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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신동빈의 '승부수'…롯데의 반격이 시작됐다
2021-03-25 15:44:58 2021-03-25 15:44:58
롯데그룹이 작년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사업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주춤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못잡고 있다.  롯데는 작년 유통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줄었고, 화학 부문 흑자는 73% 감소했다.
 
이와 달리 유통 라이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K프로야구단 인수를 시작으로 2500억 규모의 지분 교환으로 네이버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를 통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해 또 한 번의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달라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발 빠른 행보에도 조용하던 신동빈 회장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위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합병(M&A) 등 외부 수혈을 통한 신사업 강화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 
 
먼저 롯데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최악의 실적표를 받은 뒤 신동빈 회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 산업을 차기 먹거리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월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고, 이는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을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면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중고품 거래 및 렌탈 시장에 진출한다.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93.9%(1000억원)를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서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공동 투자자 중 롯데쇼핑만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으며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경영권 확보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롯데쇼핑의 투자 결정은 중고 거래 시장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국내 중고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특히 중고나라는 지난해 매출이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을 돌파했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현재 회원 2330만여명과 월 사용자(MAU) 122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다.
 
이와 함께 롯데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바이오산업 진출, 중고나라 인수에 이어 신동빈 회장의 ‘공격 DNA’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롯데온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적극 나섰다. 여기에 롯데온은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롯데가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롯데의 이커머스는 네이버, 쿠팡 등을 제치고 단번에 업계 1위에 오르게 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도 지난 23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몸값 5조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부진은 롯데그룹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5대 그룹으로 분류되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과는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바이오와 중고거래 등 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온라인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거는 등 신동빈 회장이 연초 사장단회의에서 주문한 체질 개선 조치를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유통의 전통 강호 롯데의 반격은 이제 시작이다. 
  
박상효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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