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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하쇠고집' 홍남기, 종부세는 '일구이언'
2021-04-27 06:00:00 2021-04-27 06:00:00
‘하쇠고집’이라는 말이 있다. 몹시 센 황소고집을 뜻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바로 강원도 춘천 출신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자리까지 대행하고 있으니 이제는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이라 칭하는 것이 맞겠다.
 
슈퍼바이러스 창궐 후 지난 1년 동안 추가경정예산,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1주택자 재산세 완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 등을 놓고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총 7번의 사퇴설과 교체설 속에 ‘고집 홍남기’이라는 별칭이 생겨났다.
 
특히 괴질 창궐로 매출이 없어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의 절규에도 선별 지원만 고수하던 그였다. 
 
그런 ‘하쇠고집’ 홍남기 부총리가 국무총리 대행까지 맞더니 종부세 완화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책뿐만 아닌 명절 선물로 고향 특산품인 닭갈비만 고집하던 그가 유독 종부세에 대해서는 완화 시그널을 내비친 이유가 왜 일까.
 
국회 대정부질문 둘째 날까지만 해도 ‘공시가격 이의신청 수용률이 0.2%에 그친다’는 지적에 대해 ‘나머지 99%는 왜 인정이 안 되는지 살펴보셨나’고 되받아친 홍 총리대행이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해온 억제책이다.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투기 의심 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추진했던 억제책이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게도 세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무슨 궤변인가. 전체 국민 중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3.7%다. 전체 9억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소위 집 가진 부자들의 세 부담을 깎아주자는 얘기다.
 
이들의 논리는 투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두채’를 보유해 짧은 기간 동안 세금이 뛰어 부담이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집 한 채 갖기도 힘든데 ‘어쩌다 두채’라니, 영끌도 모자랄 판에 얼떨결에 내 집 마련 두채가 가능할까.
 
이미 고가의 아파트를 투기성으로 보유하거나 두채 이상 가진 정치권 인사와 모피아 집단의 얘기일 것이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 세부담도 따져보자. 한 세무사가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실제 계산한 결과를 보면, 1년 보유세 총액이 월 10만원 인상도 안 된다는 팩트체크까지 할 정도다.
 
더욱이 그 대상이 ‘은퇴자’라면 장기보유에 노령자공제 80%까지 적용될 경우 세부담이 없는데도 ‘1세대 1주택자까지 올해 세금이 폭탄수준 늘어나 걱정이 가득하다’라는 뇌피셜이 일파만파니 웃프기만 하다.
 
정치권의 논쟁은 그렇다 치자. 다주택자 종부세·단기보유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등 보유세 늘리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책을 직접 발표했던 홍남기 부총리가 완화 검토를 시사 하니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맡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곳간지기’로 불리는 기재부 관료의 생리는 성장률 지표를 위해 부동산 안정화보단 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주력할 뜻이 있다면 이미 장기 공공임대 주택도시기금을 대폭 늘리고도 남았다. 
 
중국 전국시대 때 궤변론자인 명가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겉핥기식 궤변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데 기준이 없기에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자연히 백성들의 풍속은 흐려지고 만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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