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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공수처는 '윤석열 수사'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2021-06-17 06:00:00 2021-06-17 06:00:00
‘이첩’, ‘재이첩’, ‘재재이첩’…  
 
말장난 같지만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에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서로 자신에게 수사할 권한이 있다면서 등장한 용어들이다. 
 
공수처법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근거하여 검찰은 지난 3월 불법출국금지와 관련해 이규원 검사와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공범으로 고발된 문홍성 당시 수원지검장 (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등 범죄혐의가 발견된 검사들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법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공수처가 아직 검사를 채용하기도 전이었다. 그래서 공수처는 현실적으로 수사할 여건이 되지 않아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였다. 문제는 재이첩하면서 단서를 붙인 것이다. 아무런 법적근거도 없이 “수사 완료 후,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다시 이첩해 달라”고 검찰에 통보한 것이다. 당연히 검찰은 반발했고, 이 검사와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이 지검장을 기소했다. 그러자 공수처도 멈추지 않았다. 문 지검장 등 사건의 ‘재재이첩’을 검찰에 요구했고, 검찰 수사팀이 반대의견을 대검에 내자마자 문 지검장등 검사 3명을 입건하고 '공제5호'를 부여했다.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 원인은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인제공을 한 것은 공수처다. 공수처가 조건부 이첩을 주장한다거나, 재재이첩을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 15일 법원은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쐐기를 박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공수처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르는 수사를 개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하게 지휘했다는 의혹과 검찰총장 재직 당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는 '공제7호', '공제8호'가 부여되었다. 
 
윤 전 총장은 유력한 대선 후보다.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고, 더 나아가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공수처가 사건번호까지 부여하고 수사대상으로 선택한 사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하게 지휘했다는 의혹의 경우, 이미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윤 전 총장이 해당 사건을 보고 받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간 갈등이 극도로 악화 될 시기였다. 따라서 얼마나 탈탈 털었을지 뻔하다. 그러나 아무런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할 당시 위 건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징계위원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결정을 하면서도 한 전 총리 사건 감찰 관련 방해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윤 전 총장에 대한 어떠한 잘못이 드러나지 않은 마당에 공수처가 무슨 수사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공수처법 위헌확인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개진한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수사처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건의 이첩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면서까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미 법무부에서 검증이 끝난 윤석열 전 총장 사건을 수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수처는 설명해야 한다. 적어도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음을.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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