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하늘 “‘비와 당신의 이야기’, 내겐 성장 스토리였다”
“작품 선택 기준?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히는 시나리오는 출연”
“주인공 수 많은 ‘빈칸’, 감독님-작가님 모두 ‘네 느낌대로 채워라’”
2021-05-03 00:00:01 2021-05-03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젠 얼굴만 봐도 이유를 찾게 되고, 그 얼굴에서 어떤 사연을 묻고 싶어지게 만든다. 경력이 걸출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연기적 스킬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저 또래 배우들 수준에서 조금 더 뛰어나다 싶은 정도의 배역 소화력을 보여주는 정도일 뿐.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이 배우가 캐릭터를 잡아 버리면 사연이 궁금해 지는 묘한 마력이 있다. 아마도 이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본 관객들은 분명히 동의할 부분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궁금증은 유효하다. 그는 코미디부터 스릴러 그리고 역사극까지 다양한 사연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능력은 시간이란 마법이 만들어 내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 사랑을 매개체로 한 로맨틱/멜로 장르에서 가장 뛰어난 효과를 드러낸다. 한 밤중, 아무도 없는 벤치.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 남자는 우산을 들고 있다. 우산 뒤로 가려진 얼굴이 드러난다.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이 영화는 기다림에 관한 얘기다라고. 배우 강하늘이 만들어 낸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이 만들어 낸 비, 그리고 당신 그리고 이야기. 궁금해야 마땅한 조합이다. 이 영화, 보지 않을 자신이 없다.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강하늘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청춘스러운 얼굴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감독들은 그의 얼굴에서 청춘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노력한다. 이미 청춘이 가득하기에 그의 얼굴을 통해 드러나는 청춘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강하늘도 당연히 그걸 알고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하다 보니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우연히 청춘의 얘기와 자신의 얼굴이 맞아 떨어진 것뿐이다.
 
제 출연작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다 청춘에 대한 얘기가 됐어요. 제 작품 선택 기준은 하나에요. 앉은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한 번에 다 읽으면 그건 해야 하는 작품이에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단 것이 증명됐으니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게 나오는 거죠. 제 출연작 대부분이 그랬어요. 저만 잘하면 되는 건 제 노력 여하만 확실하게 드러나면 제가 느낀 재미는 분명히 드러날 것이란 게 확신이 된 작품들이죠. 이번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그랬어요.”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비와 당신의 이야기속 강하늘이 연기한 영호는 흡사 강하늘이 지금까지 연기한 그 어떤 영화 속 배역보다 강하늘을 닮은 것 같았다. 조금은 껄렁하면서도 또 때로는 순박하고 어떤 순간에는 머리보단 가슴이 따르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모습 등. 실제로 강하늘은 자신의 출연작 가운데 이번 영화 속 배역에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가장 많이 투영시켜 봤다고 한다. ‘영호를 보면 20대의 실제 강하늘이 보인다.
 
맞아요. 저를 가장 많이 투영시켰던 배역이고, 또 제가 가장 많이 닮았다고 느낀 배역이기도 했어요. 우선 닮은 점은 영호처럼 저도 공부를 진짜 못했단 사실(웃음). 영화 속 영호처럼 삼수를 한 건 아닌데, 만약 연기를 안했다면 전 삼수가 아니라 사수 오수까지 했을지도 몰라요(웃음). 닮았다기 보단 지금도 닮고 싶은 건 가죽공방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우산공방을 하게 된 영호처럼 어떤 삶의 고집스런 철학을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영호랑 다른 점도 있어요. 전 연애에서 애매한 건 딱 질색이에요(웃음). 확실한 성격입니다.”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사실 영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많이 닮게 하고 또 닮았다고 느꼈고. 그리고 비슷한 점을 찾아가면서 인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쉽지 않았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우선 영호는 빈칸이 너무 많은 인물이었다. 시나리오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영화 자체가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우선 주인공영호의 주변 얘기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나 시나리오에 모두 그랬단다. 오롯이 강하늘이 그걸 채워야 했다.
 
“(웃음) 빈칸, 정말 많았죠. 저 역시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쓰신 작가님에게 그 빈칸에 대해 여쭤봤어요. 답을 알 길이 없었죠.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너의 느낌 대로 빈칸을 채워라라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믿음이 더 확실해 지더라고요. 그리고 따지고 보니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 제가 좋아해서 출연한 작품들은 항상 빈칸이 존재했더라고요. 그 빈칸, 즉 여백의 미를 살려 보려고 노력했어요.”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그 여백의 미 안에서 강하늘이 찾은 것은 의외의 감정이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강하늘이 연기한 영호그리고 천우희가 연기한 소희의 알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얘기를 담아냈다. 하지만 강하늘의 입에서 나온 것은 예상 밖의 지점이었다. 영화를 봤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니 충분히 그랬었다. 그의 설명 이후 완벽하게 동의가 됐다.
 
전 사실 이번 영화를 멜로/로맨스가 아닌 영호의 성장 스토리라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무조건 해야겠다고 확신이 든 것도 모두가 커가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에요. 어떤 관계의 감정이 아닌 삶을 살아가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읽혔어요. 영화 속 소희도 수진이도 함께 그런 모습이 느껴지더라고요. ‘나도 그 시절 그랬었지싶었던 감정이 살아 올라왔었죠.”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함께 성장해 나간 천우희 그리고 강소라와의 호흡도 찰떡 궁합이었다. 천우희와 강소라는 영화 써니를 통해 함께 했었던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강하늘은 드라마 미생에서 강소라와 함께 했었다. 공교롭게도 메인 타이틀롤은 강하늘과 천우희였지만 영화에선 두 사람은 마지막 장면까지 단 한 장면도 함께 하지 않는다. 반면 강하늘의 곁에는 항상 강소라가 있었다.
 
그러게요(웃음). 영화 마지막까지 우희 누나하고는 한 번도 만나질 못했네요 하하하. 누나가 되게 강한 배역들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런데 촬영 때 누나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바라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소희같아요. 제가 누나 팬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니터링 화면이 화사해져요. 소라는 미생때 만나고 두 번째 인데 정말 배울게 많은 친구에요. ‘미생때와 달라졌다면 둘 다 더 자유로워졌고 여유로워졌단 것 정도랄까요. 두 분다 너무 좋은 동료들이었죠.”
 
배우 강하늘. 사진/(주)키다리이엔티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영호의 기다림으로 시작해 그 기다림의 끝을 보게 되는 얘기다. 과연 영호가 기다리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 기다림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멜로/로맨스장르 특성상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만나 눈빛을 교환하고 또 두 사람의 또 다른 시작이 이뤄지는 해피엔딩을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또 반대로 결코 그렇지도 않다. 정말 독특한 엔딩이다.
 
엔딩에 대해 말씀들을 정말 많이 하세요. 우선 쿠키 영상이 있잖아요. 시나리오에도 있던 부분이에요. 어떤 분은 쿠키가 불필요했다. 어떤 분은 엔딩에서 영호와 그 여인이 만났으면 했는데. 등등.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영화 속 엔딩과 그 후에 등장하는 쿠키까지의 연결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뭔가 한 번 더 건드려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긴장을 풀고 마무리가 됐구나 싶었는데 쿠키에서 이건 몰랐지싶은. 하하하. 재미있게 봐주시면 전 언제나 그걸로 감사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