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너무 완벽한 멜로의 천우희와 ‘비와 당신의 이야기’
“‘심심’하고 ‘일상적’인 설정, 너무도 영화스럽지 않은 스토리 ‘매력’”
“편지로만 감정 소통한 강하늘과 호흡…영화 완성도 원동력 됐다”
2021-04-29 09:32:31 2021-04-29 09:38: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여배우에게 해야 할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그의 얼굴에서 멜로를 찾기는 좀 힘들다. 이건 선입견일 수도 있고, 또 그의 강한 이목구비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강한 이목구비도 착각인지, 학습인지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가 맡아온 배역들만 따지고 들면 그의 이름보단 강렬한이란 수식어가 더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그래서 이 배우가 멜로로맨스장르에 투입됐단 점은 언제나 색달랐고 또 주목을 끌만 했다. 솔직히 멜로로맨스는 색다른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익히 알고 있는 그것을 얼마나 더 솔직하게 만들어 내는지가 관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배우 천우희의 연기력은 완벽하게 안성맞춤이다. 그가 지금까지 여러 장르 영화에서 선보여 온 강렬한 배역은 공교롭게도 멜로로맨스장르 속 인물 연기에 특화된 감성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 배역 속에서만 소화돼 왔기에 우리에게 익숙했던 천우희의 이미지. 그는 대중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선보여 온 강렬한연기. 그 두 가지를 지워버리면 된다. 대중들에겐 버리게 만들고, 자신은 그걸 버리면 되는 것이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속에 그게 오롯이 담겨 있다. 그에겐 너무도 완벽한 멜로가 있었다.
 
배우 천우희.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천우희가 스크린에서 멜로를 처음 소화한 것은 아니다. 2018버티고에서 가슴 절절할 정도의 아픈 사랑을 연기한 바 있다. 이번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별다른 사건이나 스토리 반전 그리고 변환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심심한느낌이 강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은 좋게 말하면 아날로그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천우희는 그런 심심함에 끌려 이번 영화를 짚었단다.
 
“’심심하다?’ 무슨 말인지 너무 이해돼요(웃음). 근데 그게 재미없다가 아니잖아요. 너무도 영화스럽지 않은 일상적인 흐름에 진짜 마음을 빼앗겼어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품들과 결 자체도 너무 다르고. 그냥 잔잔한 게 너무 마음에 들었죠. 요즘 이런 영화, 이런 얘기 정말 없잖아요. 감독님이 정말 예쁘게 잘 담으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 예쁘게 담겨 보고 싶었어요(웃음)”
 
배우 천우희.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천우희가 연기한 소희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건 배우에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소희는 일상성이 아주 강하면서도 이에 더해 빈칸이 정말 많은 인물이었다. 영화 자체가 약간은 불친절한 스타일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 소희에 대한 구체적인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얘기를 끌고 간다.
 
말씀해 주신 게 딱 맞아요(웃음). ‘소희는 정말 많은 부분이 비워져 있어요. 글쎄요. 그런데 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소희의 행동 양식을 전 오히려 너무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 시나리오에서도 제 눈에 너무 잘 보였어요. 근데 오히려 그게 절 가둬두는 함정이 될까 봐 경계를 했죠. 시나리오에 나온 소희의 성격 그리고 저 개인의 진짜 성격을 많이 섞어서 소희를 만들어 봤어요.”
 
배우 천우희.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천우희가 연기한 소희와 강하늘이 연기한 영호의 러브 라인이 인상적인 스토리다. 두 사람의 교감과 멜로적인 분위기 그리고 로맨스가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잊고 지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 내려면 천우희와 강하늘의 호흡은 어떤 작품보다 좋아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같은 장면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단 한 장면도 없다.
 
하하하, 사실 한 앵글에 같이 나온 장면이 있기 했는데 편집이 됐어요. 결과적으로 마지막까지 저희 둘은 만나진 못하는데. 편지로만 소통을 하니 글쎄요되게 따뜻한 느낌이랄까요. 사실 편지는 요 근래에도 팬 분들에게 받기는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는 받을 때마다 새로운 것 같아요. 영화에서도 제가 소희로서 편지를 쓰려니 내가 언제 마음을 담아 썼더라싶었죠. 이런 감정을 하늘씨가 너무 잘 받아줬으니 지금의 이야기로 너무 잘 만들어 진 것 같아요.”
 
배우 천우희.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천우희의 소희가 주로 등장한 곳은 헌책방이다. 시간적 배경은 2003. 30대 중반인 천우희에게도 헌책방은 사실 익숙한 공간은 아니다. 더욱이 영화에선 18년 전 등장했던 여러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당시 가장 유행했던 가로본능휴대폰은 영화 속 웃음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소품 중 하나다. ‘영호아버지가 운영하는 가죽 공방, 그리고 영호가 운영하는 우산공방도 따뜻한 느낌이다.
 
말씀해 주신 모든 게 저희 영화의 진짜 강점 아닐까 싶어요. 그 중에서 소희랑 관계된 것은 헌책방이잖아요. 관객 분들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데(웃음). 실제로 존재하는 책방은 아니에요. 부산에 만들어 놓은 세트인데, 정말 실제로 운영되는 책방 같았어요. 헌책방이 저한테도 익숙한 공간은 아닌데, 그 특유의 따뜻함이 있잖아요. 아늑함과 그 헌책방 특유의 냄새까지.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이긴 해요.”
 
배우 천우희.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멜로로맨스가 강한 스토리이지만 반대로 불안한 청춘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얘기를 담고 있는 게 비와 당신의 이야기였다. 당연히 천우희도 그런 부분에 공감을 했고 자신의 20대 시절을 돌아보며 영화 속 소희의 심정을 공감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꽤 묵직한 말에 천우희는 그게 내 가슴에 가장 와 닿았다고 웃었다. 자신의 20대도 소희와 사실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가장 찬란하지만 가장 불안한 20란 말, 정말 너무 공감이 됐어요. 저 역시 20대에 꿈도 없었고 불안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잘하는지도 몰랐었죠. 자유는 10대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데 왜 불안했을까 싶어요. 아마 막막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운 좋게 연기를 시작했고, 그 당시 꿈만 꿨던 모든 걸 어느 정도 이룬 것 같고. 지금도 물론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고. 그러다 보면 소희도 꿈에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처럼(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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