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도 공포를 이끌어 낼 수 있단 점은 콘텐츠 연출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수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무엇’을 투입하고 또 그 투입된 요소를 ‘어떻게’ 진두지휘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큰 차이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 충무로에서 미술감독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최재훈 감독의 ‘최면’은 이런 방식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업 영화 수준의 예산 대비 적은 규모가 투입됐다. 그럼에도 최 감독의 전매특허인 독특한 감각의 미술적 영역이 영화 곳곳에 자리했다. 장르와 이미지 그리고 사운드가 결합되면서 묘한 공포가 불거진다. 공포뿐만이 아니다.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 자체의 주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와 결합되면서 의미까지 더한다.
‘최면’은 한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영문과 학생 도현(이다윗)은 공부도 그렇고 학과 생활에도 열심인 모범 학생이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런 도현을 믿고 학과 교수인 여교수(서이숙)가 부탁을 한다. 편입생 진호(김남우)의 학과 생활 적응을 부탁한 것이다. 도현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진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사고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는 진호는 현재 같은 대학 의대 최 교수(손병호)에게 최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영문과 재학 중이면서 심리학과 수업도 듣고 있던 도현은 과제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진호의 최면 치료에 함께 동석한다. 진호의 치료 과정에서 도현 역시 최 교수의 제안으로 최면을 경험한다. 최면 속에서 알 수 없는 이미지를 보게 된 도현이다.
이후 도현은 친구 병준(김도훈) 찬규(남민우) 그리고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현정(조현)과의 만남에서 자신이 겪은 최면을 소개한다. 특히 연예인 활동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현정에게 최 교수를 소개하고 최면을 권한다. 현정 역시 최 교수의 최면 치료에서 악몽과도 같은 이미지에 시달린다. 문제는 최 교수의 최면 치료를 받지 않았던 병준과 찬규 역시 끔찍한 악몽 그리고 더 끔찍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영화 '최면' 스틸. 사진/(주)스마일이엔티
조각조각 흩어진 이미지와 기억, 여기에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면서 도현과 병준 그리고 찬규 현정은 극심한 혼란 그리고 끔찍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그들의 시달리는 환상과 고통이 과거의 어떤 기억과 경험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된다. 무의식의 밑바닥에 자리했던 이들 네 사람의 ‘무엇’이 ‘최면’이란 도구를 통해 자신들도 모르게 건드려진 것이다.
‘최면’에서 눈 여겨 볼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폭넓지 않은 영화적 공간이다. 학교 그리고 강의실 그리고 환상. 포괄적 의미에서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감정적으로 압박을 이끌어 내는 스토리가 관객들에게도 극중 인물들이 느끼는 옥죔을 느끼게 한다. 인물들이 빠져 나갈 통로를 만들어 주지 않은 채 이 공간 안에서 맴돌게 만들어 버리니 숨이 막히고 또 불안하다. 그들이 느끼는 불안한 정서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달된다.
영화 '최면' 스틸. 사진/(주)스마일이엔티
두 번째는 한정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이미지다.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서 ‘몽타주’처럼 등장하는 강렬한 이미지가 ‘최면’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의식의 뒤에 자리한 무의식을 타깃으로 한 영화답게 쎈 장면, 쎈 색감, 쎈 사운드가 스크린을 때린다. 앞선 첫 번째는 장르적 활용도와 감성적 측면을 끌어 올리는 데 좋은 효과를 이끌어 낸다고 치자. 두 번째는 사실 앞선 장치와 미묘한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최재훈 감독이 미술감독 출신이란 점을 알고 보면 상당히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영화 중간중간 인물들의 ‘무의식’을 대변한다. 국내 상업 영화에선 잘 드러나지도 또 사용하지도 않는 소품 활용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공간 활용과 이어진 이미지의 대입이 상충되고 충돌하는 장면도 분명히 드러난다. 공간 활용만으로도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을 느끼게 되지만 강하게 쎈 이미지 활용으로 이를 더 끌어 올리려 하니 관객의 감상적 충돌이 때때로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가는 상황이 발생될 요지가 있다.
영화 '최면' 스틸. 사진/(주)스마일이엔티
‘최면’이란 소재 그리고 강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담고 있을 것 같은 무의식 속 죄의식의 실체. 이 모든 게 뜻밖의 인물이 조종하는 하나의 거대한 게임이라고 관객들은 이끌림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반전이란 키워드에 걸맞게 예상 밖으로 스토리의 방향을 끌고 간다. 최 감독이 무려 7년 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단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가 잘못되고 있단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화 '최면' 스틸. 사진/(주)스마일이엔티
참고로 영화 마지막까지 시선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방심한 순간 ‘최면’은 한 번도 진짜 최면을 건다. 도현과 병준 찬규 현정 이들 네 사람이 왜 보이지 않는 것에 시달려 왔는지에 대한 실체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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