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딱 하나 다른 너무 흔해서 특별한 ‘메이드 인 루프탑’
2030세대 일과 사랑 삶 고민 담은 청춘-로맨스 ‘쿨’한 톤 앤 매너
‘퀴어’스럽지 않은 김조광수 감독 특유 연출력, 주연 배우 연기력↑
2021-06-08 12:21:03 2021-06-08 12:21: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사회에 어느 정도 익숙함을 가질 나이. 능숙함은 없다 해도 자기 앞가림 정도는 충분히 하고 있어야 할 일자리 하나 정돈 갖고 있어야 할 나이. 그리고 사랑도 있으면 좋고. 그저 그렇게 우리가 딱 떠올릴 그 또래의, 그 또래가, 그 또래이기에 당연히 할 수 있는 고민 그리고 삶. ‘메이드 인 루프 탑에는 딱 이 정도 고민과 삶과 일상이 담겨 있다. 물론 다른 지점은 딱 하나다. 다른 점은 마지막 즈음에 밝히기로 한다. 그들은 그저 그렇게 똑같다. 적당히 식어버린 사랑이다. 사실 식었다기 보단 뜨거워지기 위한 과정이다. 몰라주는 것에 서운한 내 마음과 그 서운함이 더 서운한 그 마음이 부딪친다. 그저 만남의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이어지던 트러블이다. 하지만 문제가 예상 밖의 방향으로 터져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슬퍼하고 눈물만 흘릴 순 없다. 이제 또 다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오롯이 바라보던 친구. 그 친구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상처와 아픔 그리고 비밀은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모든 것은 자기방어기제로 자신도 모르게 작동한다. 그래서 그랬다. 서운한 게 서운했던 것이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게 상처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슬퍼하고 눈물로 지세우진 않는다. 흘러간 상처는 그렇게 기억하고 다가올 햇볕은 기다림만으로도 따뜻하고 설렌다.
 
 
 
한 커플이 있다. ‘하늘은 취업 준비생이다. 3년째 동거 중인 애인 정민과 지금 냉전 중이다. 서로 오가는 험한 말은 결국 이별을 끄집어 낸다. 보이는 건 위험 수위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이 커플, 매번 그랬다. 투덕거리고 싸우고, 싸우고 또 투덕거리고.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 하늘이 대차게 마음 먹었다. ‘이놈의 애인버릇을 고쳐주겠단다. 와서 무릎 끓고 잘못을 빌기 전에는 내 발로 들어갈 생각 없다. 그런데 정민이 진짜 이별을 선언한다. ‘이거 뭐가 잘못됐다싶다. 어쩌지 이게 아닌데. 그럴 때 하늘에겐 천군만마 같은 응원군 봉식이 있다.
 
촌스런 이름이 스스로도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봉식은 인터넷 방송 인기 BJ. 애인과 밥 먹듯이 싸우고, 숨쉬듯이 화해를 반복하는 하늘과는 전혀 다른 남자 사람 친구. 우선 봉식은 정말 특이하다. 인터넷 방송 한 번에 쏟아지는 별풍선 수입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오늘을 내일처럼 살고, 내일을 오늘처럼 사는봉식은 삶의 모토가 ‘40살까지 살고 멋지게 죽기란다. 그래서인지 친구 하늘의 사랑싸움이 어이없고 한심할 따름이다. 물론 그럼에도 하늘이 난처해지고 또 궁지에 몰릴 때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든든한 친구이기도 하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정민의 진짜 이별 선언에 하늘은 어쩔 수 없이 남자 사람 친구봉식 집에서 신세 지게 된다. 말이 집이지 허름한 다세대 주택 건물 옥탑방이다. 물론 그들에겐 최고급 루프탑이다. 이제 루프탑에서 하늘은 자신에게 이별을 선언한 정민과의 재결합을 전제로 한 밀당 계획을, 멋진 솔로의 삶을 살던 봉식은 뜻하지 않은 객식구 하늘의 등장에 얼굴이 울상.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 성격 그리고 그에게도 찾아온 뜻하지 않은 사랑으로 인해 묘한 이 등장한다. 하늘은 하늘대로 봉식은 봉식대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사랑을 위해 뜨겁게 지금을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너무도 보편 타당한 2030 세대 고민과 사랑 그리고 삶의 방식을 담아낸 청춘 영화이자 쿨함이 진동하는 로맨스 영화. 그런데 이 영화가 기존 청춘 스토리이자 로맨스 장르와 다른 딱 한 가지가 있다. 실제 영화를 보고 있어도 전혀 눈치를 챌 수 없던 지점이다. 오히려 너무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 들이게 만드는 묘한 마력까지 뿜어낸다. 영화 속 등장 인물인 하늘과 정민 커플은 남녀가 아닌 남남이다. 하늘의 남자 사람 친구역시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 그들은 함께 어울리고 함께 사랑을 고민하는 친구다. 그들의 고민은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삶은 다르지 않다. 그들의 일상은 우리가 떠올릴 지점에서 조금도 엇박자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이상하게 다가온다. ‘남남 커플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라면 뭔가 더 어둡고 침침하고 음습한 분위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메이드 인 루프탑이 그래서 다른 이유가 더 두드러질 것 같지만 반대로 전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단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특별함일 듯하다. 기존 퀴어가 그랬다. 암울하고 우울하다. 미래가 없다. 그들에겐 어둡고 슬픈 현실만 존재한다. 그들은 행복할 권리가 없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을 혐오한다. 정체성 혼란이 주된 얘깃거리였고, 그래서 결국에는 침잠하는 감정의 늪 속에서 자신과 상대와 모두를 음습하게 만들어 버려리고 허우적댔다. 충무로에서 소비해 온 퀴어코드가 이런 흐름 속에서 대동소이하게 움직여 왔던 점이 안타까웠다.
 
충무로 대표 커밍아웃 영화인이면서 연출자이고 실력파 제작자이며 국내 최초 공개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은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포장이 없는 진짜그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이 속한 세대와 달리 지금 세대 동성애자들의 사랑 방정식은 일반인 당신들과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 작가 겸 배우 염문경과 함께 메이드 인 루프탑을 그리며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을 어쩌면 지금도 가장 보편적이지 않게 보는 세상의 시선이 바라보는 동성과 동성의 사랑으로 끌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하늘이 정민 가족과의 만남에서 보여 준 갈등과 고민 그리고 눈물도, 봉식이 그렇게 사랑에 두려움을 갖고 스스로의 벽안에 자신을 더 가둬두려 했던 이유도 공감이 되고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 낸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물론 가장 놀라운 건 김조광수 감독 시선이다. 본인 스스로가 커밍아웃영화인이기에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 지우기에 또 한 번 작품 전체를 기울이고 오롯이 시선을 줄 것이란 예단을 해봤다. 하지만 정작 메이드 인 루프탑은 등장 인물들의 성별을 지워버리고 접근한다면 발칙하고 또 한 편으론 쿨 내가득한 그들만의 사랑 방정식, 여기에 기성 세대와 분명히 조금은 다른 지금 세대의 고민만이 가득히 담겨 있다. 가장 주목하고 또 즐길 거리는 조금도 무겁지 않단 점이다. 오히려 한 없이 가볍고 한 없이 밝은 톤이라 김조광수=퀴어란 코드 선입견을 관객 스스로가 좁혀야 할 노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악귀 지청신으로 등장한 이홍내가 연기한 하늘은 누가 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이홍내의 터프함과 강렬함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두 눈을 깜빡이게 만들 정도다. ‘봉식을 연기한 뮤지컬 배우 정휘의 밝은 기운은 퀴어코드를 휘발시키는 묘한 마력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그리고 이 모든 얘기를 퀴어안에 가둬버리지 않고 장르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상업적으로 풀어낸 김조광수 감독 연출력이 놀랍다. 청년필름 대표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제작자로 활동 중인 김조광수 감독이 앞으로 연출보단 제작에 힘을 쏟는다면 충무로 입장에선 가장 완벽한 재능낭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이 영화, 너무 웃기고 즐겁다. 개봉은 오는 23.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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