체의게이트키핑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약화시킨다. 이미 제도권 매체가 포털 무한 권력 속에 기생된 종속 상태가 된지 오래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보다 더 주목도가 높은 뉴스 콘텐츠가 포털사이트에서 주요 부분을 채운다. 이를 기반으로 포털사이트는 유입자수를 늘리면서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이런 생태계 순환 구조가 유튜브 채널 영역으로 전염됐다
 
이젠 ‘폭로(유튜브)→기사화(포털 뉴스서비스)’ 공식이 굳어져 버렸다. 포털이 요구하고 만들어 버린온라인 무한 자극은 그래서 제도권과 비제도권 양쪽에 각각 속한 매체의 자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자성만으로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단 것도 모두가 안다. 포털이 장악해 버린 독점적 언론 시장은 대안 자체를 스스로 사멸시키는 구조가 된지 오래다.
 
다만 노력은 가능하다. ‘폭로가 아닌보도를 위한 기자 개인적 고민이 존중 받고, 그 고민을 제도권 언론사가 뒷받침하며,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1차적게이트키핑역할을 해준다면 분명 더 악화되는 건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인 포털이 장악 중인 언론 시장의 비정상적 독점 구조를 막아야 한다. 포털의 생리가 전파시킨 유튜브 폭로와 포털에 어쩔 수 없이 종속된 언론 보도. 분명 분리되고 구분돼야 한다. 그리고 고리도 끊어야 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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